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쯤입니다. 수락산을 오릅니다. 산중턱 양지바른 곳에는 진달래꽃이 벌써 봉오리를 맺었고, 생강나무 꽃도 피었습니다. 낙엽속에서 파란 새싹들이 돋아나고 있는 중입니다. 수락산도 진달래가 산봉우리의 바위들과 조화를 이루며 봄의 풍광이 매우 아름다운 곳입니다. 금방 구름이 하늘을 덮고, 구름 사이로 햇살이 세상 이곳 저곳을 비춰줍니다. 햇살은 세상 천지를 골고루 비추지만 구름이 막고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포인트에서 햇살을 기다립니다. 봄 빛깔로 바뀐 소나무 잎에 햇살이 반사되어 황금빛으로 반짝입니다. 다시 금방 산 전체가 구름으로 덮혀 버렸습니다.
미세먼지, 지구온난화, 4차산업혁명이니... 인간 세상은 언제나 그렇듯 죽네사네 시끄럽기만 하지만, 자연은 그저 묵묵히 자기할 일만 행하고 있습니다. 하늘도 땅도, 모든 동식물들도 봄을 맞을 준비를 합니다. 식물은 공기로부터 이산화탄소를, 흙으로부터 물과 영양분을 공급받아 생물학적 목적인 생존과 번식을 위해 생물학적 메커니즘이 작동하며, 그렇게 생존합니다. 인간은 부모로부터 몸을 물려받아 공기로부터 숨을 쉬며, 외부에서 물과 음식을 공급받아 역시 생물학적 목적인 생존과 번식을 위해 본능의 메커니즘이 작동합니다.
모든 생명체는 공기와 물과 흙으로 살아가는 것과 생존과 번식이라는 생물학적 목적은 같습니다. 인간이 식물과 다른 점은 인간은 이동하기 때문에 살아가는 환경이 수시로 변하고, 마주치는 현실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합니다. 그런 환경에 대비하여 적응하며 살아가기 위해 내 몸이 스스로 행동하며 대응해야 합니다. 나는 어떤 공간, 어떤 시대, 어떤 환경에 살고 있고, 어떤 상황, 어떤 위치에서 살고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고, 어떻게 할 수 있고, 누구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어떤 위협을 경계해야 하고, 우리 선조들은 어떻게 살아왔고... 우리 학교에서 이런 것들 가장 먼저 기본적으로 배웁니다.
이러한 것들이 내 몸에 익혀져서 필요할 때 적절하게 스스로 작동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배운 것들을 삶과 연결시키지 못합니다. 그냥 시험을 치루기 위해서 일뿐입니다. 내 몸과 연결되지 못합니다. 내 본성과 연결되어야 하고, 마음과 연결되어 내 몸과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인간은 평생동안 학습해야 하는 존재입니다. 스스로 학습하는 메커니즘이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 합니다.
이것은 말을 배우고 걸음마를 배우듯 스스로 내 몸이 자성自性으로 해야 합니다. 자연에는 누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은 없습니다. 자연의 이치에 따라 그냥 자기 일을 할 뿐입니다. 천지불인天地不仁입니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 이치에
의해, 도道에 의해 주고 받으며, 상호작용할 뿐입니다. 하산길에 비가 내리고 곧 진눈깨비로 바뀝니다. 진달래 피면 그때 다시 수락산을 찾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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