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가 시작된 후로 지금까지 존재했던 모든 티끌과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들을 모은 후에 그것들을 너무나도 작아서 그 크기를 말할 수도 없는 작은 공간에 모두 집어넣어야만 한다. 그런 상태를 '특이점'이라고 부른다. 특이점은 공간을 차지하지도 않고 존재할 곳도 없다. 즉 우리의 우주는 아무것도 없는 그야말로 무에서 부터 시작되었다. 특이점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짧고, 광대한 영광의 순간에 단 한번의 찬란한 진동에 의해서 상상을 넘어서는 거룩한 크기로 팽창한다. 1분도 지나지 않아 우주의 지름은 수천조 킬로미터에 이르게 되지만 여전히 빠른 속도로 팽창을 계속한다. 이제 온도가 수백억도에 이를 정도로 뜨거워서 원자핵 반응을 통해서 기벼운 원소들이 만들어진다. 주로 수소와 헬륨이 만들어지고 리튬이 생겨난다. 최초 3분동안에 우주에 존재하게 될 모든 물질의 98%가 생성된다. 이제 정말 우리의 우주가 만들어진 것이다. 대략 137억년 정도에 합의되었지만, 이런 숫자를 알아내기는 무척 어렵다. 우리는 우주 배경복사 때문에 생기는 잡음을 언제나 경험하고 있다. 텔레비전 방송이 없는 채널에서 보이는 무질서하게 물결치는 무늬 중에서도 약 1% 정도는 오래 전에 일어났던 대폭발의 잔재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다음에 그런 화면을 보면 우주의 탄생 모습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우주배경복사: 대폭발에 의해서 우주가 생성될 때 방출 되었던 빛으로 우주가 팽창하면서 식어가기 때문에 지금은 절대온도 2.74도에 해당하는 마이크로파의 형태로 관측된다)
대폭발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폭발이 아니라 엄청난 규모의 거대하고 갑작스러운 팽창에 더 가까운 것이다. 우리의 우주는 수많은 다른 차원의 우주들중의 하나에 불과할 수도 있고, 대폭발은 어느 곳에서나 늘 일어나고 있는 평범한 일일 수도 있다. 어쩌면 대폭발이 일어나기전까지 시간과 공간은 우리가 상상하기에는 너무나도 낯선 전혀 다른 형태였을 수도 있고, 대폭발은 우리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형태의 우주로부터 우리가 대강 이해할 수 있는 모습의 우주로 전환되는 과정을 뜻하는 것일 수도 있다. 과학자들은 엄청난 양의 계산과 입자 가속기에서 생기는 일을 관찰해서 창조의 순간으로부터 10의 마이너스 43초까지의 상태를 알아낼 수 있다고 믿는다. 우주는 그때까지만 해도 너무 작아서 현미경이 있어야만 찾을 수 있을 정도였다. 팽창이론에서는 우리 우주가 생겨날 수 있도록 해준 물결과 소용돌이가 어떻게 만들어 졌는가를 설명해준다. 만약 그런 것들이 없었더라면 물질의 덩어리와 별星도 생기지 못했을 것이고 우주에는 그저 떠돌아다니는 가스와 영원한 어둠만이 존재했을 것이다. 아무것도 없던 곳에서 갑자기 수많은 광자와 양성자와 전자와 중성자를 비롯한 온갖 것들이 생겨났다.
영국 왕립천문 천문대장 마틴 리스는 어쩌면 무한히 많은 우주가 존재하고, 각각의 우주는 나름대로의 독특한 특성과 구성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에서는 우리가 존재할 수 있도록 물질이 구성되어 있을 뿐이라고 믿는다. 리스는 여섯 개의 숫자가 우리 우주를 지배하고 있으며, 그 숫자들 중에서 하나라도 조금만 달라지면, 모든 것이 지금과 같을 수가 없게 된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수소가 헬륨으로 변환 될 때는 질량의 0.007%가 에너지로 바뀌어야만 한다. 만약 그 값이 0.006%로 바뀌면, 그런 변환이 일어날 수 없기 때문에 그런 우주는 수소만 존재하게 된다. 0.008%로 바뀌면,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수소는 사라져버리고 말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숫자들이 조금만 바뀌면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게 된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의 98%가 대폭발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그 물질들은 헬륨, 수소, 리튬과 같은 가벼운 원소들일 뿐이다. 탄생직후에 터져나온 기체 덩어리에서는 우리 존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탄소, 질소,산소와 같은 무거운 원소들이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그런 원소들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대폭발이 일어날 때와 같은 정도의 열과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폭발은 한번 뿐이고, 그 당시에는 그런 원소들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런 원소 들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아주 멀리 있어서 눈으로 볼 수 없는 별의 작은 진동과 흔들림으로부터 그 별의 크기와 특성은 물론이고, 생명의 존재 가능성까지도 알아낼 수가 있다. 명왕성 질량은 지구의 1%에 불과할 정도이고, 크기는 미국 본토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우리 태양계는 안쪽에 위치하면서 암석으로 구성된 네 개의 행성과 그 바깥에 위치하면서 기체로 구성된 네 개의 행성, 그리고 작고 외로운 얼음덩어리로 구성되어 있는 셈이다. 그리고 명왕성 부근에서 크기가 더 큰 얼음덩어리들을 발견할 가능성이 아주 크다. 명왕성에 도착하려면 빛의 속도로 가더라도 일곱시간 걸린다. 물론 우리가 명왕성으로 가는 속도는 빛의 속도와 비슷할 수가 없다. 우리가 타고갈 우주선 속도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느리다. 인간이 만든 우주선중에서 가장 빠른 것은 시속 5만 6000 킬로미터 정도로 날아갔던 보이저 1호와 2호였다.
태양계의 크기는 정말 거대하다. 명왕성 정도의 거리에서 보면 우리에게 따뜻하고 포근하며, 피부를 타게 하고 생명을 주는 태양이 바늘머리 정도로 작게 보인다. 태양계 끝에 가려면 혜성들이 떠도는 광활한 천체 공간인 오르트구름을 지나야만 하는데 오르트구름까지 가려면, 대단히 미안하지만 1만년을 더 여행해야만 한다. 오르트 구름에 대해서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명왕성 너머의 어느 곳에서 시작되고, 그 폭이 2광년 정도가 된다는 것이 전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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