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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 한잔 들고가게!

은퇴(2)


여러분은 은퇴하면 어떨 것 같습니까? 많은 힘든 경험들이 그렇듯, 내가 보는 것과 내가 직접 당하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30년이상을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오직 그것을 위해 많은 것들 희생해 왔던 일에서 은퇴하여,

더 이상 그 일을 하지 않게 된다면 어떨까요? 여러분은 그 일을 대체할 다른 무엇을 하고 싶은가요?

 

저는 현대 인간은 컴퓨터와 많이 유사하다는 생각을 합니다중앙처리장치인 CPU와 저장장치, 그리고 부수적인 장치

들과 운영시스템 (OS)를 가진 컴퓨터를 어떤 기능을 하는 도구로 만들기 위하여, 그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만들어 넣고, 필요한 추가적인 하드웨어들을 부착하여 어떤 특정 기능만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도구로 만들수 있습니다.

 

인간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합니다인간도 인간의 몸을 빌어 태어나,  후천적인 교육, 훈련학습으로 사회적 활동을

하기 위해 어떤 특정 기능을 하는 도구 만들어집니다 . 물론 어떤 사람들은 필요에 따라 다양한 기능들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그것을 공자는 君子不器라 했지만, 그것은 군자 경우에 한해서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군자는 환경이 바뀌어도

상황에 따라 잘 대처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합니다그렇게 사회에서 어떤 기능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나는, 수십 년

동안 오로지 그 일을 잘해 내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였으며, 모든 것에 앞서 그 일만을 생각하며, 그것만을 최고가치로

알고 온몸에 채우고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 그 일을 더이상 하지 않게 된다면 우리 몸은 어떻게 동작할까요?  

 

여기서 철학적인 질문을 해봅니다. 나는 누구일까요? 나는 무엇인가요? 제가 10년동안 항상 머리에 간직하고 있는 화두

입니다. 나는 일반적으로 내 몸과 영혼, 정신을 말합니다그러면 잘려진 내 팔은 일까요그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내 것인 무엇입니다. 그것도 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내가 가지고 있는, 없으면 잠시라도 살아가기 힘든 스마폰은

일까요? 저는 나와 연결된, 그래서 내 삶에 많은 영향을 주는 것들은 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내삶에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은 내 팔과 다리처럼 내 몸통에 붙어있지는 않지만, 정신적으로 내 삶에, 몸에 연결되어 있지요.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의 나는 '거시적 의미의 나'입니다.

 

그리고 '미시적 의미에서 나'는 내가 라고 하는 나, 외부세계와 내 몸 사이에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이에서

의식하는 것이 라고 생각합니다나는 내 몸이 외부환경에 제대로 작동하도록 감각기관을 통한 외부의 자극을 인식

하여 내 몸에 전달하고, 내 몸이 지시하는 반응을 합니다내 몸이 나에게 지시하는 수단은 주로 감정, 느낌을 사용

합니다.  나는 내 몸과 관념을 통해 연결되어 있습니다.  외부자극에 대한 반응은, 이 관념을 통해 감점, 느낌으로 표출

니다.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으로 나타납니다. 이렇게 내 몸과 나는 상호작용하며, 둘이면서 하나입니다.

 

관념은 내 몸의 생존을 위해 타고난 본능과 살아가면서 경험하고, 익힌 지식들의해 형성됩니다나는 관념의 지배를

받지만, 그 관념을 형성하는데에도 역시 내가 관여합니다. 관념은 외부환경의 변화와 변하는 나에 의해 끊임없이 새롭게

형성됩니다. 같은 상황도 어제의 내가 인식하는 것과 오늘의 내가 인식하는 것이 다릅니다.

 

이렇게 외부환경과 관념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항상 변하고 있어야 정상적인 생존메커니즘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가 들수록 관념이 고정됩니다. 고정관념 강해진다는 의미입니다. 삶의 활동범위가 좁아지고, 무엇을 하고자

하는 의욕도 없어지고, 변해가는 환경에 세상이 나에게 생소해지면, 세상에 관심도 없어지면서 외부자극도 점점 사라지고

삶의 환경변화에 둔감해집니다오로지 살고자 하는 생존에 대한 욕구만 살아 탐욕만 많아집니다무엇을 보고 들어도

새롭게 느끼지 못하고, 기존 나의 관념에 의해서만 판단하고 평가하며 자신을 보호하려고만 합니다.

 

나에게 업무와 돈, 의사, 판검사, 사장, 박사...라는 사회적 지위를 빼고나면 무엇이 남나요나는 누구입니까나는 무엇을

하는 어떤 사람입니까여러분은 일상생활에서 무엇을 할 수 있나요나를 위해, 타인을 위해,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해 줄

수 있나요나는 지구촌에 필요한 존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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