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당당하게 늙고 싶다.(소노 아야코 지

노인의 지혜

고령은 자격도 지위도 아니다. 젊은 세대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우리 같은 노년시대가 일정 부분 금전적인 부담을 지고 살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고령은 젊음과 마찬가지로 육체의 상태를 보여주는 수치에 불과하다.  나이듦은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니며, 자격도 지위도 아니다.  세상에는 친구가 무엇을 해주지 않는다.  배우자가 무엇을 해주지 않는다. 자식

들이 가족이 무엇을 해주지 않는다고 쉴새없이 불만을 말하는 노인들이 있다.  타인에게 무조건 기대려하고 불평한다면 그의 인생에서 '노화가 시작되었다'는 말이다. 

 

옛날 노인은 지혜가 있다고 말한다.  내가 말하는 지혜란 CIM (computer intergrated manufacturing) 같은 것이다.  사전에는 컴퓨터에 의한 통합생산, 제품의 기획, 설계, 계발, 재품관리, 유통 등 각 부문의 컴퓨터 네트워크에 접속하여 상호간 정보를 유용하게 활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생산성 향상 및 시장 경쟁력강화를 도모하는 것'이라고 나와 있다. 말하자면 지금까지 얻은 데이터를 활용하여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옛날 사람들은 이같은 시스템이 머릿속에 있었다.  ' 이와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고 기지를 살려 해답을 내놓았다 그것이 곧 '지혜'다. 요즘 지진재해 등이 발생하면 뉴스에서 머릿속이 텅 비어서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물론 그 상황에서 아무 것도 생각하지 못하는게 당연하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도 자기 힘으로 생각을 해야지, 주먹밥이나, 빵을 배급해 때까지 멍청하게 기다리고 있어서는 안된다. 젊은 사람들은 '머릿속이 비어서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어요' 라고 소감을 밝히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어른은 그래서 안된다. 재난을 당했을 때 고령자라는 응석에서 벗어나 과거 경험을 살려 무엇이든 해야 한다.

 

옛날보다 지혜가 없어진 노인들이 많아졌다.  원인중 하나는 아마 기본적인 고뇌에서 해방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지, 옛날에는 전쟁도 겪었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반곤도 있었고, 질병을 치료하기도 어려웠다. 집도 허술하고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도 많았다. 그렇게 당하다보니 운명의 잔인성에 눈을 띄게 되어 국가나 타인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자신을 지키려는 지혜가 생겼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위험이 많이 줄었다. 내일까지 살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고뇌가 사라졌다. 의술이 발달하면서 질병으로 죽는 사람도 거의 없으며,  먹고 살 힘이 없는 사람은 정부로부터 보호를 받는다.  자연재해도 기술의 발달로 많이 대비할 수 있게 되었다. 일기예보만 하더라도 오늘 비가 내리니 우산을 준비해라. 내일은 날씨가 추우니 옷을 두텁게 입어라 등 과보호에 가까운 관심을 쏟아준다.  생활의 모든 부분을 누군가 지켜보고, 관심을 기울여 주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무슨 일이 생기면 정부가 나서줄 것이라고 안심한다. 그 때문에 불만이 생겨도 자신이 해결할 생각은 안하고 정부탓으로 돌린다.

 

흔히들 '일본은 경제대국인데 왜 국민은 풍요로움을 느끼지 못하는가?' 라는 의문을 갖곤 한다. 대답은 간단하다.  가난을 모르면 풍요도 모른다. 오늘도, 내일도 먹을 것이 있는게 당연하다. 수도꼭지만 틀면 물이 쏟아진다. 마시는 물로 몸을 씻고, 변기의 용변도 마시는 물로 처리한다. 옛날에는 물을 구하려 먼 길을 걷고, 땔감을 구하느라 하루종일 헤매고 다녔다.  요즘 같아서는 상상도 못한다. 모든 것이 주어지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 되었다. 풍요가, 인간의 삶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팔자 좋은 노인네가, 자꾸만 늘어나는 까닭이다. 노인세대만이 아니라 젊은이들도 마찬가지인데, 원초적인 불행을 겪어보지 못한만큼 감사를 모르게 되었기 때문이다.  감사를 모르기 때문에 요구도 커졌다.  불행하게도 노인 세대가 이에 앞서가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당당하게 늙고 싶다.(소노 아야코 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년의 돈  (0) 2013.01.10
아름다운 노년의 모습  (0) 2013.01.09
노인의 자립  (0) 2013.01.08
노인의 미덕  (0) 2013.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