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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는다는 것, 죽는 다는 것. 홍사중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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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음은 아무도 막지 못한다. 늙었다고 해서 못할 것은 없다.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용기가 따라야 한다. 시작을 하면 끝을 볼 때까지 노력해야 한다. 멀리 내다봐야 한다. 오로지 넘어지지 않기 위해 눈앞에만 정신이 팔려 있으면 오히려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해 비틀거리기 일수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너무 그날 그날에 매달리지 말고 한 달후, 일 년후를 보고 계획을 짜야 한다. 예전에 정년을 종막으로 생각했다. 옛날에는 정년 후 10년 안팎으로 살다가 죽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새로운 인생은 무의미 하다. 요새는 남자의 수명이 77세를 넘고 10년 후에는 80세까지 올라 갈 것이다. 그러면 정년 후에 25년 이상을 살아야 한다. 하지만 노년이 갈어진다고 해서 청년기가 길어진다거나 장년기가 길어지는 것도 아..
마음의 감기 늙는다는 것은 외톨이가 된다는 것이다. 가족도 하나 둘씩 어디론가 사라지고 친구도 하나 둘씩 죽어간다. 배달되는 우편물도 점점 줄어든다. 걸려오는 전화도 뜸해진다. 무엇보다 하루종일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지내는 날이 잦아진다. 소싯적에 화려한 생활을 한 사람일수록 나이가 들면 더욱 외로움을 크게 느낀다. 이제는 자신이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다는 무력감이 깊어지면, 버림 받았다는 야속함이 겹쳐서 우울증에 걸리게 된다. 흔히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도 한다. 우울증은 감당할 수 없는 무거운 책임감에 눌려 정신적 스트레스가 극도에 달했을 때 곧잘 생기는 것이기도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외로움에 갇혀 있을 때 잘 생긴다. 어차피 인간은 외톨이로 태어나 외톨이로 죽는다. 죽을 때에 동반자가 있을 수 없다. 고독이라..
노인의 얼굴 남자는 40이 지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 사람은 30대까지는 본래 생긴대로 살게된다. 그러나 40세가 되면 그 동안에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서 얼굴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40이 되고나면 얼굴은 어디까지나 자기 자신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관상술에서도 ' 像은 운명을 만들어 내고, 운명은 像을 만들어 낸다.'는 말이 있다.어떤 像을 가지고 태어났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인상이란 인생의 출발점과도 같기 때문이다. "두 여인이 거닐고 있다. 젊은 여인이 아름답다. 늙은 여인은 더욱 아름답다". 휘트만. 젊은 여인의 아름다움은 육체적인 것이다. 반면에 나이든 여인의 아름다움은 품격에서 비릇된다. 아름다움의 기준은 나이와 무관하다. 잔주름이 있고 백발이 성성해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 ..
인생은 2모작 정년 퇴직이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자신을 속박했던 모든 것으로부터의 해방을 뜻하기도 하고 제2의 인생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되기도 한다. 정년 퇴직이란 단지 직장생활을 끝낸다는 것일 뿐이지 삶 그 자체로 부터의 은퇴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 철학자 '라 로쉬코프'는 노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노인은 과거의 경험을 통해 모든 사람이 젊었을 때 바라고 있던 것들의 가치가 어떤 것인지 알고 있으며, 또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 그것들을 보다 오래 즐기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젊은이에게는 활짝 열려 있는듯이 보이는 출세, 쾌락, 명성 그밖에 인간을 높여주는 모든 길이 노인에게는 운명 혹은 자기 자신의 행동 , 아니면 남들의 시기 그리고 온갖 부당한 압력에 의해 막혀있다. 한번 길에서 벗어..
정년 퇴직의 의미 사람을 하루에 늙게 만드는 것도 정년에 의한 퇴직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퇴직 직전까지도 사람들은 자신이 퇴물이 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깨닫는다해도 그것을 인정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리고 아직은 얼마든지 몇년 더 일할 수 있고,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마저 가지고 있는 것이 사람들 심리이다. 그런 환상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는게 바로 정년퇴직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정년 퇴직이 코앞에 와서야 자기가 퇴물이 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단지 퇴직후 아무 할 일도 , 갈데도 없고, 자신을 찾는 사람도 없어, 그저 온종일 집안에서 이리저리 뒹굴며 천덕꾸러기 신세가 될 것이라는 것을 실감하지 못할 뿐이다. 그렇게 되리라는 것을 알기에 끝까지 부정하고 싶어서 일지도 모른다. 늙은이를 가장 처..
늙은이 증후군 내가 이러저러한 약을 복용해도 전혀 차도가 없다고 하소연하자, 의사는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노인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하지만, 의사 역시도 노인이 되어보지 않은 이상 내 불편함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나마 나를 위로하는 것이 있다면,주변에 나와 같은 통증을 호소하는 노인들이 많다는 것이다. 늙으면 손발만 저린 것이 아니다. 온몸 구석구석이 온통 병투성다. 물론 의사들의 눈에는 병원 매출을 올려주는 환자로 보이겠지만. 실제로 늙으면 수없이 많은 육체적 고통이 찾아온다. 그렇다고해서 일일히 자식들에게 말하지도 못한다. 통증을 호소한다해도, 자식들에게 그저 늙은이의 엄살이나 넋두리로 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식들이 "요즘 어떠세요"라는..
늙는다는 것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숫타니파타 중에서 (남전대장경(南傳大藏經)의 시경(詩經) 中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죽는다는 것에 대해 알려면 진짜로 죽어봐야 안다. 죽음이 어떤 것인지 죽기 전에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늙는다는 것도 그렇다. 자기가 늙어보기 전에는 늙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 우리가 안다는 것은 단지 눈에 보이는 늙음의 겉모습 뿐이다. 느려진 동작, 깊어진 주름 속에 무엇이 담겨있는지 모른다 . 지금 나도 늙어가면서 비로소 늙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매일 같이 깨달아 가고 있다. 한 인간으로 태어나기 전에 내새울게 장수한 것 밖에 없다면 그것도 처량한 인생이다. 나는 그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