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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관한 생각 (대니얼 카너먼,

위험회피

사람은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드는 변화를 수용하기 어려워 한다. 일례로 실업근로자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얻기 위해 수용할 수 있는 최소임금은 기존 임금의 평균 90%이지만, 일년이 지나면 이 액수는 10% 미만으로 줄어든다. 때로는 중요한 휴가를 잃게 된다는 사실이 추가소득이 주는 혜택보다 중요하게 여겨진다. 이득의 성격은 다르지만, 이미 소유한 이득은 그 사람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기본가치가 된다. 손실회피는 선택들이 기준 상황을 선호하는 쪽으로 강력하게 쏠려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큰 변화보다는 작은 변화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어떤 와인을 소유하고 있으면 그 가치가 계속 오를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이것을 '소유효과'라 한다. 전망이론은 와인의 매수나 매도 의지는 기준점에 달려 있음을 암시한다. 와인을 갖고 있다면, 그것을 포기할 때 느끼는 고통을 생각한다. 반대로 와인이 없다면, 그는 와인을 소유할 때 느낄 즐거움을 떠올린다. 위험회피 때문에 이 두 행위의 가치는 똑같지 않았다. 즉 좋은 와인을 포기하면서 느끼는 고통이 좋은 와인을 구함으로써 얻는 즐거움보다 더 크다.

 

상인이 당신에게 파는 신발과 당신이 신발을 사려고 지불하는 돈은 거래를 위한 목적으로 갖고 있는 것이다. 신발과 돈은 모두 다른 재화와의 거래를 위해 존재한다. 와인과 축구 입장권 같은 다른 재화들은 사용, 소비되거나 즐길 목적으로 보유된다. 휴가일수 혹은 소득으로 감당할 수 있는 생활기준은 판매나 거래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개인은 교환권을 거래하기 위해 계속 공식적인 제의를 하고 다른 사람들은 그 제안에 공식적으로 대응을 한다. 모든 사람이 이러한 거래들을 주시하면서 교환권이 거래되는 가격을 본다. 물은 반드시 위에서 아래서 흐르는 것처럼, 자신에게 가치없는 교환권을 소유한 사람들은 그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는 누군가에게 자신에게 이득이 될 수 있도록 자신이 보유한 교환권을 판다. 시장의 마술이다. 판매자와 선택자의 차이는 결정 순간의 감정이다. 판매자들이 정하는 높은 가격은 그들 이미 소유하고 있는 재화를 포기하기 싫다는 의미이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재화를 팔면 불안과 고통을 일으키는 두뇌 영역이 활성화 된다.  구매도 이 영역을 활성화 시키지만, 가격이 너무 높다고 인식할 경우에만 그렇다. 두뇌 기록을 보면 특히 저렴한 가격에 구매했을 때 사람들은 즐거움을 느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망이론의 핵심은 기준점이 존재하며, 손해가 그 만큼의 이득보다 더 크게 보인다는 점이다. 합리적 경제 주체에게 구매가격은 부적절한 과거에 불과하다. 오직 현재 시장가치만 중요할 뿐이다. 하지만 가격이 하락 중인 주택시장에서는 사람은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 기준점이 높기 때문에, 더 높은 손실을 입게 소유자들은 자기 집에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하고 집을 팔기 위해 더 오랜 시간을 투자하며, 결과적으로 더 높은 가격에 집을 판다. 소유자가 자신의 재화를 미래에 거래하기 위한 가치의 운반체로 인식할 때에는 아무 소유효과도 예상되지 않는다. 거래경험이 없던 사람중 불과 18%만 선물을 교한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거래경험이 많은 트레이더들은 소유효과를 드러내지 않는다.  거래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분명 '대신 가질 수 있는 다른 것과 비교해서, 나는 이것을 가지고 싶어 하는가?' 라는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법을 배웠을 것이다.

 

이 질문을 던지는 순간 소유 효과는 사라진다.  재화를 얻을 때의 기쁨과 잃을 때의 고통 사이의 불균형이 부적절하기 때문이다.  전망이론으로 보면, 가난하다는 건 기준점이 이하의 생활을 한다는 뜻이다없는자들은 필요로 하는 재화들은 있지만 돈이 없어 살 수 없기 때문에 항상 손실 상태다. 그들이 가진 문제는 항상 손실 사이에서만 선택한다는 것이다. 한가지 재화를 위해 쓰는 돈은 그 대신 살 있는 다른 재화의 손실로 이어진다. 객관적으로 보기에는 부유하지만 지출이 고통스러운 사람들도 있다. 돈을 대하는 태도에 문화적 차이가 존재하기도 한다. 위험회피라는 개념은 심리학이 행동경제학에 한 가장 큰 기여가 확실하다. 인간은 많은 결과를 이득과 손해로 평가하는데 손해가 이득보다 커 보이는 사실은 누구에게라도 특별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이득을 얻기보다 손해를 피하려는 욕구가 훨씬 강력하다. 기준점은 어떤 현 상태가 되지만 미래의 어떤 목표가 되기도 한다. 목표를 성취하지 못하면 손해, 목표를 초과 달성하면 이득이다목표를 성취하지 못해서 빚어진 실패의 회피 성향이 목표를 초과 달성하려는 욕구보다 훨씬 강한 법이다.

 

한달 혹은 일년의 수입을 정해놓을 수 있지만 노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목표는 일반적으로 매일 버는 수입의 목표치이다. 물론 일일수입 목표치는 다른 날보다 훨씬 더 성취하기 쉬운 날이 있다. 비오는 날 택시 운전사는 오랫동안 빈차로 다니는 법이 없기 때문에 빠른 시간 안에 목표를 달성하겠지만 그렇지 못할 때도 자주 있다. 경제원리에 따르면 택시운전사들은 비가 오는 날 장시간 일하고, 화창한 날 에는 낮은 가격에 여가를 즐길 수 있을 때는 여가를 즐겨야 한다. 하지만 손실회피 논리는 그 반대의 경우를 암시한다. 즉 일일 목표치가 정해져 있는 택시운전사들은 손님이 적을 때 더 오래 일하고,  비가 올 때 비를 피하려 택시를 타는 손님들이 많을 때  일찍 퇴근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프로골퍼들도 보기를 피하는 퍼팅에 버디를 하려는 퍼팅보다 더 집중한다. 파퍼팅을 놓치면 손해지만, 버디를 하려는 퍼팅은 이득을 날리는 것은 아니다. 위험회피와 이득 성취를 위한 두가지 동기들의 불균형 강도는 장소 불문하고 거의 어디서나 일어난다. 이런 협상은 국제무역이나 노사협상, 무기제한 논의에서도 적용된다.  기존 조건은 기준 점이 되고, 합의의 어떤 측면의 변화 제안은 분명 한쪽이 다른 쪽에 양보해야 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위험회피는 합의 도달을 어렵게 만드는 불균형을 만든다.

 

당신이 내게 양보하면, 나는 이득을 얻지만 당신은 손해를 본다.  그래서 내가 기쁨을 누릴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당신은 고통을 경험한다.  결과적으로 당신은 나보다 양보에 더 높은 가치를 둘 것이다. 협상가들은 협상 도중에 교환하는 다수의 메시지들은 상대방에게 기준점을 전달하고, 닻을 제시하기 위한 시도이다. 메시지들이 항상 진실하진 않다. 사람들을 포함한 동물들은 이득을 얻기보다는 손해를 보지 않으려 열심히 싸운다.  동물의 세계에서 이런 원칙은 방어하는 쪽이 성공하는 이유가 된다. 개혁 계획은 언제나 많은 승자와 패자를 낳는다. 그러나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이 어떤 정치적 영향력을 갖고 있다면, 패배자들은 잠재적 승리자보다 훨씬 더 적극적이고 결연한 모습을 보일 것이고, 결과는 그들에게 유리하게 적용되지만 당초 계획보다 더 많은 돈이 덜고, 효과는 덜한 계획이 될 것이다. 개혁에는 일반적으로 현재 기득권자들을 지켜주는 부칙조항이 들어간다. 그 결과로 기존 근로자의 해고가 아니라, 자연감소를 통한 감원이나 이후 입사할 신입사원들에 한해 임금과 복지 혜택을 삭감하는 일이 벌어진다. 위험회피는 조직과 개인 모두 현 상태가 최소한도로만 변하는 걸 선호하는 강력하고, 보수적인 힘이다. 이러한 보수주의는 우리가 이웃, 결혼생활, 직장에서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는 중력에 이끌리듯 기준점 주위에 모여 생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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