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차나 한잔 들고가게!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지금 일어나는 사건들은, 내 주변의 상황은 그냥 자연의 현상일 뿐이다.

바람불고, 비오고, 눈보라 치듯 그냥 그런 자연의 현상일 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을 평가한다. 무엇이 좋고, 나쁜지,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어떤 것이 내게 좋으면 누구에게는 나쁜 것이고, 내게 나쁜 것은 누구에게는

좋은 것이다. 그렇게 평가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내몸의 작동 메카니즘일 뿐이다.

지금 이 상황이 내 생존에 대해 得인지, 失인지를 평가하고 그래서 어떻게

내가 행동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된다.

 

좋고 나쁘다는 것은, 그 시대적 상황이 만들어 내는 기준에 의해 정해진다.

세상에는 옳고 그른 것도, 좋고 나쁜 것도 없다. 그냥 바람불고, 비오고,

흐리고, 햇빛 나고, 눈 내리듯 자연현상일 뿐이다.

 

그 시대의 문화에 의해, 사회적 욕구에 의해 내 몸이 그렇게 반응할 뿐이다.

그렇게 평가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냥 바라보고, 휩쓸지 않도록

노력하고, 그리고 견디고, 바라볼 뿐이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南傳大藏經의 詩經 中에서 -

 

서로 사귄 사람에게는

사랑과 그리움이 생긴다.

사랑과 그리움에는 괴로움이 따르는 법.

연정에서 근심 걱정이 생기는 줄 알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숲속에서 묶여 있지 않은 사슴이

먹이를 찾아 여기저기 다니듯이

지혜로운 이는 독립과 자유를 찾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욕망은 실로 그 빛깔이 곱고 감미로우며

우리를 즐겁게 한다.

그러나 한편 여러가지 모양으로

우리 마음을 산산이 흐트려 놓는다.

욕망의 대상에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서로 다투는 철학적 견해를 초월하고

깨달음에 이르는 길에 도달하여

도를 얻은 사람은

'나는 지혜를 얻었으니

이제는 남의 지도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알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탐내지 말고, 속이지 말며,

갈망하지 말고, 남의 덕을 가리지 말고,

혼탁과 미혹을 버리고

세상의 온갖 애착에서 벗어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세상의 유희나 오락

혹은 쾌락에 젖지 말고

관심도 가지지 말라.

꾸밈 없이 진실을 말하면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물속의 고기가 그물을 찢듯이

한번 불타버린 곳에는

다시 불이 붙지 않듯이

모든 번뇌의 매듭을 끊어버리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마음속의 다섯 가지 덮개(五蓋)를 벗기고

온갖 번뇌를 제거하여 의지하지 않으며

애욕의 허물을 끊어버리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최고의 목적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 정진하고

마음의 안일을 물리치고

수행에 게으르지 말며

용맹정진하여 몸의 힘과 지혜의 힘을 갖추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애착을 없애는 일에 게으르지 말며,

벙어리도 되지 말라.

학문을 닦고 마음을 안정시켜

이치를 분명히 알며 자제하고 노력해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이빨이 억세고 뭇짐승의 왕인 사자가

다른 짐승을 제압하듯이

궁벽한 곳에 거처를 마련하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자비와 고요와 동정과 해탈과 기쁨을

적당한 때에 따라 익히고

모든 세상을 저버림 없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탐욕과 혐오와 헤맴을 버리고

속박을 끊어 목숨을 잃어도 두려워하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차나 한잔 들고가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속에서 벗어나면   (0) 2014.06.09
지금 우리, 인간이 해야 할 일  (0) 2014.06.06
歸根曰靜  (0) 2014.06.02
나는 철학자이고 싶다.   (0) 2014.05.30
내몸의 등에  (0) 2014.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