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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 한잔 들고가게!

무료급식 논쟁

 

초등학교 무료급식에 대한 논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처음 무료급식에 대한 논쟁이 시작되었을 때

나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자식이 초등학생도 아니고, 사회.정치에 관심도 없었다.

 

어찌하다 보니 인문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인문학이 결코 사회와 별개 일수 없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어떤 사회가 되느냐의 중심에 정치가 있으니, 정치에 무관심할 수도 없다.  그렇게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지만, 예전보다는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인간은 수용할 수 있는 것만 수용한다' '인간은 보고자 하는 것만 본다.'

 

물질주의 중심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아무리 우리가 부정해도 우리는 인간을 포함한 세상만물을 상품

으로 취급한다. 가치있는 인간, 가치없는 인간, 돈이 되는 인간, 돈이 안되는 인간. 자식도 가족도

자본주의 시각으로 보면, 상품으로 보게 된다. 우리가 자식을 잘 키운다는 것은 자식을 좋은 상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자식이 부모에게 소중한 가치를 지닌 상품이 되면 자랑스럽게 여기게 되고, 그렇지

못하면 애물단지로 보게 된다. 자식은 소중한 인격체, 그 자체로서 대우받아야 한다.

 

인간이 옛날부터 간절히 바라는 이상적 사회는 '모든 인간이 함께 잘 살아가는 것'이다. 이상이란 실현

하기 힘든 것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향해 한발씩 나아가기 위한 노력은 해야 한다. 함께 산다는 것은

열린마음으로 함께 살기 위해 상대를 인정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을 당연하게 나와 같은 존재로 인정

해야 한다.

 

가진 자는 없는 자를, 힘있는 자는 힘없는 자를, 능력있는 자는 능력없는 자를 기꺼이 수용해야 하고

'함께 살아가기 위해 도와야 한다'는 인식이 당연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 사회적

약자를 책임져야 한다는 의식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그런 사회 의식, 당연하게 생각하는

의식이 습관이 되고, 행위가 된다. 옛날에 이 말은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졌다.

 

그러한 함께 살아가기 위한 의식이 세상을 바라보는 의식이어야 하고, 행동하게 하는무의식이 되어야

한다. '함께 살아가기 위한 행위가 당연하다'는 의식이 사회의 최고의 선이 되어야 한다. 모든 시민

들이 우리 사회의 힘든자들, 약자들을, 우리가. 우리 사회가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면

갈등이 생길 이유가 없다.

 

경쟁사회, 물질중심사회, 개인주의, 능력중심 사회는 폐쇄적인 사회이고 세상만물을 상품으로 보게

만든다. 상품가치가 없으면 모두 쓰레기로 취급한다. 모든 사회적 약자는 당연히 쓰레기로 취급되는

사회적으로 부담스러운 존재일 뿐이다. 이러한 세상보는 시각이 변하지 않는 한,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 대부분은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세상 이상의 것을 보지 못한다.  내가 보는, 내가 의식

하는 세상만이 세상 전부라 생각한다. 플라톤의 동굴세계에 갇혀 지낸다.

 

무료급식 논쟁이 사회적으로 갈등이 심한 것은 우리의 세상보는 시각이 그렇다는 것이다. 모든 아이

들을 우리 사회가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우리 모두가 의식하면 갈등이 생길 이유가 앖다. 어떤

이슈, 사안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방법에서 이견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심한 거부감으로 

분열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당연하다고 생각되면 그것을 행하는 것은 심적으로 아무 거부감도, 불편함도 

없으며, 내가 행하고 있는지도 모르게 너무나 당연하게 행하게 된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당연하게

여기며, 무엇이 불편한가?  왜 그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