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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하게 늙고 싶다.(소노 아야코 지

노년의 돈

노년이 되면 돈으로 이득 보겠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일본 고령백서에 따르면, 고령자 세대 (65세이상)와 18세미만 미혼자 세대의 2007년 연평균 소득이 298.9만엔이었다. 세대 평균이 566.2만엔의 절반 수준이다. 고령자세대의 소득 종류는 연금이 211.6만엔으로 총소득의 70.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일 해서 번 소득 50.5만 엔, 16.9%였다. 고령자 대상으로 경제적인 살림살이에 대해 물어본 결과 그다지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대답한 사람이 60.7%이고,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대답한 비율은 37.8%였다.국가가 정상적으로 생활을 생활을 유지하지 못하게 된 사람들을 지정해 보호해준다. 좋은 제도 이기는 하지만, 국가에 의지해 밥을 먹고 산다는 것은 권할만한 것은 아니다. 타인의 돈이 아니고는 내 생활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자체가 문제다.

 

어느 날 갑자기 우리가 노년으로 불리게 되지는 않는다. 오랜 세월이 지난 끝에 도달한다. 노후를 대비해 저축은 기본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저지르는 가장 큰 잘못은 유비무환의 가치를 잊고, 미래를 대비하지 않는 것이다. 옆에서 부추긴다고 덥석 물건을 사서는 안된다. 어디에 돈을 쓰고, 어디에 쓰지 않는가를 세상에서 배울게 아니라 스스로가 결정해야 한다. 이득을 보려고 생각하지 않는 마음만으로 돈이라는 존재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금전문제는 인생에서 낮은 차원의 이야기다. 이런 것일수록 단순하고 명쾌한 자기만의 룰을 만들어 지켜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마음에 고인 욕심이 언젠가는 인생을 썩게 만든다. 여배우처럼 사람들의 꿈을 대신 구현해줄 의무가 있는 사람들은 여기저기 별장을 짓거나, 자가용 비행기를 타거나 상류사회 사람들과 파티를 열거나, 매일 저녁 호화로운 식사를 할 수 밖에 없을지 모르나 여배우가 아닌 우리가 허세를 부리며 시간과 정력을 소비할 이유는 없다. 분수껏 즐길수 있는 취미를 찾아 그안에 나를 가두는 규모를 지켜야 한다.

 

언제 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는 잊어버렸지만, 가정은 집과 마당이 있는 것이 가정이라 했다. 하지만 좁은 아파트에서도 즐겁고 화목하게 가정을 꾸려나가는 사람들도 많다.  만년이 다가오면 바라는 것을 무엇이든 이루며 살아온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명도 없다. 분수를 안다는 것은 오랫동안 살아온 자의 지혜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돈은 많아도 적어도 사람을 괴롭힌다. 생활에 큰 불편함이 없는 '오늘은 장어가 먹고 싶다, 온천이라도 다녀오고 싶다' 같은 일상의 소망을 이루어줄 정도가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매사에 우선 순위를 정해놓고 행동하는 습관이 있다. 나에게 어떤 일이 더 중요한지를 생각한 후에 가장 중요한 일부터 차례로 실천한다. 그날 다섯 가지 정도 할 일이 생겨도 1순위와 2순위만 무사히 해내면 성공이다. 3순위까지 해냈다면 행복한 날이다. 더 욕심내지 않는다. 체념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체념에 익숙해지면, 나이 들어 하지 못하는 일이 늘어나도 마음이 속박 당하지 않는다.  나는 적당히 살아왔다. 친구들은 '바라는 것중 몇가지만 이뤄도 만족하며 사는 데 불만이 없는 것 같아'라고 말하는데 나의 이런 습관도 그 같은 생각에서 출발 하고 있다. 간혹 정치인이나 경제인이 애인을 숨겨두거나, 비싼 그림을 몰래 구입해 온갖 비난에 직면하곤 하는데,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자기 돈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한 것이므로 분노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가정경제의 뿌리를 뒤흔드는 것이 아니라면 어디에 돈을 쓰든 개인의 자유다. 자기의 가치관에 따라 행동할 권리가 있다.

 

돈이 없다면 여행도 영화 람도 깨끗이 포기해야 한다. 뭔가를 얻을 때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대가를 지불할 능력이 없다면 하고 싶어도 참고, 체념하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평범하게 하루를 살아간다. 노년의 시간은 할수 없게 된 것들을 체념하며 버리는 시기이다. 집착과 속념을 억누르면서 다가오는 운명의 끝자락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러기위해서는 이성과 용기가 필요하다. 체념과 금욕은 만년에 이른 인간만이 조정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수입이 줄었다면 지출도 줄여야 한다. 식비를 너무 아꼈다간 자칫 건강을 해칠지 모르니 관혼상제 등으로 지출되는 돈을 아끼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혼식과 장례식은 참석을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호불호가 명확히 갈린다. 사람들 틈에서 어울리는 것을 줗아하지 않는 나는 후자에 속한다. 결혼식은 피곤하고 정례식은 어쩐지 슬프다. 사양이란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다. 내가 아는 사람들중에는 장례식이 있어도 '오지마세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결혼식이든, 장례식이든 참석하는 것을 좋아하며 사람 만나기를 즐기는 사람이 있고, 술 마시면 기운이 솟는 사람도 있다.

 

고령자의 입장을 이해한다면 오시지 않아도 된다며 사양할 줄도 알아야 한다. 75세이상의 후기 고령자에겐 인생의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 적어도 관혼상제에서 은퇴시켜주는 것이 세상의 상식이 되었으면 한다. 나는 오래전부터 이같은 의리를 저버리고 살았다. 중요한건 살아있는 동안이다. 그래서 장례식에 가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살아계실 때 문병가는 것이 도리이다. 팔십구십까지 장수하시고, 집에서 편히 노환으로 돌아가신 부모님을 위해 사회적으로 화려한 장례식을 준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돈을 쓰기보다는 고인이 생전에 마음으로 부터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더없이 따뜻한 장례식을 치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저축한 돈이 얼마 안돼 미래가 불안하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노인들이 가장 고민하는 문제중 하나는 '지금 보유하고 있는 돈을 어떤 속도로 얼마씩 사용하면 좋을까'라는 것이다. 그러나 앞날은 아무도 모른다. 이 세상에 확실한 것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가능한 모든 대비를 마쳤다하더라도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내가 언제까지 살아있을지 예측하고 대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만에 하나 내가 너무 오래 살아서 저축한 돈을 모두 써버리고 빈털터리가 된다면, 주변 지인이나 이웃을 붙잡고 늘어질 것이다.

 

만약 그들이 나를 저버린다면 어쩔수 없다. 객사를 각오해야 한다.  집에서도 병원에서도 편안한 죽음이 보장 되는 것은 아니다. 죽는 그 순간에는 객사와 다를게 없다.  그러니까 객사를 결심하기만 한다면 세상에노인이 두려워 할게 없는 셈이다.  주위에 나를 돌봐줄 사람이 한명도 없는 박정한 세상이라면, 더 오래 살라고 해도 비참할 뿐이다. 노년에 푸대접 받더라도 다행인 것은 이제 나이가 있어 그런 푸대접을 받을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2010년 일본 고령사회백서에 의하면, 1980년에는 독신고령자가 남성 약 19만명, 여성 약69만명이었다. 2005년 에는 남성 105만명 여성은 281만명으로 증가했다. 앞으로도 혼자 사는 고령자가 계속 늘어날 것이다.  독신세대 고령자의 30.7%는 주위에 의지할 사람이 없다고 걱정한다. 돈이 없어도 괴롭고 불안하다지만, 고독은 돈이 있어도 해결되지 않는다. 고독과 지낸다는 것은 노년의 생활에서 가장 많은 용기를 요구한다. 내가 아는 여성은 남편의 죽음으로 무엇보다 힘들어진 것은 마음껏 남들을 험담 못하게 된 것이라고 고백했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타인의 비밀이나 자신의 추악함에 대해 말하기가 꺼려진다. 하지만 배우자라면 다르다. 맘 편히 이야기할 수 있고, 어쩌면 같이 맞장구 쳐주며 험담을 나눌수 있다. 이처럼 정서적 방파제 역할을 해줄 사람들이 주위에서 조금씩 사라지는 시기가 노년과 만년이며, 이것이 노인의 고독이기도 합니다. 누군가가 좋은 이야기를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바라거나, 어디로 데려가 주기를 바라면서 고독을 이겨내려는 사람들이 있다. 이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고독을 이겨내는 근본적인 힘은 오직 자기자신 뿐이다. 내가 나를 구원하는 밖에 없다. 노년의 삶은 고독한게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건 어떨까? 인간은 혼자 태어나 혼자 죽는다. 가족이 있더라도 태어남과 죽음은 혼자 떠나는 여행이다. 갓난아기는 툭하면 울어댄다. 그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없지만, 뭔가 괴롭고 불편해서 울음을 터뜨렸을 것이다. 기저귀가 더러워져도 배가 고파도, 갓난 아기는 말로 표현하지 못하므로 답답하고 괴롭다. 그런 답답함과 괴로움을 안고 인간은 성장한다. 갓난 아기 시절과 마찬가지로 인간이 겪어야 할 모든 단계에는 고통이 따라 다닌다. 그리고 노년의 단계에서 우리는 고독과의 사귐을 강요받는다. 고독과 함께 생을 마감하는 것이 정해진 운명이라고 받아들이면, 지금보다는 훨씬 편안해질 것이다. 단편적으로 말해서 노년의 일과는 고독을 견디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친구들이 줄어든다. 미리 혼자 노는 습관을 키워두는 것이 좋다. 요즘은 곁에서 시중드는 사람 없이는 여행도 못하겠다고 말하는 노인이 많다. 단체로 움직이는 것도 좋지만 인생이 곧 여행인데 혼자 여행하지 못하겠다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에서도 곤란하지 않을까 싶다. 시간표를 확인하고 차표를 사고 갈아타는 것까지 남들에게 맡겨버리면 이건 문제가 있다. 스스로 확인하고 스스로 움직일 줄 알아야 한다. 노년일수록 조금은 무리다 싶은 일도 지혜를 활용해 가능케 하는 교활함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특히 혼자 다니는 여행에서 지혜는 필수다. 늘 긴장해야 하기 때문에 머리가 멍청해지는 것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매일 자기가 먹는 것을 요리하고, 가끔씩 혼자 여행 떠나는 것, 이 두 가지가 나의 정신을 녹슬지 않게 단련해 준다. 인생의 풍요로움은 얼마나 많은 것을 보고, 겪고, 만났는가로 알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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