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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 한잔 들고가게!

고독

어느 덧 가을은 깊어 막바지에 이르렀다. 가을이 지나가고 있다. 도시의 거리도 숲속 호젓한 산길도 떨어진 낙엽을 가을바람이 몰고 간다. 참 쓸쓸한 풍경이다. 지금 내가 쓸쓸하고 외로운 것은 가을이기 때문이다. 인간도 역시 자연의 일부라는 증거다. 나의 외롭고 쓸쓸함의 원인이 나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섭리에 있는 것이다. 그러한 과정이 세상만물을 자라게 한다. 노인이 외로운 것도 누구 탓도 아니고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노인이기 때문이다. 노인은 외로워야 하고 그래서 좀 더 사유하고 성찰하는 삶을 살라는 것 아닌가?

 

얼마 전 어떤 친구가 ‘어르신교통카드’ 나왔다고 자랑했다. 내년이면 나도 공식적인 노인이 된다. 은퇴후 항상 가슴에 품고 있는 삶의 방향은 ‘주도적 삶’이다. 자아실현의 삶이란 것도 자기 주도적 삶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자아실현의 삶이란 사회의 관습, 인습, 타성, 인연의 구속에서 벗어나 나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다.

 

자기 주도적 삶을 살기 위해서는 물질, 인연 등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상으로부터 필요한 것이 적어야 한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 물질과의 관계를 최소화하여야 한다는 말이다. 최소한의 삶을 살아야 한다. 세상에 폐도 덜 끼치고, 내가 세상에 기대하는 것이 적어야 하고 세상이 나에게 기대하는 것이 적어야 한다. 노년이 되면 대부분 좋든 싫든 저절로 그렇게 된다. 그래서 고독할 수밖에 없다.

 

노년에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우아함, 존재감을 위해 육체의 기능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자립할 수 있어야 한다. 노년의 정신적 자립을 위해 익숙해져 그래서 친구가 되어야 할 대상이 ‘고독’이다. 고독이 편한 일상이 되어야 한다. 고독은 자유의 또 다른 표현이다.

 

무엇으로부터의 자유인가? 외부 세계로부터의 자유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모든 것을 항상 외부에 의존하고 있다. 이제 나의 진정한 삶의 동반자인 ‘나’와 만나야 한다. 나와 만나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한다. 지금까지 가장 무시해 왔던 대상이 ‘나’이다. 외부와 관계를 최소화하여 나를 만날 공간을 내 속에 만들어야 하고, 나와의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한다.

 

“완전히 혼자일 때 완전한 자유가 찾아온다. 쓸쓸한 고독 속으로 들어가라. 아무도 없는 곳으로 혼자 걸어라. 아무런 기대도 하지 말고 누가 알아주기를 바라지 말고, 나 자신만이 알 수 있고 느낄 수 있도록 완전히 혼자서 가라. 완전히 혼자가 아닌 것은 고독이 아니다.

 

홀로 있음을 연습하라. 외로움을 느끼는 고독 속으로 가라. 철저히 혼자가 되어 고독과 벗이 되어라. 외롭다는 느낌이 혼자 있음을 방해하는 것 같지만, 외로움의 느낌이 깨달음의 시작이다. 그곳에 우리가 찾는 아름다움이 있다. 홀로 있음이 나 자신과의 온전한 대면이다.

 

내가 외부 세상에 항상 연결되어 있으면 나 자신과 마주할 시간을 잃고 만다. 그것이 정말 나를 외롭게 만든다. 바깥으로 치닫게 될 때, 많은 군중 속에 빠져 있을 때, 오히려 그때 더 외롭고 고독하다. 완전히 혼자일 때 완전히 자유롭다. 그때 참된 나를 만나게 된다“ (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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