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지음

유전자 기계

 동식물은 모든 세포에 모든 유전자의 완전한 복사가 분배되어 있는 다세포 생물로 진화해 왔다.이와 같은 것이 언제 왜 혹은 독립적으로 몇 번이나 생겼는지는 모른다.어떤 사람은 몸을 세포의 군체라고 비유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동물은 민첩하고 활발한 유전자의 운반자, 즉 유전자의 기계가 되었다. 생물학자가 사용하는 의미로 행동의 특징은 움직임이 빠르다는 것이다. 동물이 빠른 운동을 하기 위해 진화시킨 기관은 근육이다. 근육은 증기기관이나 내연기관과 같이 화학연료에 저장된 에너지를 사용해서 기계적 운동을 발생시키는 엔진이다.

 

생물컴퓨터의 기본단위인 신경세포, 즉 뉴런은 그 내부작용이 트랜지스터와는 다르다. 분명히 뉴런에서 뉴런으로 전해지는 신호는 디지털 컴퓨터의 펄스신호와 약간은 닮은 것으로 보인다.뉴런은 기본적으로 그 자체가 세포이고 다른 세포와 같이 핵과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들의 세포막은 가늘고 길며 철사 모양의 돌기를 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하나의 뉴런에는 축삭돌기라는 특별히 긴 줄이 한가닥 있다. 축삭돌기의 길이는 수 미터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축삭돌기는 보통 다발로 되어 있고 많은 가닥이 꼬여 굵은 케이블을 형성한다. 이것이 신경이다. 신경은 몸의 어떤 부분에서 다른 부분으로 마치 전화케이블 간선처럼 메시지를 운반한다. 어떤 뉴런은 축삭돌기가 짧고 신경절 또는 더 큰 경우에는 뇌라고 하는 밀집된 신경조직의 집합속에 수용되어 있다. 뇌는 기능상 컴퓨터와 유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것들은 어느 것이나 복잡한 입력 패튼을 분석하여 저장되어 있는 정보를 조화한후 복잡한 출력 패튼을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뇌가 생존기계의 성공에 실제로 공헌하는 방법으로서 중요한 것은 근수축의 제어와 조정이다. 뇌가 이것을 행하기 위해서는 근육으로 통하는 케이블이 필요하다. 그것이 운동신경이다. 뇌는 감각신경이라는 신경삭에 의해 감각기관에 이어져 있다동물이 먹이를 찾거나 배우자를 찾거나 또는 잃어버린 새끼를 찾는 것을 보면 우리들이 무엇인가를 찾을 때 경험하는 어떤 종류의 주관적 감정을 그 동물 역시 가지고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은 감정에는 어떤 것에 대한 욕망, 바라는 것을 상상한 그림 또는 목적 내지 설계도가 포함되어 있다

 

나는 의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모르지만 목적에 따라 동기가 주어지는 것과 같이 행동하는 기계의 일을 말하는 것으로 그에 대한 의미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목적기계, 즉 의식적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기계 내지 물건은 사물의 현재 상태와 바라는 상태와의 차이를 측정하는 일종의 특정장치를 가지고 있다. 이 차이가 클수록 이 기계는 더 열심히 돌아가도록 만들어진다. 이렇게해서 기계는 자동적으로 차이를 좁혀가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음의 피드백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그리고 바라는 상태에 도달하면 기계는 멈춘다.

 

유전자는 스스로 직접 인형을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의 프로그램 작성자처럼 간접적으로 자기의 생존기계의 행동을 제어한다. 유전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미리 생존기계의 체제를 만드는 것이다자기에게 유리하도록 일상적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지구상에 컴퓨터를 만들어야 했던 것처럼 우리의 유전자도 뇌를 만들지 않으면 안되었다. 유전자는 단백질 합성을 제어하는 일을 통해서 작용한다. 이것은 세계를 조종하는 강력한 방법인데 그 속도는 매우 느리다. 유전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안드로메다 외계인처럼 자기 이익을 위해 신속히 작동하는 컴퓨터를 조립하여 예측할 수 있고,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가능성들에 대처하기 위해 규칙과 충고를 사전에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최선의 대책을 강구해두는 것 뿐이다.

 

이것이 유전자가 과거의 몸 속에서 항상 해온 것이고 또 유전자가 아직도 유전자 풀 속에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유전자는 눈이 올 것을 예측하고, 그 예측은 모피를 백색으로 위장한다반면에 예측을 잘못하여 북극의 기후가 급변하고, 아기곰이 열대의 사막에서 태어난다면 그 유전자는 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아기곰은 죽고 그 속의 유전자도 죽을 것이다복잡한 세계에서 예측하는 일은 불확실한 결과를 동반하는 것이다. 생존기계가 내리는 결정은 모두 도박이다. 이때 평균적으로 이로운 결정을 내리도록 뇌에 미리 프로그램을 짜놓는 일이야 말로 유전자가 할 일이다.우리가 믿어야 할 것은 유전자가 가급적 개체로 하여금 올바른 도박을 할 수 있도록 뇌를 만들어준 그 개체는 당연히 살아남고, 따라서 그 같은 유전자를 늘려 갈 것이라는 사실이다. 매우 예측이 불가능한 환경에서 예측해야만 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전자가 취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학습능력을 만드는 것이다.

 

뇌는 생존기계의 일을 매일 관리할 뿐만 아니라 미래를 예언하고  그것에 따라 행위하는 능력도 있다. 또 뇌는 유전자의 독재에 반항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가급적 많은 아이 낳기를 거부하는 것이 그에 해당한다.생존기계와 신경계를 조립하는 방법을 지령하는 것에 따라 유전자는 생존기계의 행동에 궁극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행동에 영향을 준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가를 순간순간 결정해 가는 것은 신경계이다유전자는 프로그램 작성의 우두머리이며 자기 생명을 위해 프로그램을 만든다. 유전자는 자기의 생존 기계가 생애에 부딪히는 모든 위험에 대처하는 능력으로 그들이 만든 프로그램의 성공여부에 의해 심판 받는다.

 

생존기계를 위해 의사결정을 하는 뇌의 최우선 순위는 개체의 생존과 번식이다. 이 군체내의 유전자는 이 우선 순위에 합의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동물은 먹이를 찾기 위하여 먼길을 나선다. 또 자기가 잡혀 먹히지 않기 위하여 병이나 사고를 피하기 위하여, 나쁜 기후 조건에서 몸을 지키기 위하여, 이성을 찾아 교미를 유도하기 위하여, 자기가 누리고 있는 것을 자식에게 물려 주기 위하여 어려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지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족계획  (0) 2009.07.20
공격-안정성과 이기적 기계  (0) 2009.07.20
불멸의 코일  (0) 2009.07.17
자기 복제자.  (0) 2009.07.17
사람은 왜 존재하는가?  (0) 2009.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