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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길

인문학으로 상상력과 호연지기를 키워라

인문학으로 상상력과 호연지기를 키워라: 고승철 (전 동아일보 편집국 부국장)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변호사는 외환위기 원인 중 하나가 인문학적 소양부족으로 꼽았다. 대부분이 성공한 한국인이라 불리는 자들은 자기업무에 관한 지식 외에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무역회사 임직원들은 바이어와 상담할 떼 업무 외 대화로 유대감을 갖기위한 대화를 지속적으로 하기 어렵다고 한다. 대규모 거래일수록 함께 식사를 하면서 온갖 이야기를 하며 신뢰를 쌓고 서로 관계를 맺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인은 팔 물건에 관한 외는 아는 것이 별로 없고 관심도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가는가? 인간이 느끼는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이런 것을 공부하는 것이 인문학이다. 인문학으로 정신적 기반이 튼튼해야 그 토대 위에 물질적인 풍요를 높이 쌓을 수 있다. 인문학 토양이 부실한 나라는 아무리 국민소득이 높아도 선진국 대접을 받지 못한다. 대학에서의 배움은 교수의 인격, 체취 등의 아우라를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교수와 함께 모여 앉아 자상한 가르침을 받는 환경이 좋다. 육성이 아닌 마이크로 교육하는 환경에서는 그런 것을 느낄 수 없다. 자본의 논리에 따라 사람값이 매겨지는 세상이고, 사회는 온통 모순덩어리다. 인문학의 위기란 말은 이미 진부할 만큼 알려진지 오래 되었다. 한국에서 특히 그렇다. 지식생태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자연생태계에서는 크고 작은 동식물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환경오염이나 기상변이로 자연생태계가 파괴되면 인간 삶의 터전도 위협을 받는다. 소비자인 인간의 심리와 행태를 모르고 어떻게 마케팅을 할 수 있으랴. 문화의 뒷받침 없는 경제발전은 야만이라고 했다. 인문학과 경제사이의 화합이 필요하다. 인문학적 기초를 갖추면 한국의 대외진출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미국의 힘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군사력 경제력으로만 생각하기 쉽다. 더 근본적인 것은 지식의 힘이다. 미국은 20세기 이후 순수과학, 실용과학 할 것 없이 거의 전 분야에서 세계최고 수준의 지식체계를 구축했다. 정말로 우수한 학생은 돈과 시간을 들여 과외를 받지 않는다. 번거로운 과외 대신 혼자 차분히 공부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아무리 잘 가르치는 교사나 강사, 잘 만들어진 교재가 있더라도 결국 공부는 스스로 해야 한다. 한국은 사람이 중요한 國富. 인재를 키우려면 학창시절부터 다양하고 심층적인 독서를 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개개인의 논리력 문제해결능력을 키우는 길이기도 하며, 국가전체의 기반을 튼튼하게 하는 길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분아가 있다면 그것을 공부하는데 열정을 바쳐보라. 자기가 좋아하는 공부에 몰두하면 미래는 밝아진다. 학문의 확실한 기초를 쌓으면 취업에 더욱 유리해질 것이다. 기업에서 실무형 재교육은 필수불가결하다. 기초가 탄탄하면 불안감은 사라진다. 수학을 공부하는 것은 논리적, 합리적 사고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천재들의 아이디어들은 어느 날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보다 폭넓고 깊이 있는 사고방식에서 비롯되었다.

 

진정한 공부가 되기 위해서는 논리적 이해가 필수다. 남들이 생성한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을 공부한다면, 내가 스스로 지식을 생성하는 과정인 연구를 할 수 있다. 기업에서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가르쳐주지는 않는다. 이는 학창시절 교수와 친구들과의 토론으로 축적되는 역량이다. 광고인들 사이에 전설처럼 전해내려 오는 명언이 있다. ‘훌륭한 크리에이터는 훌륭한 농부와 같다광고의 신으로 추앙받는 데이비드 오길비의 말이다. 무슨 의미인가? 열심히 씨 뿌리고 비료주고, 잡초를 제거한 사람만이 좋은 창작물을 낼 수 있다는 말이다. 지능도 중요하지만 더 필요한 것이 노력이라는 말이다. 기초학문을 암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공부하고 더 나아가 연구해야 한다. 창조성과 농부의 근면성이 결국 하나인 것처럼 사회생활과 기초학문도 결국 만나기 마련이다.

 

IMF위기와 한국경제심포지움에서 모교수는 이렇게 이야기 했다. 종합적인 판단능력을 갖춘 지성인을 양성하지 못하고, 단편적인 지식을 습득한 경제기술자만 양성하고 있거나, 전인적 교육을 하지 못하고 이기적인 인간만 한다거나, 경제학을 배운 학생들이 경제현실을 너무 모른다거나, 경제학을 배웠으면서도 기업이해가 부족하다는 비판에 관해서도 겸손한 태도로 받아들이도록 해야 할 것이다. 종합적인 판단능력을 갖출 수 있게 전인교육을 실시해야 된다는 당위에 대해서는 모든 교수들이 잘 알고 있다. 대학교육 자체가 기술자를 양성하는 응용교육중심체제에서 지성인을 양성하는 교양교육중심체제로 변화될 때 해결될 것이다 대학은 기초역량강화에 주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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