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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죽어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수용

만약 환자에게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다면 갑작스럽고 뜻하지 않는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리고 앞서 말한 단계에서 적절한 도움을 받았다면, 환자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더 이상 우울해 하거나 분노하지 않는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그때 쯤 환자는 삶과 건강에 대한 자신의 동경을 표현했을 것이고 ,자신처럼 서둘러 마지막을 준비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에 대한 분노도 표현했을 것이다. 소중한 사람들과 아름다운 것들을 영원히 잃어야만 하는 슬픔을 표현했을 것이고, 이제 조용히 기대감만 지닌채로 자신의 마지막에 대해 명상할 것이다.

 

수용의 단계가 행복한 상태로 잘못 이해되어서는 안된다. 이 단계는 감정의 공백기라 말할 수 있다.마치 고통이 사라지고 몸부림 치는 시간이 지나가고 나면, 어느 환자가 말했던 것 처럼 마침내 긴 여행을 끝내고 편안히 쉬어야 할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드는 것 뿐이다. 이 시기에는 대체로 환자보다 가족들 쪽에 더 많은 도움과 이해와 지원이 필요하다. 죽음을 앞둔 환자는 오히려 마음의 평화를 찾고,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주변에 대한 관심도 차츰  잃어간다. 혼자 있고 싶어하고, 바깥 세상의 소식이나 문제들에 대해 궁금해 하지도 않는다병문안 온 사람들도 반기지 않고, 설사 그를 만나더라도 얘기하려 하지 않는다.

 

일과 가족들에 매달려 때로는 행복하고, 때로는 힘들었던 시간들을 모두 뒤로 하는 삶의 마지막 순간, 어쩌면 우리는 처음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가서 마침내 생의 순환을 끝내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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