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꿈, 희망에 대한 주제로 함께 이야기할 자료 작성을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법륜 스님이 ‘꿈이 없는
어느 직장인에게’ 하는 영상을 인상 깊게 보았습니다.
어떤 직장인이 스님에게 묻습니다.
‘저는 지금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데 직장은 안정된 편이고, 급여도 좋은 편이지만 하는 일이 즐겁지도 않고, 그렇다고
하고 싶은 일도 없고, 꿈도 없어 고민입니다’
스님은 이렇게 답합니다. ‘지금 먹고사는 일에 대해 별 걱정이 없고, 하는 일에 대해 별 불만도 없고, 하고 싶은 일도
없으니 특별히 할 것도 없는데, 도대체 그게 왜 문제가 되느냐? 내가 무엇을 하고 싶고 간절히 원하지만, 할 수 있는
조건이 안되거나, 능력이 부족해서 그것을 하지 못하여 삶이 괴롭고 힘들어 문제지, 당신의 삶이 무슨 문제가 있냐?
당신의 그러한 경지는 道士들의 경지다. 출가자가 수련하는 목적이 그것이다. 당신은 모르고 있지만, 당신은 도사의
경지에 이르렀다.
이 말씀은 나에게 깨달음을 주는 말씀이었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는 ‘희랍인 조르바’의 작가 카잔차키스
묘비명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하고 싶은 일도, 꿈도 없다는 것은 욕망이 없다는 것이니, 욕망을 충족하여 기쁨을 느낄 것도 없지만, 욕망을 충족
하지 못해 괴로움을 겪을 것도 없으니 그것이 곧 道의 경지라 할 만한 것이며, 그것이 진정한 자유라는 생각을
합니다. 어리석은 중생은 과도한 탐욕과 집착으로, 일상은 항상 충족보다 부족하게 느껴지니 삶 자체가 불만이고
고통입니다.
저 역시도 예전에는 하고 싶은 것이 많았습니다. 은퇴 후에도 하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할 능력도, 환경도 안되니
불평불만도 많아지고, 세상 보는 시각도 왜곡 되니 삶이 더욱 힘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현실적 상황이 어려워지니
점점 하나씩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고, 지금은 많은 시간 동안 책을 읽고, 산을 오르고 사진을 찍으면서 그런 것들을
즐거움으로 삼고, 그럭저럭 삶을 무탈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가끔은 오랫동안 책을 읽으니 눈이 침침해지고, 산을 오르면서 무릎의 통증을 느낄 때면, 그러한 즐거움마저 사라
질까 하는 걱정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그리 즐거워 할 것도, 그리 괴로울 것도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지내니 특별히 하고자 하는 일도 없고, 하고 싶은 일도 없습니다. 아이들이 원하니 함께 책 읽고, 내 도움이
필요하여 부르면 가지만 특별히 무엇을 이루어야 하겠다는 생각도 없습니다. 다만 상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노력 합니다. 그러한 행위가 내 삶의 의미고 즐거움이니까요.
책을 읽고 싶으면 책을 읽고, 걷고 싶으면 걷고, 빵 있으면 빵 먹고, 밥 있으면 밥먹고, 죽 있으면 죽먹고, 있으면
먹고 없으면 적당히 떼우고, 나가고 싶으면 나가고 , 잠자고 싶으면 잠자고 .... 특별히 누구에게, 세상에 대해
기대하는 것도 없으며, 누가, 세상이 나에게 기대하는 것도 바라지 않고, 그들 역시 바라지도 않으니 욕망이라
할 것도 없고, 누구를 좋아할 일도 미워할 일도 불평불만도 할 것도 없습니다. 그래도 내 삶은 남의 눈치 안보고
내가 만들어 가면서 그냥저냥 살아가고 있으니 스님 말씀처럼 ‘내가 정말 道人이 된 건가?’하는 착각을 해 봅니다.
희망은 욕구의 한 부분입니다. 생존을 위한 도구 같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생존을 위해 욕구가 있어야 하지만, 꼭
욕구가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욕구 없이 할 일 하면서 사는 것이 노자가 이야기 하는 無爲의 삶
이라 생각합니다. 내가 무엇을 행하는 것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니 누구에게, 무엇에 대해
기대할 것도 없고, 불평 불만 할 것도 없고, 누구도 나에게 무엇을 기대하지 않으니, 누가 나를 특별히 좋아할
일도 없지만, 나를 미워할 일도 없지 않겠습니까? 이것이 열반의 경지이고, 진정한 자유 아니겠습니까?
누구를 사랑하는 것도 누구를 미워하는 것도 모두 業을 짓는 일이고, 서로를 구속하는 일입니다. 내가 다른 사람
마음까지 굳이 책임지려 할 필요도 없고, 책임질 수도 없는 일입니다. 그냥 남 해치지 않고, 폐 끼치지 않고, 있는
듯 없는 듯, 하는 듯 마는 듯, 물 흐르듯, 그냥 생긴대로 自然으로, 無爲로 살다가 가는 것이 노년의 삶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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