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죽음과 죽어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비인간적인 죽음1

도대체 이 사회의 어떤 요인이 죽음과 관련하여 인간의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것일까? 의학계의 변화는 또 어떠한가? 과연 인간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일까? 아니면 인간의 고통을 줄여주는 것이 아니라, 오직 생명의 연장에만 초점이 맞추어진 비인간적인 진화일까? 의과대학에서 고통 받는 환자들을 다루는데 필요한 예민함, 감수성, 통찰력품위 같은 것보다 IQ,와 성적을 중시한다면 어떻게 될까의대에서 우수한 연구실적만으로 인정 받는다면 어떻게 될까?

 

고대에는 인간이 자신이 적과 직접 만날 확률이 높았다. 눈에 보이는 적과 마주서서 정정당당하게 싸울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민간이건 군대이건 대량 살상 무기를 사용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정정당당하게 싸울 기회는 없다. 때로는 공격자체를 아예 인식하지도 못한다. 원자폭탄의 폭격으로 수천만의 목숨을 순식간에 앗아갈 수 있다. 독가스 일수도 있고, 화학 무기일 수도 있다. 사람 눈에 보이지 않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다사람들은 더 이상 개인의 권리와 신념, 안전, 가족의 명예를 위해 싸우지 않는다. 전쟁은 한 국가의 운명이 걸린 문제이며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전쟁이 일어나는 한 그 영향권에서 벗어날 확률은 거의 없다.

 

과학과 기술의 진보는 바로 이런 면에서 파멸과 죽음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을 가중시켰다고 볼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은 점점 더 스스로를 방어하려는 것이 이상한 것일까? 인간이 신체적으로 자신을 방어하는 능력은 점점 약화된 반면 방어심리는 점점 강화 되었다. 인간은 죽음을 영원히 부정할 수는 없다. 자기만이 안전한 척 연기를 하는 것도 영원할 수 없다. 죽음을 부정할 수 없을 때 인간은 죽음을 정복하려 한다평화의 가능성은 국가간의 전쟁과 평화에 관한 최종 결단을 내리는 사람들의 죽음에 대한 태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만약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자기자신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죽음을 둘러싼 불안감을 직시하고 다른 사람들도 죽음과 친숙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우리를 둘러싼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덜 파괴적인 곳이 될 것이다

 

요약해서 말하자면 급격한 기술 진보와 과학 발전으로 인해 인간은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면서 대량학살 무기를 개발하게 되었고, 폭력이나 재해로 인한 죽음의 공포는 더욱 증가했다. 인간은 갈수록 증폭되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 , 그런 위험을 예측하고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야 한다는 중압감에 심리적으로 대비해야만 했다. 심리학적으로 인간은 자신의 죽음을 잠시 부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무의식 세계에서 우리는 죽음이 언제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일어나는 일이라고만 생각한다. 

 

우리는 인간 본연의 모습, 최초의 모습으로 돌아가서 우리 자신의 죽음을 대비해야 한다. 그래서 인간이 겪어야 하는 비극이지만 결코 피할 수 없는 죽음을 보다 침착하고, 두려움 없이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러한 변화의 시기에 종교는 어떤 역할을 했을까? 고대인들은 아무 의심없이 신들을 믿었다. 지상에서 고통을 겪으면 죽은 뒤 천국에서 보상 받을거라고 믿었고, 그러한 믿음이야말로 인간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고통은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였고 출산의 고통 역시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겼다. 긴 고통의 시간을 견뎌야 했지만 대신 어머니는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목적과 보상이 분명한 고통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고통을 피하기 위해 산모가 의식을 잃게 만든다.

 

지상에서의 고통이 천국에서 보상 받는다는 개념은 사라지고 이제 고통은 의미를 잃었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죽음 뒤의 삶을 믿는 사람들도 점차 줄어들었다. 어쩌면 우리 자신의 죽음을 아예 부정하고 싶은 것일 수도 있다. 죽음 뒤의 삶이 없다면 죽음은 보다 심각한 문제가 된다. 우리의 고통이 보상 받지 못한다면 고통은 아무 의미 없는 것이 된다. 종교는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살아갈 희망과 목적을 주어야 하고 우리가 삶에서 겪게 되는 온갖 고통의 의미를 이해하고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죽음과 죽어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분노1  (0) 2009.07.02
비인간적인 죽음3  (0) 2009.07.01
비인간적인 죽음2  (0) 2009.07.01
죽음의 두려움2  (0) 2009.07.01
죽음에 대한 두려움1  (0) 2009.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