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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는다는 것, 죽는 다는 것. 홍사중 지음

건강하게 늙어라.

 잊기 힘들겠지만 그래도 우리가 반드시 잊어야 하는 것이 바로 후회다. 후회가 없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나이의 무게만큼 후회스러운 일도 늘어간다.젊었을 때에는 자기가 저지른 잘못에 대한 후회가 많다. 늙은 다음에는 기회가 많았는데도 미처 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후회, 생각만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것들에 대한 후회가 끝없이 밀려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후회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달려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 왔는가? 나의 꿈은 무엇인가?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이런 생각을 하고 나면 어떻게 늙어가야 하는가를 알게 될 것이다. 노년기에 접어들었다고 해서 모든 것이 일순간에 멈추는 것은 아니다. 젊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삶은 죽는 그 순간까지 계속된다. 따라서 과거에 대한 후회를 떨쳐버리고 오히려 더욱더 열정적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롱펠로우의 말처럼 '노년이란 젊음에 못지 않은 기회의 시기다.'  오래살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 당연한 애기이겠지만 특히 권력의 재미에 젖어 있거나 남 보기에도 복이 넘치는 사람이라면, 더욱더 장수하기를 바라기 마련이다. 모든 가족이 누구하나 걱정 할 것없이 잘 살고, 귀여운 손자 손녀들이 잘 자라고, 할아버지를 잘 따른다면, 손자 손녀가 결혼하는 것 까지 보고 죽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길 것이다.

 

희극배우 채플린은 말했다. "인생이란 아무리 괴로워도 살 보람이 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 세 가지가 필요하다. 그것은 용기와 희망과 약간의 돈이다 " 그런데 그는 가장 중요한 한가지를 빠뜨렸다. 다름 아닌 건강이다. 어쩌면 채플린은 늙어서도 건강했기 때문에 병으로 누워 있는 사람의 괴로움을 알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사람은 이 네 가지가 없을 때 죽지 못해 산다면서 한숨을 짓는다. 죽지도 못하고 오랫동안 병들어 누워있거나 치매에 걸린다는 것은 본인은 물론, 그를 간호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피를 말리는 것과 같은 괴로운 일이다. 늙어서도 가족들에게 짐이 되지 않고, 즐겁게 살다 조용히 죽는 것처럼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자면 첫째도, 둘째도 건강이다. 기침이 오랫동안 멎지 않으면 혹시나 폐에 이상이 생긴 것 아닐까, 위가 더부룩하면 위장에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팔다리가 저리면 혈액 순환에 장애가 생긴게 아닌가? 피로감이 좀 심한듯하면, 무슨 큰 탈이 생긴 건 아닌가 하고 걱정하곤 한다. 차라리 눈에 띄게 병세가 나타나면 병원에 가서 종합진단이라도 받을텐데, 그런 것 같지도 않으니 마음만 애가 탈 뿐이다. 

그런데 이런 걱정은 나만 드는게 아닌가 보다. 어쩌다 친구들을 만나면 마치 어린아이가 엄살 부리듯, 자신의 증상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느라 씨끌벅적하다. 그래서 친구들과 만날 때면 항상 새로운 건강법이며 보약에 대한 정보를 듣곤한다.

 

WHO발표에 의하면 질병은 네자리 숫자에 이른다고 한다. 그렇게 많은 병중에  단 하나도 없을 만큼 완전히 건강한 사람은 없다. 또 전혀 병이 없는 것 보다는 한두개쯤 있는 것이 건강하게 살 수 있다. 병에 걸린다는 것은 나쁜 일만은 아니다. 병이 심하면 잠시 일을 쉬고 편히 누워 있어야 한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강제 휴식이다. 병을 앓으면 그 동안 소홀히 다루어 오던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알게 되고, 병든 사람의 고통을 이해 하게 된다. 산다는게 무엇인가를 생각하게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