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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은 석기시대 (데트레프 간텐,

사람이라는 행성

우리 몸 안팎에는 몸을 구성하는 세포보다 적어도 열배는 많은 생명체가 산다. 미생물은 매우 작기 때문에 굉장히 활발하다. 물질대사 뿐만 아니라 번식 속도도 빠르다. 많은 박테리아의 세대교체가 불과 몇 분, 몇 시간안에  이루진다. 박테리아는 인간보다 환경조건에 더 빨리더 잘 적응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고등생물의 발달은 미생물 바다에서 일어났다. 삼켜진 박테리어들은 세포들 안에서 내장되어 계속 살았고, 오늘 날까지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 이런 내부 공생설에 의하면 세포의 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는  원래 박테리아였다.  미토콘드리아는 우리의 아주 먼 선조와 공생관계를 맺었고, 오늘날까지 이러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토콘드리아는 우리의 세포 안에서 생존에 필요한 것을 전부 얻고, 적으로부터 보호받는 대가로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한다. 모든 동물,식물, 균류의 세포는 미토콘드리아를 지니고 있으며, 그로부터 산소와 당을 얻는다.토콘드리아는 현미경으로 보면 여전히 박테리아로 보이고,  자체적 유전체를 지니며 세포안에서 독자적으로 증식한다.

 

뒤늦게 합류한 우리 몸 속의 거주자들과 관계는 미토콘드리아와의 관계에 비해 긴밀하지 못하여 더 자주  문제를 일으킨다. 그들은 아직 완전히 우리 몸의 일부가 되지 않았으며, 자신의 이익을 훨씬 더 중시한다. 이미 8억년 전부터 동물들의 몸에는미생물이 살았고, 그때부터 함께 진화해 왔다. 우리 몸에 사는 미생물들은 풍부한 종으로 이루어진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생태계는 우리가 아는 다른 생태계들, 즉 강가의 숲, 모래 톱이 있는 바다. 전나무 숲, 과수원 등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우리는 이러한 생태계를 '사람의  미생물상'이라고 부른다.우리 몸의 미생물상은 우리와 매우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어 우리 몸의 한 기관이나 마찬가지다. 우리 몸 안에서는 인간의 것이 아닌 수조개의 세포가 일하고 있다. 하지만 그 세포들은 사람 특유의 것이다. 우리가 환경을 바꾸는 행동을 하면, 우리 몸의 거주자들이 어떻게 될까하는 의문을 당연히 품게 된다. 식생활을 바꾸면, 약을 먹으면, 몸을 씻으면, 또는 병이 나면, 기생생물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인체 기생생물들에 대한 연구는 의학을 발전시킬 것이다.이로운 박테리아를 골라 목적에 맞게 서식시키거나 선택적으로 먹이를 주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원치 않는 하숙생들이 거주하는 것을 최소화 하기 위하여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 우리는 유전자 변화를 통해 숙주, 즉 우리 인간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기생생물들이 진화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의 호르몬 변화는 모체의 질의 세포들이 글리코겐 형태로 당을 비축하게 한다. 글리코겐은 젖산균이 선호하는 음식이다. 젖산균은 당을 젖산으로 변화시켜 질의 pH값을 낮춤으로써 경우에 따라 위험할 수 있는 다른 박테리아들이 질에서 증식하지 못하게 막는다. 질의 젖산균은 일종의 파수꾼이면서, 아기 몸에 서식하는 최초의 생물이다. 아기는 태어나면서 상당량의 젖산균을 삼킨다. 곧 비피더스균이 합류하는데, 이균은 출산전에 엄마의 유두에서 머물다가 아기가 처음 젖을 빨 때 아기의 몸속으로 이동한다. 비피더스균도 방어력이 강하다. 결국 입속에는 100종이 넘는 박테리아가 최소 100억마리 이상 살게 된다. 기도 윗부분에는 훨씬 적은 부분의 박테리아가 산다. 기도를 통해 공기가 폐에 도달하는데, 폐에는 박테리아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만큼 폐에 이르는 길에는 항균성 독소와 덫, 기타 파괴장치들이 있고, 이들은 거의 모든 박테리아들을 저지한다. 또 박테리아 서식밀도가 높은 곳은 장과 피부다. 사람 피부표면의 생태계에는  평균 500여종의 박테리아가 산다. 박테리아들은 모두 제각각이지만 공통점도 있다. 예를 들면 염분에 잘 견딘다.

 

장에는 정말 많은 박테리아가 산다. 인체 거주자의 약 99%가 장에 정착했으며, 어림잡아 약 500조마리에  달한다. 장내 박테리아들은 우리가 음식에 든 영양소를 이용할 수 있게 도와준다. 대장 내벽을 뒤덮고 있고 평균 3일마다 새로 생겨나는 인체세포들과 마찬가지로 박테리아들도 비교적 짧은 시간동안 우리 곁에 머문다. 배변할 때마다 수십억 마리가 작별을 고한다. 장내 세균들은 우리들에게 이롭기 때문에 수천년 진화를 거치면서 지정석을 차지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의 미생물상은 인간과 환경의 교집합이다. 유전학적으로 보면 미생물은 분명 사람의 일부가  아니지만, 기능적으로 보면 거의 체세포 만큼이나 인체에 필수불가결하다. 게다가 미생물들은 상당부분이 어머니에게서 어린 아이에게로 전해진다. 그러니까 사람의 유전자가 대물림 되는 것처럼 엄격한 의미에서의 유전은 아닐지라도 일종의 유전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미생물들의 진화는 바로 우리 몸이라는 서식공간에 적응하는 것이다. 그런데 누가 우리 몸에, 즉 그들의 서식공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가? 바로 우리 자신이다.

 

비만은 장속에서 가장 중요한 두 박테리아 집단의 비율과 관련이 있다. 살찐 사람들의 장속에는 마른 사람들보다 박테로이드계열 세균이 적고, 피르미쿠트계열 세균이 많다. 뚱뚱한 쥐의 장내 세균총을 마른 쥐에게 이식하자 마른 쥐도 살이 불기 시작했다. 사람 자체는 특정한 식물성분의 분해를 가능하게 하는 효소를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 우리는 특히 식물성 음식을 소화할 때 장내세균총의 도움을 받는다. 위염이나 위궤양, 십이지장 궤양에 걸린 환자들 거의 대부분이 나중에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라고 이름 붙여진 박테리아에 감여되었다고 밝혀졌다. 그리하여 박테리아가 질병과 관계가 있다고 추측하게 되었다. 우리의 면역계는 우리 몸의 거주자들 전체를 감독하면서 이로운 자들과 협력하고, 위험한 자들을 퇴치하는 복잡한 임무를 맡는다. 박테리아들은 원래 자기들이 속해있는 곳, 우리에게 유익하거나 적어도 우리를 방해하지 않는 곳에 머문다, 그자체로는 해롭지 않는 박테리아들도 장벽을 뚫고 혈관으로 들어가면 위험할 수도 있다. 우리는 박테리아가 잔뜩 들러붙어 있는 음식을 끊임없이 입숙으로 넣는다. 그리고 숨을 쉴 때마다 작은 먼지 입자를 타고 공중에 떠다니는 박테리아를 들어마신다.

 

누구나 충치를 유발하는 스트렙토코쿠스 무탄스의 파괴 공작을 알고 있다. 규칙적인 양치질로 충치를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긴 하지만, 평생 충치 하나 없는 사람은 드물다. 치약이나 구강세정제, 또는 껌에도 섞을 수 있는 락토바실루스 세포들은 스트렙토코쿠스 무탄스 세포의 표면에 달라붙는다. 그렇게 함으로써 스트렙토코쿠스 세포들은 더 이상 치아에 달라붙지 못하게 한다. 치아에 달라붙은 스트렙토코쿠스 세포들은 당이 있으면 굳어지고, 우리 이에구멍을 내는 산을 생산한. 입속의 나머지 세균과 미생물을 손상시키지 않고, 충치균만 겨냥해서 양치질로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도 있다. 우리 입속의 박테리아들은 충치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잇몸 염증은 심장질환과 뇌졸중을 유발할 수 있는 독립적 위험인자다. 치아를 꼼꼼하게 청결히 유지하면 잇몸 염증을 유발하는 박테리아들이크게 줄고 동맥의 상태가 개선된다. 많은 사람들이 자연과 어느정도 친밀하게 사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인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균생활을 실현하려는 시도는 모두 실패할 수 밖에 없고, 심지어 해로울 수도 있다. 의학은 인간의 미생물상을 보호 육성하고, 인간의 마이크로바이옴의 진화에 계획적으로 영향을 끼침으로써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 미생물학적으로 훈련을 받은 정원사로서 역할을 다할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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