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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충돌

잘 알려진 것처럼 소행성은 화성과 목성 사이에서 느슨하게 띠를 이루며, 공전하고 있는 암석 덩어리들이다. 태양계의 그림에서는 언제나 고리 모양으로 뭉쳐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태양계에는 엄청난 공간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소행성들은 서로 160만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다.  우주에 도대체 얼마나 많은 소행성들이 떠돌아다니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 수는 10억개를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소행성들은 목성의 중력 때문에 큰 행성으로 뭉쳐지지 못한 작은 행성들일 것으로 추측된다. 소행성들이 어떤 이유로 궤도를 벗어나서 지구로 날아오게 되는가를 아무도 모르고 있다. 비교적 작은 소행성들 중에서 지구의 궤도를 가로지르는 소행성의 수는 수십만에서 수백만개가 될 것이 분명하고, 그것들은 모두가 추적하는 일은 도저히 불가능하다. 그런 소행성을 처음 관측했던 것은 1991년이었고, 그나마도 이미 지나가버린후였다.

 

1991 BA라고 이름 붙여진 그 소행성은 17만킬로미터 떨어진 곳을 지나가는 과정이 관측되었다. 우주에서 그런 정도의 거리를 지나가는 것은 총알이 그 소매를 스쳐지나가는 것과도 같은 일이다.  2년후에는 조금 큰 소행성이 14만킬로미터 떨어진 곳을 지나갔다.  지금까지 기록 된 것 중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였다. 그것도 역시 지나간 후에야 발견되었기 때문에 아무런 예고 없이 지구에 충돌할 수 있었던 셈이다. 1970년대초에 움브리아 지역의 보타치오네 계곡이라는 협곡에서 고대 백악기와 제3기의 석회층사이에 있는 붉은색의 얇은 점토층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지질학에서 KT경계라고 알려진 두 지질 시대의 경계는 화석기록에서 공룡을 비롯해서 지구상의 동물중에서 거의 절반이 갑자기 사라져버렸던 6500 만년전에 해당한다.

 

매년 지구에는 대략 3만톤의 우주 소구체, 즉 우주먼지가 날아와 쌓이게 된다. 한 곳에 모아 놓으면 상당한 양이 되겠지만 지구 전체에 흐트려놓으면 아주 적은 양이다. 그런 먼지속에는 지구에서는 쉽게 발견할 수없는 이국적인 원소들이 들어있다. 이리듐도 그런 원소들 중의 하나로 우주에는 지구에서보다 1000배이상 더 흔하게 존재한다. 뉴올리언스 남부쪽으로 100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프로그레소라는 도시 인근의 칙후룹에 생성 원인을 알 수 없는 지름190킬로미터이고, 깊이가 50킬로미터나 되는 거대한 구덩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허블 우주 망원경으로 혜성의 충돌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1994년 7월16일에 시작된 충돌은 일주일 정도 계속되었다.  G핵이라 불리는 파편은 현재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핵무기를 합친 것 보다도 75배나 되는 600만개 메가톤 정도의 힘으로 충돌했다.  G핵은 작은 산 정도의 크기에 불과한 것이었지만, 목성의 표면에 지구정도 크기의 상처를 남겼다.

 

우주적인 속도로 날아오는 소행성이나 혜성이 지구 대기권에 진입하면, 그 속도가 너무 빨라서 그 앞 쪽에 있는 공기가 비켜날 틈이 없기 때문에 자전거 펌퍼 속에서 처럼 압축된다.  공기가 압축되면 곧 바로 뜨거워진다. 그래서 대기 진입한 소행성의 앞쪽에 있는 공기의 온도는 태양표면 온도의 열배에 가까운 6만K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운석이 지나가는 길에 있는 사람, 집, 공장, 자동차를 비롯한 모든 것은 순간적으로 불속에 던져진 셀로판 판처럼 찌그러져 버린다. 대기권에 진압한 운석은 1초이내에 지표면에 충돌한다. 운석 자체는 순간적으로 기화해 버리지만, 그 충격으로 수천 세제곱킬로미터의 돌이나 흙과 함께 엄청난 정도로 뜨겁게 가열된 가스가 바깥쪽으로 분출된다.  충돌 현장에서 240킬로미터이내에서는 진입 당시의 열로부터 살아남은 모든 생물들이 이제는 그런 폭발에 의해서 죽게된다. 초기의 충격파는 거의 빛의 속도에 가까운 속도로 바깥으로 퍼져나가면서 그 앞에 있는 모든 것들을 휩쓸어버린다.

 

직접적인 영향권 바로 바깥에서는 가장 먼저 겪게 되는 재앙은 인간의 눈으로 본 적이 없는 엄청나게 눈부신 빛이다. 그 순간부터 1-2분 이내에 상상도 할 수 없는 규모의 종말과같은 광경이 펼쳐지게 된다. 하늘 끝까지 닿는 무시무시한 어둠이 시속 수천킬로미터로 퍼져나가면서 시야를 완전히 막아버린다. 그런 어둠은 소리의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다가오기 때문에소름끼치는 세상은 엄청난 적막속에 빠져버린다. 엄청난 규모의 지진들이 연속해서 일어날 것은 틀림이 없다.  엄청난 해일이 멀리 떨어진 해안을 향해 덮쳐나갈 것이다. 한 시간이내에 시커먼 구름이 전 세계를 덮을 것이고, 시뻘겋게 달아오른 돌덩어리와 파편들이 날아다니면서 전세계가 불길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전리층이 심하게 교란되면서 모든 통신 시설이 작동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생존자들은 무슨 일이 생겼는지도 알수가 없고,  어디로 몸을 피해야 하는가도 알 수가 없게 된다. 도망치는 일은 죽는 순간을 조금 더 늦추는 것에 불과하다.

 

지구가 셍명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은 어느 곳에서는 마찬가지로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어떠한 피난 노력도 사망자를 크게 줄이지는 못할 것이다. 충돌과 그 이후의 화재에 의해서 생기는 그을음과 떠다니는 재가 햇빛을 차단할 것이다.  그런 상태가 몇달 또는 몇년 동안 계속되면 식물의 성장 사이클이 파괴되어 버린다.  KT 충돌에서 생긴 퇴적층의 헬륨 동위원소를 분석해본 결과에 따르면 지구의 기후가 1만년 이상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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