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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한다는 것( 고병권)

생각이 공부이고 공부가 자유입니다.

 

뭔가를 깨닫는 것, 우리는 그것을 공부라고 말 할 수 있다. (깨닫는다는 말은 내가 모르는 새로운 것을 배워서 깨닫고,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이해해서 깨닫고, 내가 잘못 알았던 것을 알게 됨으로써 깨닫는다. 나의 경험 내 지식체계로 나는 행동한다. 내가 깨닫게 되면 생각이 달라지고 행동이 달라진다) 우리는 다르게 생각하게 될 때 그래서 다르게 살게 될 때 뭔가를 배웠다고 말한다. 공부했다는 것이다. 철학을 하는 것은 결국 공부를 하는 것이다. 철학이라는 과목을 공부한다는 게 아니라, 철학을 한다는 것 자체가 공부한다는 말과 같다는 이야기다. 영어공부나 수학공부는 공부가 아닌가? 그렇지 않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공부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똑같은 수학공식도 누군가에게는 시험을 위해 무조건 외워야만 하는 규칙이고, 누군가에게는 생각을 정리해 주고 계산을 도와주는 소중한 도구이다. 수학공식을 외우느라 고생이 많다. 어려운 문제도 공식만 대입하면 답이 나온다. 정말 신기하게도 그 공식을 대입하면 답이 나오니 무조건 방법을 외운다. 생각할 필요도 없다. 자동판매기에 동전을 넣고 단추를 누르면 음료수가 나오듯이 기계적으로 문제를 다 풀 수가 이다. 이것은 생각하지 않는 것이고 공부가 아니다.

 

자유란 무엇일까? 누가 간섭하지 않는 것인가? 그냥 맘대로 사는 것인가? 어리석은 사람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어리석은 생각 속에 빠진다. 그런 걸 두고 우리는 어리석음에 갇혀있다고 말한다. 누가 가두지 않아도 스스로 갇혀 있다는 것이다. 제 멋대로 사는 것과 자유롭게 사는 건 다르다.

 

소크라테스는 알키비아데스라는 젊은이를 무척 아꼈다. 알키비아데스는 좋은 가문에서 태어났고 당시 최고의 권력자의 후원을 받고 있었다. 얼굴도 잘 생겨서 많은 사람이 그를 사랑하고 부러워했다. 그런데 알키비아데스는 더 큰 명성과 더 큰 권력을 갖고 싶어 했다. 그것이 훌륭한 사람이 되는 길이라고 믿었다. 이런 알키비아데스에게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라고 말한다. 이 말은 네 주제 파악을 하라는 말이 아니다. 자신을 돌보고 가꾸라는 말이다. 소크라테스는 알키비아데스에게 훌륭함이 무엇인지나 알고 있느냐고 묻는다.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력과 부를 가졌지만 정작 무엇이 훌륭한지 무엇이 좋은지를 알지 못한다면, 오히려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삶도 망칠 거라면서... 소크라테스와 알키비아데스 두 사람의 대화는 다음과 같다.

 

소크라테스: 사랑하는 알키비아데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를 가졌으나 의사의 지혜는 갖지 못한 병자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바로 자기 몸을 해치는 일 아니겠는가?

알키비아데스: 맞는 말씀입니다.

소크라테스: 좋아 보이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는 있으나, 선장의 지혜와 훌륭함은 갖지 못한 자가 선장으로 있을 때 그 사람과 그의 동료인 뱃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생길까?

알키비아데스: 아마 모두 죽었겠지요.

소크라테스: 그런 자유가 있다면 그것은 자유인에게 적합할까, 노예에게 적합할까?

알키비아데스: 그런 자유는 자유인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겠습니다. 그 동안 제가 원했던 자유는 어리석음이었습니다. 이제는 거기에서 벗어나도록 해야겠습니다.

 

무엇보다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한다. 우리는 정말 자유로운가? 간섭받지 않고 내 맘대로 사는 것이 자유인가? 내 취향에 따라 이것저것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인가? 그런 선택을 존중해주는 게 자유로운 사회일까? 알콜중독자를 예를 들면 그는 자기가 먹고 싶어서 술을 마신다고 한다. 그것은 내 자유다. 그가 술을 마시는 것을 자유라고 할 수 있을까? 그가 자유로워지려면 술을 마실 것이 아니라 줄이거나 끊어야 할 것이다. 그는 술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그는 술을 마시고 싶어서 마시는 것이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그는 술을 마시지 않을 수 없어서 마시는 것이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분명 커피를 자유롭게 마실 수 있는 자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것은 자유라기보다는 습관이다.

 

그런데 과연 술이나 담배, 커피만 그럴까? 우리의 몸과 마음은 대부분 관성과 습관의 지배를 받는다. 나는는 공부가 자유와 관계가 된다고 말하고자 한다. 자유란 공부가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공부는 나를 자유롭게 한다. 공부함으로써 습관이나 편견, 통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벗어남의 자유다. 다른 음식을 먹듯 술도 즐길 수 있는 사람과 술 아니면 못 사는 사람은 전혀 다르다. 자유란 선택의 문제라기보다 능력의 문제다. 그것은 무언가를 새롭게 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다르게 생각하는 힘, 다르게 살아가는 힘을 가질 때 우리는 자유롭다,

 

자유란 지키는 게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예전에 할 수 없었던 것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을 생각하게 되었을 때, 여러분에게 자유가 생겨나는 것이다. 여러분 중 누군가는 이렇게 물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즐기는 것과 얽매여 있는 것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느냐고. 컴퓨터 게임으로 불안하고 공부도 잘 안되고 이상하게 신경질이 난다면 컴퓨터게임의 노예가 된 것이다. 게임은 즐거움을 위해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을 때 여러분은 비로소 자유로운 것이다. 어떤 일을 그만 둘 수 없기 때문에 하는 것은 여러분이 그만큼 무능력하고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베르그송은 우리는 다르게 행동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자유롭다고 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공부하는 게 좋다. 농부가 기른 곡식과 노동자가 만든 물건 덕택에 우리가 살아가는 것처럼, 우리의 공부도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삶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철학을 공부하고 누군가는 소설을 쓰고 누군가는 한문을 읽고 누군가는 그림을 연구했지만 모두의 바람은 같았다. 자유롭게 공부하는 것, 또 자기가 하는 공부에 갇히지 않고 친구들과 다양한 공부를 하고, 친구가 선생님이고 선생님이 친구가 될 수 없을까? 우리는 그런 방법을 찾아보고자 했다. 하지만 우리는 돈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직업이 없으니 먹고 사는 게 막막했다.

 

우리가 함께 모여 공부하는 것이 공부만이 아니라 생활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공부도 함께 하지만 밥도 함께 밥 먹고, 아이도 함께 키우니 돈이 별로 들지 않는다. 공부는 결국 우리의 삶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무엇을 공부하는지도 중요하지만 그 공부를 누구와 어떻게 하는지도 중요하다. 우리 삶을 바꿀 수 있는 공부, 옆에 있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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