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주의가 발휘하는 막강한 영향으로 철학은 마치 이성 활동처럼 여겨져 왔다. 이성은 어떤 경우 폭력을 멀리하라는 뜻이기도 하다. 선술집에 몰려가 왁자지껄하게 술 마시던 젊은이들은 자기주장을 강하게 내세우다가 곧잘 다른 의견을 내세우는 친구와 심한 언쟁을 벌이기도 한다. 그러는 중 욕설이 튀어나오고, 급기야 언쟁은 주먹다짐으로 번지기도 한다. 이런 경우 어느 누군가가 폭력으로 번지는 언쟁을 뜯어말리려고 이성을 따르라고 권유한다. 이성 능력은 절제, 용기, 올바름과 같은 덕과 결코 하나가 될 수는 없다. 이러한 이성 능력은 ‘이성은 이성이다’라는 말밖에 아무 일도 할수 없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이성을 따르라'는 말과 글을 이해하는능력을 넘어서 냉정하게 일처리를 하라는 뜻이기도 하다.
추론이란 전제에서 결론을 이끌어내는 과정이다. 그러나 문제는 어떤 전제가 거짓임에도 그 전제를 바탕으로 타당한 결론 도출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지혜는 어느 한사람이 단숨에 혼자서 얻을 수 있는, 그런 것이 결코 아니다. 지혜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 사이에 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스 신화에 미다스왕과 디오니소스 시종 실레누스가 나누는 대화에 비관주의가 깔린다. 실레누스는 '인간에게 가장 좋은 일은 태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라 하겠고, 다음으로 좋은 일은 일찍 죽는 것이니라' 했다. 아폴로는 태양신이다. 아폴로 다운 경향을 지닌 세계는 곧, 꿈 같은 세계이다. 꿈 같은 세계는 갈등도 없고, 부조화가 있을 턱이 없다. 모든 것이 완벽할 따름이다. 현실을 사는 인간에게 삶은 끝없는 우연과 불안으로 이어질 따름이다. 우연과 불안이란 고뇌다. 고뇌에 찬 삶을 견디어 나가면서 희열을 느끼는 것을 니체는 디오니소스다운 경향이라 불렀다. 디오니소스다운 경향이 가진 본질은 '도취'이다. 소크라테스는 아폴로다운 경향을 내세우면서 디오니소스 다운 경향에서 벗어나려 했던 최초 인물이다.
큰 동굴이 있다. 거기 사는 사람들은 사슬에 묶인 채 동굴 벽면만 마주하며 살아간다. 그들 등 뒤로는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으며, 불과 그들 사이에 길이 나 있다. 동굴에 묶인 사람들은 그 길로 다니는 사람들을 제대로 불수 없고 그림자만 본다. 그 그림자를 보면서 그림자가 진짜 모습이라 믿는다. 어떤 사람이 사슬이 풀려 불을 향해 걸어갔다. 불이 품어내는 빛에 눈이 부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 점차 세계가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이제까지 자기가 살았던 삶이 잘못된 삶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어쩔수 없이 그는 다시 동굴속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다시 동굴 생활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가 어둠에 적응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그는 그가 보았던 동굴바깥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다른 사람들을 그를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간다. 동굴에 익숙한 다른 사람들은 현 상태가 최선의 세계라고 생각하면서 동굴 떠나기를 두려워한다. 그도 다시 동굴세상에 적응하여 살아갈 수 밖에 없다.
"대상들이 가진 빛깔을 해가 비출 경우 눈에 분명하게 보일걸세. 마찬가지로 마음도 그렇게 생각해보게. 실제를 비추는 곳, 그곳에 마음이 머무를 때에는 이를 이해하고 인식하여 정신을 지닌듯 하네. 그러나 어둠이 섞인 것에, 그러니까 생성하고 소멸하는 것에 머무르면 의견을 가질 뿐이고, 이 의견들을 자꾸 바꾸어 가지면서 어두운 상태에 놓여 정신을 지니지 못한듯 하네." (플라톤: 박종현 옮김)
진짜와 가짜를 구별해야 한다는 주장이 본질주의이다. 이 본질주의를 이 세상에 퍼뜨린 사람이 플라톤이다. 플라톤은 아테네에서 북서쪽으로 떨어진 숲 속에 학교를 청설한다. 이 숲 전설에 나오는 영웅 아카데무스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학교를 아카데미아로 불렀다. 아카데미아는 서양 중세이후 대학교육이 지향했던 원형이었다. 아카데미아는 900년이상 존속했다. 플라톤은 현실 세계에 좌절을 느껴 생애 마지막까지 저술활동에 몰두한다. 그가 펴낸 저술들은 현실을 넘어선 이상 세계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그 이상 세계는 '이데아 세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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