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사람과 삶, 인간은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과 철학에 대해 이야기한다. 물음을 묻는 일을 싫어하는 것은 진실이 세상에 밝혀짐으로써 부끄러워지기 때문이다. 물음을 막지 말아야 한다. 무엇이든 물을 수 있어야 한다. 자기가 누구인지 스스로 물어야한다. 내가 사람이라면 내가 도대체 누구인지 물어야 한다. 궁금함이란 무엇을 잘 알지 못해 생기는 답답함이기도 하다. 답답함이란 불미스런 상태이다. 답답함이란 억눌려진 상태이기도 억눌려진 상태라면 누구나 이 상태를 벗어나고 싶어한다. 이 벗어나고 싶음에서 물음이 터져 나온다. 궁금함이란 어떤 사람을 우연히 만나는 순간 황홀감과 함께 겪는 떨림과 같다. 사람은 대개 자기가 접근하기 어려운 대상이나 상대를 아예 외면하려 한다. 떨림을 무릅쓰고 대화하려는 몸짓이란 얼마나 갸륵한가?
인간이 누구인가라는 물음은 어떤 사람에게는 갑작스럽고도 당황스런 물음인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궁금함이 중요하다. 궁금함은 철학을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궁금함에서 비로소 철학은 터져 나온다. 철학philosophy는 필로소피아philosophia가 그 어원이다. 필로소피아는 필로스philos와 소피아sophia를 합성한 말이다. 필로스는 사랑을 소피아는 지혜를 의미한다. 그래서 철학은 그 어원이 '지혜를 사랑함' 이다. 인간은 결코 완전하지 못하다. 완전한 모습이었을 때 같이 붙어있는 짝을 그리워하고 찾아다니는 인간본성을 에로스eros본성이라 한다. 지혜가 모자란다는 것조차 모르고, 지혜를 얻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인간은 무지를 자각하는 순간부터 지혜를 추구한다. 무지를 자각함이야말로 철학을 시작하는 출발점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부터 지혜를 그리워하고, 갈망하도록 운명지워졌다.
무지에서 벗어나 참된 지혜를 찾는 모습만큼의 인간다움은 없다. 철학은 무지함을 자각하는 정신이기도 한다. 철학은 물음을 묻는 활동이다. 철학은 끝없이 묻고 대답하고 또 묻고 대답한다. 어떤 대답으로도 만족하지 않는 까닭은, 어떤 답변이든 인간이 내린 답변이어서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끝없이 물음을 묻는 활동이 곧 비판이다. 끊임없이 물음을 묻고 그 물음에 대답함으로 써 비판은 이어진다. 철학이 제기하는 물음이란 쉽게 답을 구할 수 없는 큰 물음이다. '점심을 무엇을 먹을 것인가' 같은 물음은 작은 물음이다. 큰 물음이란 끝없이 논쟁을 불러일으켜 왔던 물음이며, 아직도 묻고 있는 물음이다. 철학이 제기하는 물음은 진지한 성찰과 비판을 요구하는 물음이다. 그렇다고 철학이 거창한 물음이나 특별한 훈련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것은 오로지 끊임없이 묻고 또 물으면서 대답하고, 그 대답을 다시금 헤아리며 비판하는 열린 마음뿐이다. 철학은 물음으로 시작한다. 물음으로 철학은 점차 천차만별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들추어내고 마침내 인간 삶은 무한한 가능성 그 한복판에 놓인다. 모습과 생각이 다양한 만큼 인간의 삶 역시 다양하다. 어느 한가지 모습과 생각으로 인간삶을 묶으려는 시도는 독단이다. 독단은 원중심에서 반지름을 단 하나만 그을 수 있는 주장과 같다. 수없이 많은 반지름을 누구나 그릴 수 있다. 끊없는 물음은 곧 천차만별 다양함을 드러내며 점차 삶은 무한한 가능성이라는 바다를 항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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