우리는 대형 유인원과 호미니드와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진화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유라시아가 훨씬 광대하고 훨씬 다양한 환경을 지니고 있는 것 같은데 왜 하필 아프리카일까? 인류와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두 친척인 침팬지와 오랑우탄은 왜 바다로 갈린 채 서로 수천 마일이나 떨어져 침팬지는 아프리카에, 오랑우탄은 동남아시아에 있을까? 두 분파 모두 분명히 유라시아에서 왔을 것이다. 무슨 이유로 해서 이 분파중 하나, 그 중에서도 고릴라와 침팬지로 이어지는 계보가 열대 아프리카로 들어갔고 오랑우탄으로 이어지는 또 다른 분파는 열대 동남아시아로 들어갔다는 결론이 나온다. 유인원의 가장 오래 된 조상 프로콘술은 약1800만년전 동아프리카의 열대우림에서 서식했다. 유라시아는 삼림 서식지가 다채롭고 기온도 비교적 따뜻했으므로, 열매가 많이 공급되고 다른 먹이도 풍부했다. 대형 유인원들이 분화하고 적응한 심장부는 아프리카가 아니라 유라시아였다.
마이오세 신생대 빙하기에 지구 온도가 떨어지고 북극해가 얼어붙었으며, 삼림이 우거진 유라시아가 말라붙어 대형 유인원을 길러냈던 서식지가 파괴 되었다. 숱한 멸종이 일어났지만, 생존한 두 분파는 남서유럽의 드리오 피테쿠스와 갠지스강 분지 북부의 삼림에 근거지를 둔 시바피테쿠스였다. 신생대 빙하기의 환경은 더욱 가혹해 졌고, 플라이스토세까지 이어지며 열대와 적도 아프리카까지 영향을 미쳤다. 급격한 환경변동이 잇따라 덮쳐 유인원과 호미니드를 비롯한 수많은 종이 멸종했다. 시바피테쿠스는 인도네시아로 들어갔다. 오랑우탄은 호미니드와 조상을 공유하지 않으며, 계보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 플라이오세 말기에 찾아온 간빙기로 지구가 따뜻해져 삼림이 되살아나고 말랐던 호수에 물이 차오르자 아프리카의 호미니드는 아프리카를 떠나 유라시아로 이주하였다. 이주민 중 첫번째 주자 호모에렉투스는 자바 또는 보르네오 어딘가에 도착했다.
약 200만년 전에 플라이토세가 시작된 뒤, 혹심한 빙하기가 여러 차례 있었고, 그 사이 짧고 따뜻한 간빙기가 끼여 들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후손인 호모 에렉투스는 갖가지 변화에 잘 대처했다. 이 종은 200만년 동안 생존했다. 훗날 인류는 호모에렉투스와 그 후손인 호모 하빌리스가 갔던 것과 비슷한 길을 따라 팽창하게 된다. 플라이토세의 빙기가 한창일 때 만년빙이 북반구 대륙 깊숙이 전진했다. 이로 인해 동식물의 분포가 철저히 바뀌었다. 플라이스토세의 기온이 놀랄만큼 규칙적으로 오르내린 것 같다. 그 중 마지막 간빙기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홀로세이다. 약 17만년전 위스콘신 빙기 바로 이전에 발생한 빙기중 어느 시점에 아프리카에서 인류가 출현했다. 초기 인류가 에미안 간빙기 후기에 시나이 반도라는 육교를 이용해 아프리카에서 유라시아로 건너갔다. 약8만 5천년 전에 인류가 아프리카를 벗어나려고 시도했다. 위스콘신 빙기에 대량의 물이 얼음으로 바뀌면서 홍해의 수위는 오늘날보다 100-200미터나 낮았다. 아프리카의 조상들은 바다를 건널 수가 있었고, 인도와 동남아, 뉴기니를 거쳐 약 6만년 전에 오스트레일리아에 도착했다.
현생 인류는 그들보다 앞서 유라시아로 들어간 호미니드와 만났다. 호미니드는 지략이 풍부한 이 새로운 이주자의 적수가 못되었다. 최초의 현생인류가 인도에서 중동을 거쳐 유럽에 도달하여 그곳에서 네안데르탈인과 초기 호모종들이 만났을 때, 현생인류는 동굴미술에서 부터 낚시 도구, 의복, 바느질에 이르는 복잡한 문화를 가지고 그들을 신속히 제압하였다. 현생 인류는 서로 협력하는 공동체를 이루고 살았으며, 정교한 언어를 사용했으므로 먼저 아프리카를 벗어나 이주한 생존자들에 비해 유리한 이점을 가지고 있었다. 온화한 시기가 오면 미개척지로 팽창했고, 다시 기후가 추워지면 점점 혹독해지는 환경에 대처할 방법을 고안했다. 인류는 수시로 변화하는 혹독한 환경에 맞서 싸울 방법을 찾아내었다.
오늘날의 인도네시아 지역에서 행성 전체의 인류를 거의 다 쓸어버린 대재앙이 일어났다. 수마트라섬에서 오늘날 토바라고 이름붙은 화산이 단순히 분출한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폭발하였다. 이 폭발은 수백만톤의 잔해를 지구 궤도로 날려 보냈고 그로 인해 태양 빛이 가려졌으며, 지구의 상당부분이 장기간 암흑 속으로 들어가면서 기후가 바뀌었다. 당시 위스콘신 빙기가 한창 위력을 떨칠 때였으므로, 지구상에서 거주가 가능한 지역은 제한 되었고, 인구밀도가 희박한 지역에 거주하는 이들은 상당수가 죽음을 맞이했다. 지난 수천만 년간의 빙하는 빙기라는 추운 기간에 퍼져 나갔다가 간빙기라는 따뜻한 기간에 다시 빠져 나가기를 반복하였다. 북극과 납극만이 아니라, 지구 전체와 그 모든 생명체들이 이런 환경변동의 영향을 받았다. 빙하가 전진하자 영장류들은 점점 추워지는 유럽에서 밀려나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로 들어갔다. 다소 따뜻한 간빙기가 오자 호미니드들은 다시 아프리카를 떠나 온화한 유라시아의 위도에서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180만년전 플라이토스토세가 시작 되면서,부터 긴 빙기와 짧은 간빙기가 찾아오게 되었다. 약 12만년 전 에미안 간빙기는 홀로세보다도 더 따뜻했지만, 11만년 전 끝나버리고, 위스콘신 빙기의 얼음이 빠른 속도로 전진하게 되었다. 초기 이주민들은 추운 환경이 다시 엄습하여 그만 몰살하고 만다. 나중에 아프리카를 빠져나온 인류는 아시아의 해안을 따라 남쪽경로를 택해갔다. 일부는 유럽에서 네안데르탈인과 부딪히며 그들을 제압하게 된다. 불과 2만년 전에 빙하가 북아메리카와 오하이오강 그리고 영국 남부, 독일 중부, 슬로바키아, 우크라이나까지 내려왔다. 약1만 8000년 전에 지구가 온난해지면서 빙하들이 빠른 속도로 후퇴하였다. 거대한 빙상이 바다 속으로 미끌어지면서 해수면이 상승했으며, 대륙의 가장 자리가 몰에 잠겨 세계의 지도는 우리가 아는 것과 비슷한 모습을 띠게 되었다. 약 1만년전부터 지금까지 인류는 홀로세라고 하는 간빙기의 온화한 기후를 누리며 번성했다. 하지만 에미안 간빙기와 달리 홀로세에는 복잡한 문화와 문명이 출현했고 인구가 폭발했으며, 국가와 제국이 형성되었고, 거대도시가 성장하고 많은 기술이 꽃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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