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의 기초

* 하늘과 땅은 비록 오래 되어 있어도 끊임없이 새 것을 낳고, 해와 달은 비록 오래되었어도 그 빛은 날마다 새롭다. (박지원)

 우리가 지금있는 이곳을 '정의'라고 규정하는 순간, 그 공간을 제외한 곳은 '부정의'가 되어버린다. 이렇듯 경계를 명확히 하는 시대가 오히려 진정한 혼돈의 순간일수 있다. 다시 말해 우주근원의 시점에서 볼 때 陰과 陽으로 규정되기 이전의 혼돈의 상태,  즉 그 자체로 조화로운 상태인 혼돈의 상태야 말로 우주의 가장 완벽한 상태였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陰과 陽의 개념은 고정된 개념이 아니다.  음과 양은 우주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원칙이자, 우주 요소를 설명하는 첫 출발점이다. 음과 양은 서로 대립하는 것이면서 다른 것이고 그러면서 동시에 같은 것이다. 보통 음양하면 떠오르는 가장 대표적인 게 남자와 여자다. 우주는 대립적인 요소로 구성된다.

 

다시 말해 자아와 타자의 개념이 있고, 타자가 존재함으로써 내가 존재할 수 있다. 남자는 양이고 여자는 음, 단단한 것은 양이고 부드러운 것은 음이라고 하는데, 이런 것은 단편적인 인식이다. 나는 그런 인식에 동의 하지 않는다.  우주에는 이런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개념이고, 거꾸로 될 수 있다. 무엇이 陰이고 무엇이 陽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서로 대립적인 존재라는 것, 하나가 있어야 나머지 하나도 존재할 수 있는 개념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태극太極은 음양이라는 개념을 입체적으로 만든 것이다.  태극은 우주의 본체라고도 하고, 천지가 아직 열리지 않고 음양의 2기二氣가 나누어져 있지 않을 때 존재했던 단 하나의 존재라고 사전에는 설명이 되어 있다.  태극이 가지고 있는 개념의 핵심은 양이 극에 달하면 음이 되고, 음이 극에 달하면 양이 된다는 것이다.

 

음양이 이렇듯 단순히 우주가 만들어 내는 물체나 성질의 고정된 양면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음과 양이 입체적으로 양은 음으로, 음은 양으로 서로 변화하기도 하고,  서로 부딪치고 대립하며 하나로 화합하기도 하고, 새로운 개념으로 바뀌기도 한다. 음양은 절대 고정된 것이 아니며, 대립하긴 하지만 적대적인 것은 아니다. 음양은 어떻게 변화할까? 우선시간에 따라 움직인다. 사계절을 음양으로 구분하면 봄과 여름은 성장하고 발산하는 기운이 강하기에 양이고, 가을과 겨울은 수렴하고 응축하는 기운이 강하기에 음이다. 음양이 나오면 그 다음 나오는 것은 五行이다.  

 

우주의 질료인 목, 화, 토, 금, 수로 이루어진 오행은  2000년 역사의 동양 문화에서 이어내려 온 핵심 개념으로 삶의 다양한 분야와 연계되어 왔다. 사계절과 환절기를 五行과 결부시키면 어떻게 될까?  봄은 목, 여름은 화에 배속되고, 가을은 금, 겨울은 수에 배속된다. 그리고 토는 계절을 매개하는 환절기에 속한다. 木은 봄, 아침, 東, 靑, 3과 8, 仁, 간과 쓸개, 뼈, 성장, 의지, 명예, 오만이다.  오행의 첫번째 기운은 목이다.  목은 사계절 중 봄에 해당한다.  인간이 삶에서 유아기에서 10대 초반의 소년기다.  목의 키워드는 성장 또는 순수한 호기심이다. 목의 성질은 일단 직진이다. 이들은 돌아가는 방법을 모른다. 목은 유교 덕목 중 측은지심惻隱至心의 仁을 상징한다. 火는 여름, 낮, 南, 적색, 2와 7, 禮, 심장, 소장, 열정, 자신감, 다혈질이다. 화는 불을 떠올리면 된다. 화는 봄기운의 陽에서 뜨거운 여름의 陽으로 가는 기운이다. 불이란 여기,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다. 화는 청년의 힘이다. 많은 고려와 배려가 존재하지 않고, 바로 지금 이 순간에 확 일어나는 기운이다. 화는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기 때문에 과거를 떠올리는 기억력이 뛰어나다. 산으로 보면 악산인 관악산이 화의 기운이 강하다. 목과는 달리 화와 화가 만나면 더 커진다.

 

土는 환절기, 사이,, 중앙, 黃, 5와 10, 信, 지라와 위, 중용, 끈기, 고집이다.  土는 시기적으로 보면 환절기이다. 사실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土의 성분이다. 토는 안정성이 높은 40대 중년이다. 토의 안정성은 하늘 위로 상승을 추구하는 불안정한 목과 만날 때 부딪친다. 40대 보수의 안정성은 20대 변혁의 급진성과 늘 충돌한다.  土는 中和의 기운이다. 토의 기운이 강한 사람은 정세를 관망하려고만 한다.  정말 움직여야 할 때 잘 안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金은 가을, 저녁, 西, 백색, 4와 9, 義, 폐, 대장, 냉정, 절제, 비판, 잔소리다.  金은 50대 장년의 기운이다. 천명을 알고, 규칙을 안다. 자신만의 원칙과 법칙이 있다. 형태가 견고하고 변형 가능성이 적다는 점은 오행중에서 金이 최고다. 금은 사계절 중에서 가을에 해당한다. 陽에서 陰의 기운이 커지는 시기다. 金과 金이 만나면, 의기토합意氣投合해서 금속의 빛깔이 반짝이는 특성이 있다. 화가 화를 만나면 서로 기뻐하고, 금과 금이 만나면 의리가 발동된다. 불과 불이 만나면 하나로 합쳐져서 큰 불이 된다.

 

水는 겨울, 밤, 北, 黑, 1과6, 智, 신장, 콩팥, 방광, 지혜, 욕망, 본능, 망상이다. 수는 물이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 노년이 되면 물과 가까운 곳에서 물과 살아야 한다. 물은 그 틀에 맞게 변신한다. 물은 오행중에서 독특한 무형의 유형이라는 형태를 가지고 있다.  물은 불과 더불어 가장 운동성이 강한 오행이다.  수는 밤과 겨울, 북방의 기운이므로 생명을 잉태하려는 기운이다. 수가 수를 만나면 처음 봤음에도 불구하고, 10년 사귄 친구처럼 잘 어울린다. 금과 금의 만남은 이성적 판단이 개입한다. 화와 화의 만남은 감성적 결합이다. 돕기를 결정하면 이유를 따지지 않는다. 그에 비해 수와 수의 만남은 본능적 결합이다. 각각의 오행은 다른 오행과 서로 도와주는,  즉 生하거나 누르는 즉, 剋하는 관계를 맺는다.  목은 다른 오행인 화, 토, 금, 수와 생하거나 극하는 관계를 맺는다. 목은 화를 도와주는 관계고 목은 수의 도움을 받는 관계이며, 목은 토의 힘을 누르는 관계이고 목은 금에 의해 힘이 눌리는 관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