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북한산, 요즘은 이런 날씨 만나기 어렵다. 내 삶은 나에게 어떤 씨앗을 심느냐에 달려있다. 나는 평생 동안 나도 모르게 또는 내가 의식적으로, 환경에 따라 세월따라 씨앗을 심어가고, 그 씨앗으로 내가 알게 모르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그로 인해 또 나에게 어떤 씨앗이 뿌려진다. 내 속에 있는 본능적 욕구는 감각기관을 통해 외부와 접하게 되면, 어떤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 대상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갖게 하고, 몰입하여 탐구하게 하고, 그로 인해 내가 생각하게 하고 행동하게 하는 배경지식, 오온五蘊이 된다.
그 배경지식은 또 외부 자극에 반응하여 새로운 호기심을 만들고, 탐구하게 하고, 사고하고 행동하게 하여 나의 배경지식은 재구성되며 새로운 나를 만든다. 어떤 사건, 사물, 타인에 대한 나의 반응, 생각과 행동이 달라지게 된다. 그러한 배경지식이 세상을 바라보는 창문이 되고, 행동하게 하는 구속이 되고 명령이 되고, 이념이 되고 가치관이 된다. 이렇게 나는 항상 새롭게 변하고 있다. 하지만 외부 자극이 없으면 내가 자극으로 느끼지 못하면, 점점 그 배경지식은 사라지면서 함께 나도 사라져 외부에 휩쓸리게 된다.
나를 중심으로 한 나의 정신적 활동이 사라지면 본능적 자극에 의해서만 내 몸이 작동하여 생존에 대한 불안감만 가중된다. 그러한 나를 만드는 배경지식은 새로워지고 확장되기도 하고, 강화되기도 사라지기도 한다. 생물학적으로 뇌신경망이 함께 변한다. 몸의 반은 마음이고, 마음의 반은 몸이다. 학창시절 하는 공부는 내가 세상에 대해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배경지식을 만드는 과정이다. 세상 만물을 인지할 수 있고, 세상 이치를 알고, 함께 사는 윤리를 배운다. 이 배경지식을 기반으로 평생동안 그 위에 새로운 배경지식이 재구성되어 간다. 나는 그것으로 내 삶을 살아간다. 세상에 대한 배경지식이 시대에 따라 세월따라 어떤 형태로든 재구성 되지 않으면, 삶에 대해 무기력해진다.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어디에 구속된, 종속된 삶을 살아가는 사람보다 더 건강하고 훨씬 더 길고 풍요로운 인생을 살아간다.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진정으로 타인과 나눌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다. 어디에 종속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세상만사 모든 것이 내가 종속된 그 무엇과 연결된 사고를 하고, 행위를 한다. 사랑과 나눔도, 배려도, 협력도, 종속된 그 무엇을 위한 방편일 뿐이다. 어떤 환경에서든 무소의 뿔처럼 나의 길을 묵묵히 가는 그런 삶을 살아가는 것이 내 노년의 삶의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