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옛날 우리 동네에서 찍은 것이다. 올 겨울은 눈이 안 오네. 설악산이라도 가야하나? 지리산 천왕봉 일출도 보고 싶고, 설악산 공룡능선도 가보고 싶다. 아직 갈 수 있을라나? 요즘 같이 추운 날에는 눈이 오면 좋을 텐데, 눈이 오지 않는 겨울은 삭막하기만 하다.
아내는 눈 때문에 주기적으로 병원을 다닌 지 10년이 넘었다. 삼성병원, 서울대병원, 아산병원 등 좋은 병원을 찾아다녔고 지금도 다니고 있다. 수술도 열 번 정도 했다. 다음 달 말에 또 수술이 예정되어 있다. 나아진 것은 없고 오히려 점점 상황은 나빠졌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 어찌할 수 없이 병원에 종속되어 있다. 얼마전 아침에도 전번에 병원 다녀온 이후, 눈 통증 때문에 진통제를 먹어도 멈추질 않아 병원에 연락을 해서 겨우 외래의사와 예약이 되어 병원을 갔다. 병원까지 가는 길은 출근시간이 지났지만 복잡했다. 병원 가는 길, 병원 2킬로미터를 남겨두고부터는 차들이 거의 정차 되어 있다. 병원 입구까지 와서 아내 혼자 먼저 걸어서 가게하고, 겨우 지하주차장 통로에 주차를 했다.
병원 안은 시장통보다 더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주차장도, 엘리베이터도, 접수 받는 곳도, 대기하는 곳도 앉을자리가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 아내는 원래 담당 전문의사와는 예약할 수 없어 외래의사와 겨우 진료시간을 예약했다. 병원이나 의사를 탓할 수도 없다. 꽉 짜인 일정에 따라 1분도 시간을 낼 수 없고, 하루 종일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도 불쌍하다. 안과만 해도 많은 진료대기실에는 수많은 인파들의 고요한 침묵으로 분위기가 무겁다.
대부분이 노인들이다. 진료 대기실에는 이렇게 써져 있었던 것 같다. ‘우리 병원은 금품수수 등으로 인한 부정청탁은 절대 없습니다.’ 병원도 대단한 권력기관이다. 좋은 의사를 만나는 것도 쉽지 않다. 좋은 의사를 만나기 위해 사회적으로 권력이 있든, 돈이 많아야 하는가보다! 나는 진료실에서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병이 날 것만 같다. 이러니 의사가 부족할 수밖에, 이러니 의사가 돈을 많이 벌수밖에 없지 않은가?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은 늘어났다. 저의 할아버지 세대만해도 70대 죽어도 호상好喪이라 했다. 지금은 그보다 10년 이상은 늘었다. 그래도 결국 인간도 노화된다. 물론 생활환경이 좋아지고 건강을 잘 관리하여 그 정도가 늦추어지기는 했지만, 결국 노화되고 죽는다. 세상에는 고장 난 차들만 자꾸 늘어난다. 모든 생명체, 무생물조차도 노화되며 여기저기 고장 날 수밖에 없고, 오랫동안 존재하려면 정비공장을 자주 다닐 수밖에 없다. 결국 의료기술은 인간의 생명을 연장했고, 또 수명이 늘어난 그만큼 병원의 관리를 받을 수밖에 없다. 죽을 때까지 좀 더 오래 살기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한 소명이 되었다.
부자친척 중에 사정이 딱한 분이 계셨다. 70대에 평행봉을 할 정도로 자기관리가 철저한 분이셨다. 그런데 부인이 넘어져 고관절 골절로 입원하셨고, 그 이후 지속적으로 여기저기 고장이 나 10년 이상 병원관리를 받아야 했으며, 그분은 결국 오랫동안 부인의 간호를 해야 했다. 주말이면 자식들이 방문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병간호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부인이 돌아가시고 1년 후 그분도 돌아가셨다. 그분은 술을 거의 드시지 않는 분인데 어느 날 술을 한잔 드시고는 이렇게 넋두리를 하셨다, ‘나만 아무리 관리를 잘하면 뭐 하노!‘ 참 세상 살기 어렵다.
요즘은 사람은 많은데 사람이 그립다. 지구가 만원이라고 아우성이고,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인간이 할 일이 없어진다고 난리고, 또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지 않아 앞으로 일할 사람이 없다고 난리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사람은 사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인간은 혼자는 외롭고 함께 하면 불편하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함께인 척하면서 대체로 혼자 있기를 원한다. 그래서 모두 정서적으로 많이 외로운 시대다. 한편으로는 요즘은 부모 때문이든, 배우자 때문이든, 자식 때문이든, 또 누구 때문이든 사람은 사람에 구속되어 산다. 그렇게 모두들 힘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많다.
인간의 생명은 연장되었고 물질적인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되었지만, 삶이란 결국, 좋은 일보다 좋지 않은 일이 훨씬 많이 일어난다. 모든 인간은 살아가면서 누구나 자신이 겪어야 하는 어느 만큼의 불안과 고통이 있다. 그래도 사람들은 생명을 좀 더 연장시키기 위해 살고, 그 연장되는 시간 동안도 조금이라도 또 더 연장해보려고 애쓰며 살아간다. 결국 오로지 더 오래 살기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다 그렇게 죽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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