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차나 한잔 들고가게!

존재의 의미

 

어떤 사물의 존재만으로는 다른 사물과 아무 관계가 없다. 어떤 사물이

다른 무엇과 상호간에 '의미'가 있을 때 서로 관계가 있다고 한다. 그때

우리는 그것을 '무엇'이라고 부른다.

 

의미란 어떤 물질이 다른 물질에게 또는 어떤 사람에게, 어떤 기능,

작용을 하는 것이다. 정서적으로든, 무엇이든 서로에게 반응하는 것이다.

 

어떤 물질에 대해 명명하는 것, 무엇이라고 언어로, 문자로 표현하는 것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우리가 존재하는 물질에 대해 언어로, 문자로

무엇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우리에게 그 물질이 어떤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고, 관계맺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물질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일반적인 언어에 의해

의미를 나타낸다. 그러나 사람의 이름에는 의미가 없다. 인류의 종으로서

그 무엇일 뿐이다. 누군가가 그 이름을 불러줄 때,  비로소 그 존재의

의미가 생긴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어떤 의미가 만들어진다. 어떤 사람에 대한 의미는,

그 사람을 대하는 사람마다 다르다. 특정인에 대한 의미는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훗날 나이가 들면, 처음 태어났을 때 아무 의미 없던 존재이었던

것처럼, 모든 관계에서, 모든 인연에서 멀어져 의미 없는 존재가 된다.

그렇게 모든 물질은 세상에서 분리되고 또 다른 무엇이 될 것이다.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김춘수(金春洙):1922-2004

'차나 한잔 들고가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군자삼락 (君子三樂)  (0) 2014.11.13
이제 자유로운가?  (0) 2014.11.12
내 인생의 노트  (0) 2014.11.07
계획  (0) 2014.11.06
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  (0) 2014.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