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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읽어주는 여자(소노 아야코)

방황하는 여자

남녀를 불문하고 주는 것보다 받는 것에 익숙하다. 그러나 받는 것은 주기 위한 과정이다. 예금통장에 비유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사랑도 나가고 들어오는 밸런스가 맞아야 한다. 여자들은 사랑을 받으려고만 한다. 그러다보면 방황하고 갈등을 겪게 된다. 사랑도 주고 받음이 있어야 유지된다. 받기만 하는 삶은 종속된다. 그렇게 되면 나는 없다. 학교를 떠났다고 해서 공부를 멀리 하게 되면, 결코 빛나는 정신력을 유지할 수 없다.  육체는 젊어도 정신적인 노화가 시작 되기 때문이다. 노화 되고 너덜너덜해진 정신으로 결코 새로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열린마음으로 항상 새로운 시각을 갖도록 해야 한다. 남자에게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의 삶을 개척할 수 있도록 공부해야 한다.

 

여자는 일단 사랑에 빠지면 스펀지처럼 유연한 바탕을 가지게 된다. 여자는 미워하는 상대에게는 완강히 거절을 표할뿐 아니라, 결코  그들로부터 아무 것도 배우려 하지 않는다.  사랑 없는 결혼이 얼마나 소모적인 것인지 이 한가지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마릴린 몬로는 주위에서 아름답다고 말해주지 않으면 불안에 시달렸다. 그녀는 사생아였고, 그 어머니는 정신자였다. 먼로는 지나칠 정도로 아름다웠지만 그 아름다움에 자신감이 없었다.  온순하고 수동적인 성격때문에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고는 견딜 없었다. 외모에만 너무 치중하여 거기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  스스로 자존감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목적을 가진다는 것은 이미 그것을 이룬 것보다 큰 행복이다. 이는 스스로 그 목적을 향해 걸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의존적인 사람들은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에 누군가의 도움을 바란다. 이를테면 학교진학은 선생님이, 야유회의 행선지는 회사가, 화제꺼리는 여성잡지가, 유행은 백화점 판매장이 정해준다는 식이다.  무엇을 하든 스스로 목적을 정하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상하게도 사람은 결점을 드러내는 순간 친구가 생긴다. 사람들은 누군가를 대할 때 그 장점과 동시에 결점에도 호의를 가지기 때문이다.  너무 잘난 체하면 친구도 멀어진다.  한마디로 상대의 약점에 호감과 자기 위안을 느끼는 식이다물론 그렇게까지 상대방의 우월감을 만족시켜줄 필요가 있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역시 사랑의 한 가지 표현이라는 점에서 보면  그다지 나쁠 것도 없다또한 약점을 일단 내놓고 나면, 그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애쓸 필요도 없다. 너무 극단적인 성향에 치우치면 안된다. 좌익이나 우익 등 극단적인 사상은 위험하다. 또한 중간만 지키면 안전하다고 믿는 것도 그만큼 위험하다.  수많은 종교단체와 상업단체들이 우리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보이지 않는 그물을 치고 있다.  그 잡다한 사상 속에서 의연하게 일어서는 것, 그것이야말로 지혜롭게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다인간이라면 누구나 괴로워하고 방황한다.  이때 쉽사리 구원을 바라서는 안된다. 오늘날 우리가 싸워야 할 상대는 바로 자기 안의 적이다.

 

 내 생각에 사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남자가 손아래처럼 살기 원하는 연상형의 사랑이고, 또 하나는 항상 그의 보호 아래 있기를 원하는 연하형 사랑이다.  A씨는 금테 두른 접시에 하녀의 시중을 받아가며 식사를 하는 부유층이었다. 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게 되자 그녀의 남편의 무능함이 탄로 났다. 주어진 재산을 관리하는 것 외에는 밭에 나가 채소하나 가꾸지 못하는 초라한 늙은이였다. 그러나 그가 불성실하게 살았던 것이 아니다. 그들은 나약한 부분을 제대로 모른 채 결혼했을 뿐이다. 꼭 대단한 것이 아니더라도 한 쌍의 결합에는 수많은 세파가 필요하다.  둘의 진정한 결합은 함께 세파를 겪으면서 만들어져 간다. 남자의 호의만큼 여자의 자존심을 채워주는 것도 없지만,  그렇게 인기가 있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성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은 평생에 한 두번이면 족하다. 또한 그 방법은 오직 하나다.  될 수 있는 한 상대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평소 타인에 대해 흥미를 가져야 한다오직 자신만 생각한다면 타인의 훌륭한 점을 알게 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면 오히려 내가 더 괴롭다. 

 

꼼꼼하고 착실한 사람은 조직속에서 훌륭한 능력을 발휘하지만,  대체로 창조적이지 못하다.  그렇다고 그런 성격을 가진 사람이 낫거나, 못하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꼼꼼한 사람이 좋고, 덜렁이는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인간은 주어진 처지에 따라 독특한 힘을 발휘하지 않던가?  ‘저 사람은 쓸모가 없다’고 말하는 이는 그저 상대가 자신의 시선, 자신의 생활방식,  자신의 기호와 맞지 을 뿐이다.  그것은 사랑도 마찬가지다.  만일 상대가 나의 재능을 인정해 준다면, 그와 함께 있고 싶어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는가? 여자나 남자나 멋진 사람이고 싶어한다. 진정한 멋은 고결함을 말한다.  이는 체면에 대한 왈가왈부, '나는 너희와는 다르다'는 오만함,  돈과 권력, 명예로부터 해방된 상태를 말한다. ' 지위와 돈과 명예란 좋은 것'이라는 말은 솔직하긴 해도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돈을 버는 이유는 가난에서 해방되기 위해서이다. 돈 만원 때문에 안절부절 못하는 서글픈 생활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이다.  처세에 대해 지나치게 집착하는 사람은 (돈 때 문에, 먹고 살기 위해) 돈이 전부라는 변명으로 한탄한다.  자신감 넘치는 사람일수록 뽐내지 않는 법이다.  진정한 의미의 '명예'란 세속의 모든 일이 예상 외로 허무하다는 것을 깨닫고,  본래의 겸손한 감각을 되찾는 것을 말한다.

 

남자들은 다른 남자와 허물없는 아내,  경제력이 탄탄해 생활에 불안을 느끼지 않는 아내,  너무 정치적인 아내를 절대로 측은하게 여기지 않는다. 사이가 좋아진다는 것은 상대를 자신의 독립적인 공간속으로 끌어들이고자 하는 마음이다.  따라서 남자들은 혼자서 제대로 살아갈만한 여자라면 구태여 비호해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남자의 외도를 막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보면 된다.  즉 남자로 하여금 가족에 대한 측은한 마음,  즉 남자로 하여금 가족에 대한 측은한 마음, 즉 이 사람들은 내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남편 앞에서 웃음을 잃지마라.  아내가 원망스런 얼굴을 하고 있으면,  남편 역시 괴롭다. 사랑과 미움은 언제나 표리를 이룬다. 사랑은 미움의 변형이다. 사랑이 사랑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은 그 당사자들의 노력때문 이다. 살다보면 다양한 상실감으로 상처받게 된다. 그런 것들로 부터 빨리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의 세상을 받아들일 수 있다. 어떠한 정열도 시간이 지나면 달라진다.  시간이 흐르면 적어도 그 일, 그것, 그 사람 없이는 못살겠다는 생각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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