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이 세계도 시계처럼 복잡하고도 정교한 시스템으로 정확하게 운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태양계 수많은 유성들은 서로 부딪힘이 없이 정확하게 회전하면서, 그 회전 속도와 주기가 수학으로 분석될 수 있다는 점, 계절이 순서에 따라 어김없이 찾아온다 점, 생물 신체구조가 극도로 복잡하면서도 마치 기계처럼 일정하게 작동한다는 점, 인간 뇌세포가 수백만개이면서도 서로 긴밀히 협조하여 움직인다는 점, 인간 시력은 높은 정확성과 함께 색깔을 분별할 수 있다는 점, 새 날개는 공기 저항을 받으면서도 날수 있다는 점, 물고기 지느러미는 물에서 살기 알맞다는 점, 낮과 밤이 교대로 돌아와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쉴 수 있다는 점, 본능은 쾌락에 그치지 않고 종족을 번식시킬 수 있다는 점, 자연법칙은 정확하게 공식으로 환원할 수 있다는 점, 예를 들어 만유인력 법칙은 각 질량들 곱에 비례하고, 두 물체의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 한다는 수식으로 만들어진다는 점, 등등을 생각해 보라. 이렇듯 놀라운 질서를 관찰하면, 우리는 자연을 설계한 존재로서 신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지금 살고 있는 세계가 마치 설계된 것처럼 보일뿐이다. 수많은 원자들이 일정한 시간동안 가능한 한, 여러가지로 결합되면서 움직인다. 그러다가 어떤 결합이 어느 순간 오랜 시간동안 안정상태를 이룰 때, 그 안정상태가 곧 우리가 발견하는 질서이다. 이러한 가설에 따르면, 이세계 에서 발견하는 질서를 단순히 자연현상으로 설명할 따름이다. 이 설명에 세계를 초월하는 어떤 존재를 끌어들일 필요가 없다. 세계를 설계한 존재를 추정할 때 이 세계에 난무하는 수많은 무질서와 혼란, 심지어 악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는 물음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사람은 자기가 생각할 수 있는 대상을 자기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 국한할 뿐이다. 그런 만큼 사람이 생각하는 세계란 지극히 제한된 세계이다. 누군가가 망상에 시달리면 정신이상으로 불리며, 다수가 망상에 시달리면 종교라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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