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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 한잔 들고가게!

철학의 가치

 

철학이란 무엇인가? 철학은 삶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것에 관해 논쟁하는 것이상 아무 것도 아닌 쓸데없는 학문

아닌가? 최근에 왜 철학, 인문에 관심을 갖는가? 도대체 철학에서 무엇을, 왜 배워야 하는가?

 

철학의 가치에 대해 부정적인 이유는  첫째 인생목적에 대한 잘못된 생각 때문이고, 둘째 철학이 얻고자 하는 가치가

오해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자연과학의 필요성은 수많은 사람에게 유용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유용성이

철학에는 없다. 철학의 가치는 철학하는 당사자 생활에 미치는 간접적인 효과가 있을 뿐이다. 현실적으로 나타나지는

않는 것 같지만 삶의 전 분야에 영향을 준다. 현실적인 사람이란 물질적 욕구밖에 인정하지 않는 사람을 이야기 한다.

인간이 육체를 위해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마음에도 양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잊고 사는 사람들을

말한다현실 생활에서 마음의 양식은 체의 양식보다 적어도 동등할 정도로 중요하다. 철학의 가치는 마음의 양식

에서 찾을 수 있다.

 

다른 모든 학문과 마찬가지로 철학도 근본적으로 지식을 지향한다. 철학은 확신, 편견, 신념 등의 근거를 비판적으로

살펴보고 검토하면서 생기는 지식이다어떤 주제에 관한 명확한 대답이 가능해지면 그 주제는 더 이상 철학이 아닌

개별 천문학, 수학, 물리, 사회학, 인문학 등의 어떤 학문이 된다. 오늘날 모든 학문은 철학에서 시작되었다. 뉴턴의

업적은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의 발견이다인간의 마음을 연구하는 학문은 심리학이 되었다명확한 해답을 낼

수 있는 주제, 문제는 과학 등 다른 학문으로 옮겨가고명확한 해답을 줄 수 없는 것만 철학에 남아있게 되었다.

 

해답을 발견할 가능성이 아무리 희박해도 어떤 주제에 대한 질문의 고찰을 계속하며,  그 중요성을 깨닫고, 대상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세상에 관한 사변적思辨的 흥미를 갖는 것도 철학의 일부다. 또 어떤 철학자들은

종교적 신념 속에서 구체적으로 논증하여 그 진리를 증명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것을

시도하기 위해서 우리 지식을 개략적으로 살펴보고, 그 방법과 그 한계에 관해 어떤 견해를 형성할 필요가 있었다.

철학의 가치는 철학을 하는 사람이 확정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지식의 체계에 좌우되어서는 안된다.

 

철학 가치는 대부분 그 불확실성 속에서 찾아야 한다철학하지 않는 사람은 상식이나 환경에 대한 습관적 신념,

자기마음속에 자란 확신 등에서 유래한 편견에 갇혀 평생을 보낸다이런 사람들에게는 세계가 명확하고 유한하고

뻔한 것이 되기 쉽다. 그들은 어떤 대상, 현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며 미지의 가능성들을 거부한다. 반대로

철학적 사유를 하는 사람은 일상적인 사물도 우리를 철학적 주제로 안내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제기된 의문에

대해 명확한 대답을 제시하지 못하지만우리의 사고를 확대하고 습관의 횡포로부터 사고思考를 해방시키는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다.

 

철학은 사물이 무엇인가에 관한 우리의 관념에 대한 확실성을 감소시키는 반면, 사물이 무엇일 수 있다고 하는

지식은 크게 증대시켜 준다. 철학은 의심하지 않는 사람들의 오만한 신념, 독단을 제거하고 평소 눈에 익은, 익숙한

것을 익숙하지 않은 형태에서 나타내어 우리의 정신을 활발하게 유지시켜준다철학에는 사유 대상의 경이로움과

사색의 결과 개인적인 좁은 편견에서 해방되는 자유를 통해 얻는 가치가 있다. 이것이 철학의 중요한 가치다.

 

본능적인 인간의 생활은 그의 개인적인 흥미의 범위에 갇혀 있다. 이런 생활에는 쾌락적이고 한정된 면이 있는데

반해, 철학적 삶은 고요하고 자유롭다외부 세계미지의 세계로 우리의 관심을 확대시키지 못하면, 우리는 적

에게 포위된 요새 속에서 갇혀 있는 것이다할 수 있는 것은 탐욕과 대책 없는 신념으로 발생하는 부단한 투쟁뿐

이다우리의 삶이 자유로워야 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이 감옥, 투쟁에서 벗어나야 한다벗어나는 방법이

사유思惟. 철학적 사유는 매우 광범위하므로 세상을 대립하는 두 진영, 옳고 그름, 善과 惡으로 나누지 않고

전체를 공평하게 관찰한다.

 

지식의 획득의 목적은 자기 확대이다또한 지식은 자신을 구속한다.  자신에 익숙한 것, 자신에 맞는 것, 자신의

신념을 강화시키는 지식은 자기 확대, 자기 성장에 장애가 된다. 이에 반해 사유를 하게 되면 자기가 아닌 것에서

출발하여 자신을 새로운 세상으로 자기 경계를 확장시킨다. 지식은 자기와 자기 아닌 것을 통합하는 것이다.

 

오늘날 철학에서는 인간은 만물의 척도이며 진리는 인간을 만들고, 시공간과 보편의 세계는 마음의 성질이어서

마음이 만들지 않는 무엇인가가 있다면그것은 우리에게 불가지 不可知이고,  무의미하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이런 견해는 철학적 사유에 가치를 부여하는 모든 것을 철학적 사유로부터 빼앗는 결과를

가져온다이러한 지식은 자기가 아닌 것과의 통합이 아니라나와 나를 초월한 세상를 볼 수 없게 하는 편견,

습관, 집착이다이같은 지식에 갇힌 사람은 자기 말이 사실이 아닌 것을 두려워서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참다운 철학적 사유는 자기가 아닌 모든 것으로 대상을 확대하여  그 대상을 경이롭게 하고그로인해 사유하는

주체도 존엄해지며 모든 것으로부터 만족을 찾게 된다. 개인적 관념, 신념은 주관과 객관 사이에 장벽을 만들고,

지성을 감옥에 가둔다.  자유로운 지성은 이 보는 것처럼 세상을 본다장자가 이야기 하는 대붕大鵬이다.

그것은 여기와 지금도 없이, 탐욕과 공포도 없이, 습관적 신념이나 전통적 편견에 사로잡히는 일 없이 평정하고도

냉철하게 오직 하나의 지식을 바라는 마음으로 세상을 본다.  자유로운 지성은 사사로운 역사적 사건들이 개입

하지 않는 추상적이고보편적 지식을 감각적 지식보다 높게 평가할 것이다모든 것을 왜곡시키는 감각적 지식은

육체에 의해 왜곡된다.

 

철학적 사유의 자유와 평등에 익숙해진 마음은  자유와 평등을 행동과 감정의 세계로 확대하여 경계할 것이다.

사유를 할 때의 그 평등공평성은 행동할 때 정의가 되고 감정면에서는 보편적 사랑즉 모든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사랑이 되는 것과 같은 마음의 성질이다그렇게 사유는 우리의 사고의 대상뿐만 아니라 행위나 감정의 대상에게로

확장된다그것은 우리를 다른 모든 세상에 대항해 성을 쌓고 싸우는 도시의 시민을 넘어 세계의 시민으로 만든다

이 세계의 시민이라는 데 바로 인간의 참다운 자유가 있다. 편협함이나 공포의 속박으로부터의 해방도 바로 여기에

있다.

 

다시 정리해보면 철학은 문제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 공부하는 것은 아니다. 철학은 문제 자체를

위해서 공부한다. 이런 문제는 가능한 것에 관한 우리의 생각을 확대하고, 우리의 지적 상상력을 풍부하게

하고, 개인적 관념으로 마음을 닫는 독단적 확신을 경계한다. 무엇보다도 철학이 사유하는 세상의 위대성에

의해서 우리의 마음 또한 위대해지고, 세상과 통합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天地人의 통합이야 말로 마음의

최고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