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는 뉴런이 어떤 식으로 정상적인 네트워크를 구성할 것인지에 대한 기본적인 지침을 제공한다. 하지만 어떤 뉴런이 정확하게 어떤 뉴런과 연결될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환경이다. 인간의 두뇌는 사람마다 일반적으로 거의 비슷한 외양을 띤다. 하지만 각개인의 뉴런 연결은 제각각 독특하며 특정한 유전적 자질과 삶의 경험을 반영한다. 회로간의 연결은 사용여부에 따라 평생에 결쳐 더 강해지거나 약해진다. 뉴런으로 형성된 회로는 다른 것들과 생존 경쟁을 벌이는데,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는 것이 살아남는다. 우리가 섭취하거나 들이쉬는 것, 빛이나 소리의 양과 종류 같은 주변의 환경은, 두뇌 내부 시냅스의 물리적 내부연결을 바꾸고, 더욱 효율적인 회로를 제공한다. 또한 개개인의 특정한 욕구에 적합한 고유한 두뇌를 발달시킨다.
신경진화론은 두뇌의 가소성을 설명해주는 이론이다. 즉 우리의 환경이나 경험이 바뀌면 두뇌도 바뀐다. 그것은 우리가 무언가를 배우거나 배울 수 없는 이유다. 또한 두뇌 손상을 당한 사람이 상실한 기능을 되찾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테니스 서브 연습 부터 구구단 외우기 같은 행동과 사고를 반복하면 할수록, 우리는 특정 연결은 더욱 촉진되고, 그런 행동에 필요한 두뇌의 신경회로는 더욱더 굳어진다. 두뇌 회로를 훈련하지 않으면 연결은 적응하지 못한 채 서서히 약해지다가 결국엔 소멸한다.
우리가 누구인지는 유전자와 경험이 상호작용한 결과이다. 어떤 경우에는 유전자가 더 중요하지만, 때로는 환경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어떤 식으로 유전자와 환경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고, 두뇌 구조와 행동에 영향을 주느냐이다. 각각의 요인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는 알아내기 힘들다. 개인의 유전자는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는 결코 제대로 이해할 수 없으며, 마찬가지로 유전자를 배제하고서는 환경의 영향력을 연구할 수 없다. 유전자는 인간 행동의 전반적인 경계선을 세우지만, 경계선 안에 존재하는 경험과 개인적인 선택, 그리고 우연에 의해 결정되는 다양성은 엄청나다. 유전자가 활동적일 수도 비활동적일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즉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이 유전자에 영향을 준다. 아이의 환경이 풍부할수록 유전자가 더 많이 작동하고, 아이는 더 많이 탐구한다. 학습은 기억을 확고하게 하는데 필요한 단백질을 생성하는 유전자를 더욱 활성화 시킨다. 어떤 질병에 대해 유전자가 전적으로 좌우하는 경우는 드물다. 심장병과 관련된 유전자가 있으면, 그 질병에 더 잘 걸리겠지만 생활 습관이 더 중요한 결정 요소가 된다. 환경은 강력한 유전적 성향도 막을 수 있다. 유전적 성향이 강한 당뇨병의 경우 중년에 비만이 되지 않게 조심만 한다면 이 질병에 관련된 유전자가 활성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유전자는 단지 단백질을 만들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단백질의 화학적 효과는 두뇌와 신체가 특정한 환경적 영향을 더 잘 받아들이게 만든다.
인간은 유전자나 환경의 포로가 아니다. 우리는 자유의지를 갖고 있다. 유전자가 아무리 강력해도 화난 남자는 성질을 누그러뜨릴 수도 있고, 뚱뚱한 사람은 다이어트를할 수 있으며 알콜 중독자의 금주를 할 수 있다. 생존에 필요한 심장박동, 체온조절, 호흡의 기본 기능을 통제하는 신경통로는 이미 태어날 때부터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중요한 환경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신경통로가 더 많다. 두뇌의 탄력성은 나이가 들면서 감소하지만, 학습을 통해 스스로 재건하며 평생 가소성을 유지한다. 3-10세 아이들의 두뇌는 성인에 비해 두배나 많은 포도당을 소비한다. 아이들 두뇌는 효율성이 떨어지고 수 많은 연결을 만드는 과정을 겪기 때문이다. 뉴런들은 서로 연결되기 위해 노력하며 계속 경쟁한다. 그 결과 두뇌의 각 부분과 그것이 통제하는 기능을 엮은 수많은 지도들이 그려진다. 어떤 부분을 연설을 담당하고, 다른 부분은 공간기술을 담당하는 식이다. 하지만 환경적 정보입력의 변화는 끊임없이 영역의 경계선을 변화시킨다. 두뇌의 정확한 지도는 사람마다 모두 다르며, 시간이 지나면서 바뀐다.
백내장 걸린 아이가 6개월 이전에 수술을 하지 않으면 영원히 시력을 얻지 못하는 것은, 두뇌는 각막에 들어오는 정보로 회로를 연결하고 자극함으로써 보는 법을 배워야 하는데, 이러한 회로가 자극받지 않으면 두뇌는 그 회로를 쓸모없는 것으로 여겨 제거해 버린다. 행동의 변화를 요구받은 사람은 새로운 행동를 함으로써 뉴런 연결을 바꾸고, 고착 상태를 깨뜨릴 수 있다. 또한 반복된 생각과 행동을 통해 두뇌의 발화 패턴을 바꾸는 것도 자기 선택, 자유, 의지, 훈련의 시작을 가능하게 만든다. 우울증 치료제인 프로작은 이러한 종류의 고착상태를 깨뜨리는데 도움을 준다. 우리는 항상 두뇌를 재구성할 능력을 갖고 깄다. 어떤 기술에 대한 배선구조를 바꾸려면, 그 기술과 관련되어 있으면서도 낯설고, 익숙하지 않는 활동에 몰두해야 한다. 단순히 같은 활동을 반복하는 것은 이미 생성된 연결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창조적인 회로 구조를 활성화 하기 위해서 아인슈타인은 바이올린을 연주했고, 처칠은 풍경화를 그렸다. 당신은 공간 기술과 관련된 연결을 강화시키기 위해 퍼즐을 해볼 수 있다.
언어영역을 증진시키기 위해서 글을 쓰거나, 이성적인 네트워크를 돕기 위해 토론을 할 수도 있다. 지적이며 흥미로운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은 두뇌를 위해서나, 사회생활을 위해서나, 당신이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음악은 시공간 영역에서 조직되기 때문에 음악연주는 시공간에서 생각하고 추론하게 도와주는 두뇌 회로를 강화한다는 이론이 나왔다. 이는 수학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두뇌를 훈련시키는 활동은 그 기술에 사용되는 신경연결의 강도와 숫자를 확대한다. 하지만 복잡한 작업이 일상화되면 피질 아래 영역으로 내려가 습관적인 프로그램으로 굳어진다. 반복적인 활동은 처음에는 정신적 긴장과 확장, 새롭고 다양한 시냅스의 생성, 신경세포 집한체들과의 연결을 요구한다. 하지만 일단 완전히 숙달되면 정신적 처리과정은 더욱 쉬워진다. 그리고 학습과정을 위해 사용되던 뉴런은 다른 업무를 맡는다. 이것이 두뇌에서 일어나는 학습의 기본적인 형태이다.
상당수 뇌졸중 환자들은 언어능력을 상실하지만, 손상되지 않은 영역의 이웃 회로나 뉴런이 상실된 기능을 대신 한다. 두뇌는 발달시기에 따라 손상 반응이 달라진다. 태아기나 유년기의 두뇌 손상은 대개 문제가 적다. 신경회로가 특정한 기술, 지식, 기억에 아직 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뇌는 전 영역에서 꾸준히 재구성될 수 있다. 하지만 인생 후반기가 되면 손상을 보수할 능력이 떨어진다. 나이가 들면 다른 통로를 찾거나 새로운 회로를 만들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음악교사, 체스 참피언, 유명한 운동선수들은 부모에게 어릴 때부터 훈련을 시키라고 권한다. 대부분 인간은 생후 2년 내에 모든 신체 부위를 움직일 수 있다. 두 살 무렵이면 운동회로는 고정되어 정착된다. 만약 어떤 이유로 인해 어린아이가 전혀 팔을 움직이지 못한다면, 이러한 회로는 상실되어 팔을 자연스럽게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기본적인 시력은 생후 6개월이면 완성된다. 하지만 학문적인 습득과 같은 기능의 획득은 발달의 주요 시기에 영향을 받지 않고 평생을 걸쳐 진행된다.
인간과 비슷한 뉴런을 가진 새끼 쥐 연구를 통해, 스트레스 관리도 어린시절 중요한 시기에 학습되는 것을 알았다. 쥐를 더욱 부드럽게 다룰수록 공격적 행동을 통제하는 두뇌 화학물질인 세로토닌을 더 많이 생산한다. 부드럽게 다룬 쥐는 그렇지 않은 쥐에 비해 스트레스에 더 잘 대처하고, 더 강한 면역시스템을 지니며 더 오래 산다. 많은 인지기능은 두뇌의 복잡한 신경연결 통로를 공유한다. 그러므로 한가지 기능의 발전은 관계없어 보이는 또 다른 기능에도 깊은 영향을 미친다. 인간두뇌의 놀라운 가소성은 계속적으로 재구성되고 학습하게 만든다. 단지 학문적인 연구만을 통해서가 아니라 경험, 사고, 행동, 정서를 통해서 말이다. 근육과 마찬가지로 두뇌 운동으로 신경통로를 강화 또는 약화시킬 수 있다. 어찌 되었든 기본 원칙은 매한가지다. 즉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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