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 관절염이 좀 나아지면서 주말이면 가능하면 산을 찾는다. 우이암이 바라보이는 햇살이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앉는다. 햇살에 비친 소나무 색깔이 아름답다. 마음도 편안하고 이보다 더 이상 좋을 수가 없는 순간이다. 요즘은 실제 만나는 이는 적고 글로 인사하는 이는 많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편지룰 주고 받는 것은 아니다. 실제 대면이 적으니 상대의 현실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글로 대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주고받는 글이라야 한줄도 채 안되는 경우가 많다. 모두들 잘 모르니 서로에 대해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상대에 대해 좋은 소리도, 비판하는 소리도 잘 알 때는 수용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오해하기 쉽고 실수하기 쉽다. 서로의 근황을 잘 알고 있으면 말실수를 한다 해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이고, 속에 있는 말도 좀 더 내보일 수 있겠지만 그럴수가 없으니 애매하게 이모티콘만 남발한다. 참 가까워지기 어렵다.
새해 인사가 많지만 나는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행복해라, 건강해라, 대박나라, 소원성취 해라...’ 이렇게 밖에 표현할 줄 모른다. 현시대에는 서로에 대해 부정이 없다. 대면하고 이야기할 기회도 없고, 그냥 서로에게 좋은 소리만 한다. 부정에 대해받아들이지 못하고 분노한다. 서로를 긍정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건성건성다. 관심이 없다. 그러니 진정으로 관계 맺기가 싑지않다. 나이 탓인가? 노인들만 그러한가? 아이들을 보고 있자면 서로 싸우다가 금방 친하게 어울려 지낸다. 정말 쿨하다. 사람의 만남이 그래야 하지 않은가? 예전에 우리 모두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몸도 마음도 점점 굳어간다. 그래서 좁쌀 영감이라 하는가? 이제 누구를 만나면 말하기 조심스럽고, 분위기도 어색하고, 그래서 이 말 저말 쏟아내고 돌아서면 후회스럽고, 부끄럽고, 허전하고, 더 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