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지음

불멸의 코일

우리는 생존기계다. 여기서 말하는 우리란 인간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모든 동식물, 박테리아 그리고 바이러스를 포함한다. 우리 모두는 같은 종류의 자기복제자 즉 DNA라고 불리는 분자를 위한 생존기계다. 세상을 살아가는데는 여러 종류의 생활방법이 있는데,  자기 복제자는 다종다양한 기계를 만들어 이것을 이용하고있다. 원숭이는 나무위에서 물고기는 물속에서..

 

DNA분자는 뉴클레오티라고 불리는 소형 분자를 구성단위로 하는 긴 사슬이다. 단백질 분자가 아미노산의 사슬인 것과 같이 DNA분자도 뉴클레오티드의 사슬이다. 아름다운 나선형으로 맞물린 한 쌍의 뉴클레오티드의 사슬인 이중나선으로 불멸의 코일이라 불린다DNA는 우리 몸속에 살고 있다. 그것은 몸통 한곳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각 세포에 분포해 있다. 한 인간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수는 평균 약 10 15승개이다. 예외적인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그들 세포 모두에는 그 사람 신체의 완전한 DNA사본이 들어있다.  DNA는 뉴클에오티드의 A,T,C,G라는 알파벳을 이용해 몸을 만드는 방법에 관한 한세트의 지령이라고 해도 좋다. 그것은 마치 거대한 빌딩의 모든 방에 그 빌딩 전체의 설계도를 넣어둔 책장과도 같다. 세포 내의 이 책장을 핵이라 불린다. 인간의 설계도는 46권이나 되며 이 수는 종에 따라 다르다. 우리는 각 권을 염색체라 부른다. 유전자간의 경계는 책의 페이지 사이의 경계만큼 분명치는 않으나, 페이지는 유전자와 같은 뜻으로 사용하겠다.

 

DNA분자는 두가지 중요한 일을 하는데 그중 하나가 복제다. DNA분자는 스스로 사본을 만든다. 이 작용은 생명의 탄생이래 쉬지 않고 계속되어 왔으며 처음 수정 되었을 때 설계도의 원본 하나가 들어있는 1개의 세포였다. 이 세포는 각기 본래의 세포 설계도 사본을 받은 2개의 세포로 분열된다. 다시 분열을 계속하여 세포수는 몇 조가 된다DNA의 두번째 작용은  다른 종류의 분자인 단백질 제조를 간접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A,T,C,G의 뉴클레오티드 알파벳으로 쓰인 암호화된 DNA메시지는 단순한 기계적인 방법으로 별도의 알파벳으로 번역된다. 이것은 아미노산의 알파벳으로 되어 단백질 분자를 한자 한자 읽어간다.  단백질을 만드는 것은 몸을 만드는 것과 무관하게 생각하기 쉬우나 사실 그 방향으로 가는 작은 첫 걸음이다. 단백질은 몸의 물리적 구조를 구성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세포내의 화학적 과정 전반에 예민한 제어기능을 발휘하여 정확한 시간, 정확한 장소에 화학적 과정의 스위치를 선택적으로 꼈다,껐다 한다.

 

하나의 생존기계는 하나만이 아닌 수 십만이나 되는 유전자를 가진 하나의 운반자이다. 몸을 형성한다는 것은 개개의 유전자의 기여도를 구별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한 협력사업이다. 하나의 유전자가 몸의 여러 부분에 각각 다른 영향을 주기도 한다. 또 신체의 어떤 부위는 여러 유전자의 영향을 받으며, 어떠한 유전자는 다른 많은 유전자들의 상호작용에 의해 그 효과를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또 그중에는 다른 유전자 군의 작용을 제어하는 지배 유전자의 작용을 하는 것도 있다. 유전자란 이를테면 설계도의 각각의 페이지에는 건물의 각 부분에 관한 지시가 쓰여 있고 각 페이지에는 수 많은 다른 페이지의 앞 뒤를 참조함으로써 의미를 갖는 것과 같다.

 

인간은 몸을 만들기 위해 설계도가 46권이 있다고 했다. 46개의 염색체는 23권의 대립적인 두 세트라고 해도 좋다. 23a 23b권으로. 우리는 부모로부터 각각 원래의 모습대로 염색체를 받는다. 이 각각의 염색체는  난소 안에서 조립된 것이다. 어떤 것은 아버지로부터 온 것이고  어떤 것은 어머니로부터 온 것이다. 한쌍으로 된 염색체는 서로 물리적으로 붙어서 전 생애를 지낼 수도 없고, 가까이 지낼 수도 없다. 어떠한 경우에도 한쪽의 표시가 다른 쪽을 이긴다. 갈색눈을 가진 사람에게 푸른 눈을 만들기 위한 지령은 무시되는 것이다. 이 무시되는 유전자를 열성유전자라 한다. 열성 유전자의 반대로는 우성유전자다.  갈색과 푸른색 유전자와 같이 2개의 유전자가 염색체상의 동일 위치에서 경쟁자일 경우 대립유전자라고 부른다.

 

어떤 시점에서 보면 모든 유전자는 개개의 생존기계 속에 구속되어 있다. 유전자는 수정시에 우리가 할당 받은 것이므로 이에 관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개체군 유전자는 일반적으로 유전자 풀로 보는 것이 더 의미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유전자풀 이란 유전학자가 사용하는 학술 용어다. 가령 유성생식은 정해진 방법에 따르기만 하지만, 유전자를 서로 섞어서 붙이기 때문에 유전자 풀이란 말이 훌륭한 추상적 개념이다정자 또는 난자 형성중에 아버지쪽의 각 염색체들의 조각들은 물리적으로 스스로 떨어져서 어머니 쪽의 염색체에 있는 해당조각과 바뀐다. 염색체 조각을 교환하는 이과정을 교차라고 한다. (유전자 기능단위를 나타내는 시스트론이란 말은 유전자라는 말과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아무리 가까운 친척이라도 하나의 염색체가 완전히 당신과 같은 사람은 없다. 유전단위가 작으면 작을수록 그것은 다른 개체와 공유할 가능성이 높다. 즉 사본의 형태로 이 세상에 나타날 확률이 높다

 

유전자는 자기의 목적에 따라 자기의 방법으로 몸을 조절하며 몸이 노쇠하거나 죽음에 이르기 전에 죽을 운명에 있는 그들의 몸을 차례로 포기해 버림으로써 세대를 거치면서 몸에서 몸으로 옮겨간다. 유전자는 불멸의 존재다유성생식은 자기복제가 아니다. 개체군이 다른 개체군에 의해 오염되듯 한 개체의 자손은 성적 파트너에 의해 오염된다. 당신의 자식은 당신의 절반밖에 안되고, 당신의 손자는 당신의 1/4밖에 안된다. 그리하여 겨우 몇세대가 지나면 당신의 자손들은 당신의 아주 작은 부분만을 지닌다.

 

개체는 안정된 것이 아니라 정신없이 떠도는 존재다. 염색체 또한 트럼프놀이 카드처럼 즉시 섞이고 곧바로 잃어버린게 된다. 그러나 섞인 카드자체는 살아 남는다. 바로 이 카드가 유전자다. 유전자는 교체에 의해 파괴되지 않고, 단지 파트너를 바꾸어 행진을 계속할 뿐이다. 유전자는 자기 복제자이고 우리는 유전자들의 생존기계인 것이다유전자가 살아남아 생존하는 것은 운이 좋아서 그럴수도 있지만 대개는 그 유전자가 필요로 하는 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그들의 유전자가 생존기계를 만드는데 뛰어난 것이다예컨대 어떤 우세한 유전자는 자기가 붙어 살고있는 각 세대의 몸에 긴 다리를 주어 그 몸이 포식자로부터 도망가기 쉽게하여 자신의 생존율 확실하게 할지 모른다. 긴다리를 가진 것이 항상 확실한 장점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보편적인 것은 아니다. 개개의 세부적인 것에 치우치지 않고 모든 우세한 유전자에 공통되는 어떤 보편적인 특성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유전자 수준에서 이타주의는 열세하고 이기주의는 우세하다는 것이다.

 

조정경기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들이 탄 보트가 이긴다는 것은 단지 평균을 나타내는 것 뿐이다. 이 선수들에 해당하는 것이 유전자다. 보트의 각 위치를 점하려는 경쟁자는 염색체상의 동일 위치를 점할 가능성이 있는 대립유전자다. 노를 빨리 젓는 것은 생존에 필요한 성공적인 몸을 만드는 것과 같다. 이때 바람은 외부환경에 해당한다

 

우수한 유전자의 가장 일반적인 특성은 이기성이다. 자신이 지니고 있는 개체를 죽게하는 유전자를 치사유전자라고 한다. 반치사 유전자는 어느정도 개체를 쇠약하게 만든다. 예컨대 다른 원인에 의해 죽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대부분의 유전자는 태아기에 그 영향을 나타내지만 어떤 유전자는 청년기에 또 어떤 것은 중년기에 그리고 어떤 유전자는 노년기에도 계속 영향을 미친다DNA의 진정한 목적은 생존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유전자의 관점에서 보면 유전자풀은 새로운 형태의 수프, 유전자의 생활 공간이다 .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지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격-안정성과 이기적 기계  (0) 2009.07.20
유전자 기계  (0) 2009.07.17
자기 복제자.  (0) 2009.07.17
사람은 왜 존재하는가?  (0) 2009.07.17
우리는 생존 기계  (0) 2009.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