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정사.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 한동안 연락이 없던 산악회 후배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형님, 강원도에 눈이 많이 왔다는데 내일 오대산 가지 않겠습니까?' 다음날 새벽에 오대산으로 가는 버스 차창에는 아직 빗방울이 떨어지고, 멀리 보이는 산정에는 눈은 흔적도 없습니다. '오대산에 눈이 왔을까?' 횡성을 넘어서자 세상은 달라져 있습니다. 산도 나무도 온 세상이 눈으로 덮혀 있습니다. 이번 겨울은 눈산행 한번 제대로 못했는데...
눈이 녹아 버리지나 않을까 하는 마음에 조급해집니다. 그런데 폭설로 입산금지랍니다. 월정사 숲길에서 상원사까지 '산재길'이라는 둘레길을 걷습니다. 내일이 보름이라 그런지 제법 사람들이 많습니다. 오랜만에 월정사를 찾았습니다. 월정사 마당에는 전에 없던 돌부처상들이 들어섰고, 숲속 여기 저기에 건물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이제 이곳은 수행 장소라기보다는 관광지로 개발하려나 봅니다. 공단직원들은 제설작업하느라 바쁘고, 사찰에서는 열심히 입장료/ 주차료를 챙기느라바쁩니다. 그 수입이 대단할 것 같습니다. 속리산 법주사도 그렇고 오대산 월정사도 그 일대 대부분의 땅이 사찰 소유라정부가 간섭하기도 어려운가 봅니다.
인간은 눈앞의 본능적 유혹, 물질적 욕구, 성욕을 달성할 수 있는 환경만 조성된다면, 조건만 갖추어지면 그 욕망을 극복하기는 어려운가 봅니다. 인간은 어떤 욕망을 추구하느냐에 따라 삶의 의미를 만들고,가치를 만들고 행동합니다. 주어진 환경에서 어떤 욕망을 만드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삶을 결정합니다.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추구하고자 하는 욕망을 바꾸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 삶을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본능적 욕망을 극복할 수 없다면 환경을 바꾸어야 합니다.
수행하기 위해 가족과의 인연까지 끊고 산속에서 밤낮으로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 '을 중얼거리지만, 눈앞에서 돈이 왔다갔다하고, 어여쁜 여자들이 아른거리면 극복하기가 어려운가 봅니다.. 그러니 속세에서 가족을 부양하며 살아가야 하는 중생은 도대체 얼마나 수행을 해야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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