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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법정스님의 꿈

 

"나는 아직 이런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이 다음 어딘가 물좋고, 산 좋은 곳에

집을 한채 짓고 싶다. 사람이 살기에 최소한의 공간이면 족하다. 흙과 나무와

풀과 돌 그리고 종이만으로 집의 자재를 삼을 것이다. 흙벽돌을 찍어 토담집을

짓고 방한칸 마루 한칸 부엌 한칸이면 더 바랄게 없다. 지붕은 물론 억새나

볏짚, 아니면 산죽으로 덮으면 된다. 해우소는 저만치 떨어진 곳에 그것도

흙으로 지을 것이다.

 

방에 구들을 놓고 재래식 종이 장판에 한지로 도배 할 것이다. 마루는 넓은

들창을 달아 밝게 하고, 바람과 달빛이 마음대로 드나들게 해야겠지.
토담집이라도 천장은 높아야 한다. 그래야 실내 공기를 맑게 유지할 수 있다.

 

방도 물론 창을 큼직하게 달아 밝게 할 것이다.

밝은 창아래 조촐한 서탁을 두고 문방사우와 몇 권의 책. 그리고 방석

한장이면 된다. 벽에는 아무것도 걸거나 치장하지 않고, 텅 빈 벽으로

무한한 정신의 공간으로 삼을 것이다.

 

마루는 나무로 품격있게 만들고 싶다. 마루 끝에 나무로 짠 의자 하나를

놓아두고, 무료하면 거기 앉아 책도 읽고, 솔바람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도

할 것이다.

 

부엌은 아궁이에 장작을 지피도록 하고, 부뚜막에는 크지 않은 무쇠 솥을

걸어 익히거나  끊게할 것이다. 한쪽에 칸을 막아 간소하게 주방시설을

하고 싶다. 거기에 대나무로 홈대를 이어서, 시냇물 한 줄기가 지나가도록

하면, 바바람이 치는 날도 무방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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