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 좀 늦게 심은 배추가 내가 관리를 잘못하여, 군데군데 벌레가
먹고, 상태가 영 부실한 그런 배추를 바라보면서 심기가 불편했는데.
비가 내린 후 훌쩍 자란 것을 보게 되면, 마음이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다.
이제 땅에 제대로 뿌리를 내리고 자리 잡은 것을 보게 되면 고것들이
정말 기특하고, 신통방통하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참 보잘 것
없겠지만, 전혀 관심도 없고, 가치도 없겠지만, 나에게는 때로는
안타깝고, 가슴 아프고, 때로는 흐뭇하고, 즐거움을 준다.
이러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에 대해 고마운
마음마저 든다. 내가 이러한 감정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나와
관계 맺고 있기 때문이다.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내가 관심을
갖고, 어떤 기대를 갖고 뭔가 행위를 했을 때, 그 행위에 반응하여
어떤 피드백이 있고, 그로 인해 나는 어떤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어떤 대상에 내가 느끼는 것이 절실하면, 그것은 내게 의미가
있고 비로소 내 삶의 소중한 한부분이 된다.
지금까지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에 대한 평가를, 나의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의존해 왔다면, 그래서 타인의 평가에 의해 울고,
웃고, 분노하며, 그것으로 인해 삶의 가치를 느끼고 의미를
찾았다면, 이제는 내 스스로가 평가하고, 관심을 가질수 있는
내가 주도하는 삶이 필요하다.
주도적인 삶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에게 아무 관심도, 의미도
없지만, 나에게는 너무 소중한 나의 배추처럼, 그런 의미를
만들 수 있는 대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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