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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의 세계 (요슈타인 가아더 지음,

다윈(2)

 

라이엘의 이론 가운데 결정적인 것은 지구의 나이였다. '하느님이 약 육천년 전에 지구를 창조했다'는 가정이 다윈의 시대에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다윈은 지구의 나이를 약 3억년으로 추정했다.  오늘날 우리가 알기로는 지구 나이는 약 46억년이다. 생물학적 진화에 대한 다윈의 논증 가운데 한가지는, 다양한 암석의 층에 서로 다른 화석이 층층이 발견된다는 사실이다. 또 다른 논증은 '여러 가지 생물이 지리적으로는 어떻개 분포해 있는가'하는 문제다. 다윈은 한 지역에서 여러 가지 동물이 아주 미세한 차이에 따라 구별되는 것을 두 눈으로 직접 보았다.  다윈은 우선 에쿠아도르 서쪽에 있는 갈라파고스 군도에서 몇가지 재미있는 관찰을 했다. 섬들 사이에는 식물과 동물의 분포에 있어서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다윈은 작은 차이들에 더욱 관심을 가졌다. 그는 섬 곳곳에서 큰 남생이(거북이)를 보았는데 섬에 따라 그것은 조금씩 달랐다.  더 중요한 것은 다윈이 갈라파고스 군도에서 새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참새와 새들이 섬마다 달랐다. 그것은 우선 그 새의 부리 모양에서 알 수 있었다.

 

다윈은  '이 같은 다양함이 바로 섬마다 참새가 다른 먹이를 먹는 것과 관계있다'는 것을 증명해 냈다. 부리가 뾰족한 되새는 잣을, 먹고 피리새는 곤충을, 나무줄기와 가지에서 사는 괭이참새는 곤충을 먹는다. 다윈은 갈라파고스 군도에서 비로소 다윈주의자, 즉 진화론자가 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윈의 눈에 띈 점은 이 작은 군도의 동물군은 남아메리카에서 본 많은 동물류와 매우 유사하다는 사실이었다. 신은 정말 이 동물들을 서로 약간씩만 다르게 창조한 것일까? 아니면 진화한 결과일까? 동일한 임신 초기단계의 개, 박쥐, 토끼와 인간 엠브리오를 비교해 보면, 전혀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엠브리오, 즉 배胚芽가 좀 진화한 후기 단계에 들어서 비로소 인간의 엠브리오와 토끼의 엠브리오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인간과 토끼가 먼 친척간이란 증거가 아닐까? 다윈은 작은 변화가 오래 계속되면 큰 변화가 생긴다는 라이엘 이론을 거듭 생각했지만, 보편적 원리로 적용할 수 있는 근거는 발견하지 못했다. 다윈은 라마르크 이론도 알고 있었다.  라마르크는 여러 가지 동물종들이 바로 제게 필요한 것만을 진화 시킨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라마르크 생각은 개체 하나하나가 자신의 노력으로 특성을 획득하고 이것이 후대에 유전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1만년 이상 가축을 사육해 왔다. 암탉이 알을 일주일에 꼭 다섯을 낳는 것도 아니다. 또 양이라고 다 털이 많은 것도 아니다. 말도 늘 건장하고 빨리 달릴 수 있는 것만은 아니었다.  사람들이 우수한 품종을 인위적으로 선택해 왔다. 이것은 식물계도 마찬가지다. 더 나은 종자를 얻을 수 있는 사람들은 절대로 나쁜 감자를 심지 않는다. 또 낟알이 없는 이삭을 베려고 힘들이지도 않는다.  다윈은 암소든 벼이삭이든 개든 참새든 그 어느 것도 각각 전적으로 똑같지는 않다는 것을 지적했다. 자연도 저희 가운데 우량종을 자연적으로 선택해 번성하도록 했을까? 인구문제 전문가 토머스 맬서스는 ‘인구 원칙에 대한 소론(인구론)’이라는 책을 지었다.  맬서스로 하여금 이 책을 쓸 생각을 하게 한 사람은 피뢰침을 발명한 미국의 벤저민 프랭클린이다. 프랭클린은 만일 자연계에 번식을 제한하는 요인이 없었다면, 지구는 단 한 가지의 식물종이나 동물종만으로도 온통 뒤덮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상에는 많은 생물종이 있으며 서로 번식을 견제하여 평형을 유지한다고 했다.

 

맬서스는 이 생각을 좀더 발전시켜 지구의 인구 상황에 적용했다. 인간의 번식력은 너무 왕성해서 생존할 수 있는 수보다 더 많은 아기들이 태어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식량 생산이 결코 이 같은 인구증가를 따를 수 없으므로 결국 대다수 인간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투쟁을 벌여야 할 운명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장성하여 종족을 보존하게 된 사람은 생존투쟁에서 가장 잘 싸운 사람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바로 그것이 다윈이 추구한 보편적 메커니즘이었다.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한 자가 살아남아 그 종이 존속된다'는 생존경쟁의 자연도태설이다. 이것이 그가 ‘종의 기원’에서 발표한 두 번째 이론이다. 다윈은 계속해서 서로 친근한 종 사이일수록 생존경쟁이 더욱 치열하다고 했다.  그들은 같은 먹이를 놓고 싸워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럴 때에는 아주 작은 차이, 그러니까 평균보다 조금만 더 뛰어나도 그 점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생존경쟁이 치열할수록 새로운 종의 진화는 더욱 빨라진다먹이가 적으면 적을수록, 그리고 자손이 더 많이 생기면 생길수록 진화가 더 빨리 진행되는 것일까? 먹이만이 문제가 아니다.

 

다른 동물에게 잡아먹히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면 어떤 특정한 보호색을 갖는 것이나 빨리 달릴 있는 것, 적을 빨리 알아내는 능력, 혹은 만일의 경우에는 적어도 맛이 나쁜 것도 장점이다.  육식동물을 죽이는 독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번식력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식물은 가루받이를 할 때 도움을 줄 곤충을 유인하기 위해 아름다운 색을 내고 달콤한 향기를 내품는다.  새들이 아름답게 지저귀는 것도 같은 목적에서 이다. 결국 개체의 유일한 목적은 종족을 유지하기 위해서 성적 성숙에 도달하고 번식하는 것이다. 끊임없는 선택이란 특정한 환경, 또는 특정한 생태학적 조건에 가장 잘 적응한 자가 결국 그런 환경에서 살아남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어떤 환경에서는 장점인 것이 다른 환경에서는 효력이 없을 수도 있다. 갈라파고스 군도의 어떤 참새에게는 날 수 있는 능력이 아주 중요했다. 그러나 땅바닥을 파헤쳐서 먹이를 얻어야 하고, 육식동물이 없는 상황에서는 잘 날 수 있는 능력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 바로 자연속에는 매우 다양한 생태학적 환경이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동물의 종이 진화하게 된 것이다. 자연에 우연은 없다.모든 것은 아주 작은 변화들 때문에 비롯되었다. 그런 변화는 수 없이 많은 세대를 거쳐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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