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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이란 무엇인가?

권력의 형이상학

 

인간이라면 아니 살아있는 유기체라면, 그것이 아무리 미물일지라도 더 많은 권력을 원한다. 홉스에게서 더 큰 권력에 대한 추구는 좋은 삶을 지향하고, 이미 얻어낸 것을 유지하기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다. 인류 전체의 보편적인 성향 중 첫 번째는 권력에 대한 끊임없는 욕구다. 그것은 죽어서야 끝난다. 그 이유는 인간이 그가 얻은 것보다 더 큰 즐거움을 얻으려하고 사소한 권력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그 이상을 획득하지 못한다면 현재 가지고 있는 좋은 삶을 위한 권력과 수단도 보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권력을 가진 자를 언론이 끊임없이 주시하고 비판해야 한다. 언론이 그 역할을 하지 못하면 권력자는 인간의 욕구에 휘둘리게 된다. 이것이 민주주의체제에서 언론의 자유가 중요한 이유다. 민주주의는 언론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독재정권이 될 수밖에 없다. 정치와 언론이 결탁하게 되면 민주체제 유지는 불가능하다. 정치에서 인간을 믿어서는 안된다. 정치란 결국 권력 투쟁이고 장기간 권력을 가지게 되면 부패할 수밖에 없다. 정치하는 사람도 결국은 인간이고 대부분의 경우 초심을 잃고 타락하게 된다. 그래서 감시하고 제재를 위한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감시체제를 만들어 제재를 가해야 한다.

 

자신을 넘어서려하는 것이 권력의 근본성질이라는 말은 권력 주체가 자신을 떠나거나 자신을 상실한다는 뜻이 아니다. 자신을 넘어서는 것은 동시에 자신을 데려가는 것이며 권력이 나아가는 방식이다. 자신을 넘어서는 것과 자신을 데리고 가는 것이 합치할 때 자아의 공간이 확장된다. 자신을 넘어서서 자신을 구성하고 자신을 통해 더 큰 공간을 점유하는 것, 여기에 생명체의 권력이 존재한다. 권력을 얻었을 때 쾌락의 감정이 생긴다. 권력이란 타자에게도 자기 자신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말하며 자유롭다는 것이다.

 

매개가 부족하거나 없는 권력은 타자를 억압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강제적인 행위로 폭력에 가까워진다. 이러한 권력은 권력자에게는 자신만의 자유를 위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권력자는 타자의 의지에 맞서 오로지 자신의 결정과 선택을 관철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면 권력이란 타자에게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능력이다. 헤겔은 이 권력을 생명의 일반원리로 내세운다. 생명체는 대상에 자신의 권력을 행사하며 그것을 자신에게 통합시킨다. 생명체는 자신의 권력에 저항하지 못하는 타자들을 장악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생명체는 타자 속에서 자기 자신을 유지한다.

 

인식이란 외적이고 의식에 낯선 것을 제거하는 것이다. 내면화한다는 것은 외적인 것을 내적인 것으로 포섭하는 것이다. 권력은 단순한 존재를 자신의 소유물로 변화시킨다. 정신의 권력은 사물들을, 외적인 것을 내적인 것에 굴복하게 만드는 데에서 발휘된다. 한 객체를 접하면 정신은 자신의 내면성을 확장시킨다. 지성은 대상을 외적인 것에서 내적인 것으로 만듦으로써 자기 자신에 내면화 한다. 지성知性은 지각한 것을 정리하여 이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인식을 낳게 하는 작용이다.

 

사회집단도 하나의 유기체이며 그러한 점에서 집단의 권력성은 생물학적 유기체의 권력성과 비교할 수 있다. 한 유기체의 다양한 요소들이 중심을 향해 조직되어 있을수록 그 유기체는 더 발달되어 있다. 루만도 언급하듯 현대 생물학에서 유기체는 영혼의 힘으로 부분들을 전체로 통합시키고 있는 생명체가 아니다. 변화하는 환경세계의 조건과 사건들에 맞서 자기 능력을 동원해 효과적으로 반응해서 자신을 유지하는 적응시스템이다. 변화하는 환경세계의 조건과 사건들 앞에서도 자신을 주장하고 자신을 유지시키는 것은 권력 덕분이다. 권력은 유기체가 자기 자신으로 머무를 수 있게 함으로써 자아의 연속성을 산출해 낸다, 권력이란 여러 방식으로 타자에 연루되어 있어도 자신을 상실하지 않고 -부정적 긴장, 갈등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연속시킬 수 있는 생명체의 능력이다. 은 최고의 매개능력을 지닌 존재이다. 그에 반해 폭력범은 신경증 환자와 같다. 그는 매개가 없는 폭력을 통해서만 자아의 연속성을 얻으려 한다.

 

헤겔은 개념도 권력이라고 정의한다. 이것이 개념의 권력이다. 타자 속에서 자신의 통일성을 보존하는 것이야말로 개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진리도 권력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절대적 권력은 폭력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그것은 자유로운 복종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푸코는 인간은 복종의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자기를 장악하는 자를 내면화하고 자기정체성의 뼈대로 삼으며 그에게 복종한다는 의미다. 도 권력이다. 헤겔이 이해하는 종교는 전적으로 이러한 권력의 현상에 의해 지배된다. 종교 권력은 당연하다는 듯이 일반의 근본 규정을 내세운다. 종교는 탈경계, 탈유한성에 대한 갈망에서 기인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이 탈유한성이 권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무한함, 경계 없음을 향해야 할 종교적 존재가 오히려 경계 없는 권력을 갈망하거나, 무절제한 권력에 대한 의지에 사로잡혀 있을 수 있다. 제물을 바치면서 처음에는 우리가 타자의 권력 안에 있음을 인정하지만, 그 제물의 효과가 나타나게 해달라고 요구하면서부터는 그 타자에게 권력을 행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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