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1과 시스템2가 만들어 주는 이야기의 정합성 때문에 사람은 자신의 의견에 주관적인 확신을 갖는다. 그 확신을 뒷받침할 증거의 양과 질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허술한 증거라도 충분히 훌륭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우리가 받는 개인별 인상은 정합적이고 분명하기 때문에 우리의 공식적 예측도 그만큼 단정적이다. 머릿속에 두선의 길이가 같다는 것을 알지만, 실제로 길이가 달라보인다. 정당성 착각이다. 자신감은 느낌이며, 이 느낌은 정보의 정합성과 정보 처리의 인지적 편리함이 반영된 결과이다. 따라서 불확실성은 진지하게 인정해야 현명하지만 높은 자신감을 피력한 사람은 자신이 머릿속에서 정합적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는 것을 당신에게 알려준다. 다만 그 이야기가 반드시 사실인 것은 아니다.
당신이 주식을 팔면 누가 살까? 무엇이 한 사람은 매수하고, 한 사람은 매도하게 만드는 것일까? 매도자는 매수자가 모르는 무엇을 안다고 생각한걸까? 주식시장은 기술의 착각으로 세워진 것 같다. 매일 수십억 주가 거래되며 수많은 사람이 주식을 매매한다. 대부분의 매수자와 매도자는 똑같은 정보를 갖고 있다. 즉 그들이 서로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주식을 거래한다. 매수자는 가격이 너무 낮아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고, 매도자는 주가가 높아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수수께기는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현재 가격이 잘못 되었다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가격이 어디로 어떻게 움직일지, 자신이 시장보다 더 잘 안다고 믿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그들에게 그러한 믿음은 대부분 착각이다. 시장에서 모두 자신의 가격이 적정하게 산정된다면, 누구도 거래를 통해 자산이 오르거나 내릴거라고 기대할 수 없다. 수많은 개미 투자자들은 거래하면서 계속 손실을 입는다.
개인투자자들은 매수한 후 가격이 오른 주식들을 매도함으로써 차익을 실현하는 걸 좋아하는 반면 가격이 내린 주식은 그대로 붙들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불행한 일이지만, 최근 오른 주식들을 단기적으로 보면, 최근 내린 주식들에 비해 계속 더 높은 수익률을 보여주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개인 투자자 들은 주식을 잘못 판 셈이다. 게다가 그들은 잘못된 주식을 매수하기까지 한다. 펀드 매니저를 포함한 전문투자자들은 지속적인 성취라는 기본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세 군데의 뮤추얼 펀드중 적어도 두 곳은 특정 해 동안 전체 시장 평균보다 투자 수익율이 낮다. 거의 모든 주식 투자자는 운에 좌우한 게임을 하고 있다. 투자 자문사에서 임원을 중책을 맡은 유능한 전문가라 생각한다. 포트폴리오 구축에 있어 회사는 운을 기술로 착각하고, 그것을 보상해 주고 있다. 기술의 착각은 개인만 겪는 이상한 문제가 아니라 산업문화 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착각을 일으킬 소지가 가장 높은 심리적인 원인은 주식을 선별하는 사람들이 고도의 기술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한 기업의 사업전망을 평가하는 기술은 성공적인 주식거래의 충분조건이 아니다. 주식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기업에 대한 정보가 이미 주가에 선반영되어 있는지 여부이다. 트레이더들은 분명 이런 중요한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기술이 부족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무지를 모르고 있는 것 같다. 트레이더들의 주관적인 자신감은 판단이 아닌 감정일 뿐이다. 정당성과 기술의 착각은 강력한 전문가 문화 덕분에 더욱 심화된다. 금융계의 전문투자자들의 문화를 감안하면 그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중에 다수가 자신은 타인이 못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선택받은 소수라고 믿는다는 것이 놀랍지만은 않다. 과거의 정합적인 내러티브를 구성하고 믿으려는 경향 때문에, 우리는 자기예측력의 한계를 수용하길 어려워한다. 나중에 보면 다 이해되는 것 같다.
오늘 느지막이 생각했을때 이해되는 일이 이미 어제 예측가능했다는 강력한 직관을 억누르기 힘들다. 과거를 이해한다는 착각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과신한다. 인간이 기계와 싸울 때 우리는 동료인 인간 편이 된다.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내리는 알고리즘에 대한 거부감은 많은 사람들이, 합성이나 인위적인 것에 비해 자연스러운 것에 갖는 강력한 선호도에 뿌리를 내린다. 유기농으로 재배된 사과를 먹을건지, 혹은 상업용으로 재배된 사과를 먹을건지 묻는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자를 선호한다. 두 사과가 맛이 같고 영양가가 동일하다해도 사람들은 여전히 유기농을 좋아할 것이다. 공식에 따라 인간적 판단을 대체할 수 있을 때마다 공식을 다시 한번 고려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