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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재발견 (하르트무트 라데볼트

나이든다는 것

나이들면 어떤 모습일까? 사람마다 특별히 그려지는 이미지가 있다. 경험 많고 까다롭고 불안하고 느린, 건망증이 심한, 고독한 이미지가 대표적인 이미지로 그려질 수도 있고, 소심하고 상처받기 쉽고 허약하고 느리고 민감하고 과거에 집착하고 건망증과 이해력 저하를 노년의 전형적인 특성으로 선택할 수도 있다. 2003년에 '어떤 상태를 늙었다고 생각하는가?' 라고 물었다. 설문 대상자들은 고집스럽고 융통성이 없어지면이 25%, 돌봄을 받아야 되면이 18%, 스스로 쓸모 없는 존재라는 느낌이 들면이 12%, 건망증이 심해지면이 7% 가  늙었다고 대답했다. 자신의 노화과정은 보통 불안하고 걱정되고 초조하게 경험된다. 노화를 좋지 않게 여기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인 듯하다. 젊음 지향적인 사회에서 우리는 결코 나이든 사람축에 끼고 싶지 않다. 나이듦의 행동양식은 다음과 같다.

 

* 나는 전혀 나이를 못느끼겠어, 지금껏 살아왔던 대로 그냥 살꺼야!

  남녀 모두 계속 스스로를 부모로 이해하고  부모의 역할을 계속 감당하며, 오래전에 장성한 자녀들의 생활에  감놔라 배놔라 하며 간섭한다.

 

* 때가 되면 어떻게든 되겠지!

  나이드는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된다는 필요성은 알지만 구체적인 실행은 뒤로 미룬다.

 

* 노화는 안티에이징으로 막으면 돼. 아직 당분간은 노화에 대처할 수 있어 .

  많은 여성들이 눈에 보이는 노화증상과 투쟁을 벌인다. 화장품, 염색약, 성형수술, 그와 다른 것을 동원해서라도.

 

* 나는 조깅도 하고 헬스클럽에도 다녀. 건강상태도 양호하고 술도 별로 마시지 않아. 그 밖에 또 뭘해야 한다 말인가?

  운동을 하고 건강에 유의하는 것은 언제나 중요하다. 그러나 노화로 인한 질병, 즉 지방대사장애, 당뇨, 고혈압,  비만 등은 건강에 유의해도 나타날 수 있다.

 

* 내가 왜 하고 싶은걸 억눌러야 하지. 그깟 몇 년 더 살려고.

  당뇨, 고혈압이 있거나, 술을 많이 마시고 흡연을 많이 하는 사람은 수명이 여러 해 단축된다.

 

* 퇴직하고 연금으로 생활하게 되면, 드디어 진정한 삶이 시작되는 거야!

  지금까지도 늘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던가? 내가 크면, 공부를 마치면, 거기에 취직이 되면, 사업이 자리 잡히면 등등  아이들이 공부를 마치면, 집 대출금을 다 갚으면 ..... 마지막으로 내가 은퇴하면 ...이런 끊임없는 유예로 스스로를   위로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서도 변함없이 삶을 즐기고 여행을 가고, 심신에 에너지가 있고, 의욕이 있고,  돈이 있으리라고 누가 보장할까?

 

* 자유의 몸이 되면 제2의 인생을 살아야지.

  개인적, 직업적으로 억지로 해야 하는 일과 의무가 없어지면 이런 기대를 한다.

 

* 드디어 내키는 대로 살 수 있어. 어떤 의무에도 얽매일 필요가 없어!

  의무가 줄어듦과 함께 신체의 활력이 감소하고 ,인간관계도 결핍될 확률이 높다. 그러므로 무방비 상태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어서는 안된다.

 

* 늙어서도 행복하게 ? 은퇴해서 지내다가 나중에 몸을 가누기가 힘들어지면, 양로원에 들어가겠지.

  그 중간에 어떻게 살지는 상상이 안돼. 노후의 삶에 대한 만족스러운 상상은 고사하고, 어떤 현실적인 생각도  전개해 보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 평생 가정을 지켰어. 이제 가족이 나를 돌볼 차례야!

  평생 가족을 위해 살아온 여성들은 이제 반대급부를 기대한다. 배우자와 사별하거나 이혼한 경우, 자녀들에게  의지해 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친한 친구들과 함께 사는게 가장 이상적이지 않을까?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온 부부들은 종종 노후에 공동주거시설에서 함께 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취미 생활을 함께  하고, 필요한 경우 서로 도울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러나 이런 이상적인 계획이 실행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필요에   걸맞는 집을 찾기도 어렵고, 종종 친밀성과 독립성에 대한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 또한 필요할 때 서로 돌보고   도와주자는 약속은 같이 늙어가는 동년배의 경우 지키기 아려울 때가 많다.

 

* 내가 왜 정기적으로 병원을 가야 해?

  이런 자아상을 가진 60대 노인들이 많다. 건강검진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거기에 건강에 대한 개인의  입장이 더해진다. 즉 아프지 않다면 건강한 것이며, 질병으로 일상생활에 방해를 많이 받을 정도가 돼야 아픈   것이다. 노년기는 다르다.  많은 노인병이 오랫동안 증상과 불편없이 슬금슬금 진행 된다. 진단이 늦어지면   효과적인 치료를 받기가 이미 늦어질 수도 있다.

 

 

모든 꽃이 시들듯이

청춘이 나이에 굴복하듯이

생의 모든 과정과 지혜와 미덕도

제때 피었다, 지는 꽃처럼

영원하지 않으리.

 

생이 부르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슬퍼하지 않고, 용기있게 새로운 문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이별과 새출발을 준비해야 하리.

 

무릇 모든 시작에는

신비한 힘이 깃들어 있어

그것이 우리를 지키고 살아가는데 도움을 주네

 

우리는 힘차게 공간들을 하나씩 통과해야 하리.

 

그 어느 곳에도 고향처럼 집착해서는 안되리

우주의 정신은 우리를 붙잡아 두거나 구속하지 않고,

우리를 한단계씩 높이며 성장시키려 하네

 

어느 한 곳에 자리를 잡고

편안하게 안주하면 긴장이 풀리기 쉬우니,

여행 떠날 준비가 되어있는 자만이

익숙함의 마비에서 벗어나리라.

 

그러면 임종의 순간에도 여전히 새로운 공간을 향해

젊게 출발하리라

 

우리를 부르는 생의 외침은

그치지 않으리라

자, 이제 마음이여

작별을 고하고 건강해라!

(헤르만 헷세의 '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