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락 파악하기

 맥락에서는 시간, 장소, 주변상황을 떠올려야 한다. 겉으로 드러난 사실뿐 아니라, 이런 요소들까지 알아야 정보에 더 공정하게 접근할 수 있다.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면 성급한 반응을 나타내고 불공정한 판단을 내리기 때문이다. 어떤 주장이라도 주장하는 사람이 전달하고자 하는 생각과 감정이 있고, 대화중에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맥락을 파악하면 말하는 사람이 왜 그렇게 말하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내가 어느날 밤 뉴스에서 중동지역 어딘가에서 인근 부족들간의 벌어진 잔혹 장면을 보고 "저 사람들은 뭐가 문제야? 함께 협력하여 더 잘 살도록 하면 좋을 텐데 왜 그걸 모르는거야?" 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치다. 나는 그들의 세계에 살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내 편향성 필터와 텔레비전 뉴스 편집자의 관점을 통해 걸러진 정보만 수집했기 때문에 이야기 전체그림을 알 수 없다. 방송매체를 통해 우리가 얻는 정보는 제한적이고, 그들이 보여주는 끊임없는 폭려사태는 전체 그림의 단면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전체 맥락을 모르면 편견이 개입되고 공정하지 않은 방식으로 정보를 해석하게 된다.

 

정보의 맥락이 충분히 갖추어졌다고 판단할 수 있을 때는 언제일까?  여러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대답은  '한마디로 불가능하다'이다. 거의 대부분의 정보는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믿든 안믿든 공정성은 적을 포함하여 누구나 똑같이 가지고 있는 최상의 원리이다. 우리는 자신도 경솔하거나 섣부른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어야 한다. 지침과 기준에 따라 스스로 결론을 수정해 나가고 필요하다면, 상대편에 사과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모든 것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어떤 주장이나 아이디어가 얼마나 가치 있는지 더 잘 판단하도록 기준을 세워야 한다. 기준이 있으면, 어떤 관점이 더 타당하고 설득력 있는지 판단하는데 도움이 된다. 700만년 전에 침팬지와 공동조상으로부터 갈라져 10여종이 넘는 인간의 다른 모든 계통이 멸종되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종이 호모사피엔스이다. 대진화가 일어나려면 시간이 대단히 오래 걸린다. 침팬지를 비릇한 다른 유인원들은 우리와 진화 계보가 다르다.  다른 유전적, 환경적 압력이 우리를 그들과 다르게 진화시켰다. 그런데 초자연주의자들인 기독교도들은 신이 천지를, 그것도 인간을 비롯한 세상의 모든 종을 생각만으로 단번에 창조했다는 믿음에 치우쳐져 있다.

 

왜 우리는 공정해야 하는 것일까? 남들은 안그런데. 혼자 공정성을 외치다가는 만만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닐까?  아니다. 공정하게 행동하고 서로 협력하는 것은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이 세상에서 진정한 의미의 질서를 유지하고, 서로 존중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모두가 공정하게 행동할 때 대다수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더 많이 얻을 수 있다. 부당하게 행동하는 몇 사람이 더 많은 것을 얻을지는 모르나, 그건 나머지 대다수 사람들의 희생을 대가로 치른 것이다. 편향성이 우리의 판단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내고,  정보의 양과 정보의 맥락을 고려하면 우리가 공정하게 판단하고 행동할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다. 자기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의 논증 구조를 적극적으로 파악하는 것을 '도식화'라고 한다. 논증을 도식화하면, 결론인 지붕과 떠받치고 있는 벽인 전제 그 아래 바탕이 되는 가정으로 이루어진 논증의 전체 구조를 불 수 있다.

 

당신 역시 당신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한 주장을 상대편이 공정하게 이해 해주고, 그렇게 비추어 지기를 바랄 것이다. 어떤 사람이 논증에서 일부러 또는 무의식적으로 그 사람의 의도를 잘못 해석한다면, 당신은 공정하지 못한 것이다.  공정하다는 것은 우리가 살면서 가장 먼저 배우는 규칙중 하나이며, 비판적인 사고에서도 아주 기본적인 원칙이다. 논증에서 맨먼저 할 일은 결론을 파악하는 것이다.  논증을 펴는 사람이 당신에게 지지를 얻고자 하는 전체적인 요점은 무엇인가? 말이든 글이든 먼저 주장하는 사람의 결론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고 나면 나머지 요소들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