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마르부르크 대학의 기상학자 알프레드 베게너는 세계의 대륙들이 한때는 '판게아'라고 부르는 하나의 대륙이었기 때문에 식물과 동물들이 서로 섞일 수 있었고, 그 후에 대륙들이 서로 떨어져서 지금의 위치로 움직여갔다는 이론을 정립했다. 베게너는 대륙이 어떤 이유로 움직이게 되는가에 대한 확실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 그런 문제를 해결한 사람은 지구의 나이를 알아내는 일에 많은 기여를 했던 영국의 지질학자 아서 홈스였다. 홈스는 지구 내부의 방사성 열 때문에 대류현상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최초로 이해했던 과학자였다. 이론적으로 그런 대류가 지표면의 대륙을 옆으로 미끄러지도록 만들 정도로 충분히 클 수 있다. 그는 1944년 처음 발간되었던 유명하고 영향력있는 ‘자연지질학 원리’에서 처음으로 '대륙이동설'을 밝혔다.
만약 모든 사람이 믿었던 것처럼 바다 밑바닥이 오랜전에 만들어진 것이라면, 강이나 호수의 바닥에 쌓인 진흙처럼 바다 밑에도 두꺼운 퇴적층이 쌓여있어야만 했다. 그러나 프린스턴 대학의 해리 헤스의 측정 결과는 오랜된 퇴적층이 멋진 굴곡을 이루고 있을 거라는 기대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거의 모든 곳이 깊은 계곡 협곡 크레바스로 가득했고, 곳곳에 아널드 기요라는 프린스턴의 옛 지질학자의 이름을 따서 '기요'라고 부르는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산들이 널려 있었다. 지구에서 가장 크고 거대한 산맥은 대부분이 바다밑에 있었던 것이다. 그런 산맥은 아이슬란드에서 시작해서 대서양의 한가운데까지 이어지고, 아프리카의 아래쪽을 돌아서 인도양과 남대양을 지나서 오스트레일리아의 아래쪽을 돌아서, 멕시코의 북부와 바하칼라포르니아를 향해 태평양을 건너다가 갑자기 미국의 서해안을 지나 알래스카로 이어진다. 대서양의 아조레스나 카나리아 제도, 또는 태평양의 하와이와 같은 섬이나 군도들은 해저산맥 중의 높은 봉우리가 수면위로 올라와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해저산맥의 대부분은 몇 천길의 소금물 속에 잠겨서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채 있었다.
대서양 중심에 있는 산마루의 중간에 폭이 20킬로미터나 되고, 전체 길이는 2만 킬로미터나 되는 '해구'라고 부르는 깊은 계곡이 있었다. 1960년에 이루어진 시추 샘플에 이해서 대서양의 해저산맥은 상당히 최근에 생긴 것이고, 그곳으로부터 동쪽이나 서쪽으로 갈수록 점점 더 오래전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런 정보를 입수한 해리 헤스는 단 한가지 설명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다밑에서 해저산맥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새로운 지각이 만들어지고 있고, 그전에 만들어진 지각은 새로 만들어지는 지각에 의해서 양쪽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것이다. 움직이는 지각이 대륙과의 경계에 도달하면 '섭입'이라고 알려진 과정을 통해서 땅속으로 다시 들어가게 된다. 그것이 바로 퇴적층이 어디로 간 것인가에 대한 설명이다. 결국 지구의 밥그릇 속으로 다시 되돌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대양의 바닥이 왜 상대적으로 젊은 편인가에 대한 설명도 된다. 대양의 바닥중에서 1억7500만 년보다 더 오래된 곳은 발견된 것이 없었다. 그런 사실은 대륙의 암석들이 수십억년씩 된 것과 비교하면 수수께끼 같은 일이었다. 그런데 이제 헤스는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바다 밑에 있는 암석들은 해변에 도달할 때까지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철광석의 작은 결정들은 생성 당시에 지구 자기장의 방향에 따라서 배향을 하게 되고, 암석이 식어서 단단해지면, 그 방향을 그대로 유지한 채로 남아있게 된다는 것이었다. 암석들은 그런 식으로 생성 당시 지구 자기의 방향을 기억하게 된다. 1964년 왕립학회 주체로 그 분야의 가장 중요한 인물들이 참석하는 심포지엄이 런던에서 개최 되었는데 갑자기 모든 사람들이 개종을 해버린 것처럼 보였다. 그 심포지엄에서 지구는 서로 연결된 부분들로 만들어진 모자이크이고, 그런 조각들의 거대한 충돌들 때문에 지구표면의 특징이 나타나게 된다는 데에 의견이 모아졌다. 단순히 대륙만이 아니라, 지각 전체가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1968년말에 미국 지진학자들이 ‘지구물리학연구’에 발표한 논문에서부터 지각의 움직이는 각 부분을 판plate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오늘날 우리는 지구 표면에 크기를 정의하는 방법에 따라서 8-12개의 대형판과 20개정도의 작은 판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런 판들이 모두 서로 다른 방향과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판들은 그 위에 놓여있는 대륙과 반드시 특별한 관계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예를 들면 북아메리카 판은 북아메리카 대륙보다는 훨씬 크다. 서쪽경계는 대륙의 새해안과 거의 일치하지만 ( 판경계에서 생기는 융기와 충돌 때문에 북아메리카의 서부 지역에 지진이 자주 일어난다), 동쪽 경계는 해안선과 전혀 상관없이 대서양의 해저산맥까지 확장되어있다. 아이슬란드는 가운데를 중심으로 나누어져서 반쪽은 아메리카에 속하고, 나머지 반쪽은 유럽에 속한다. 한편 뉴질랜드는 인도양과는 멀리 떠러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인도양 판의 일부이다. 끊임없이 일어나는 변화 때문에 판들이 하나의 거대하고, 정지된 판으로 뭉쳐지지는 못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대륙들은 연못에 떠있는 나뭇잎처럼 떠다니고 있다. 지구 위치 파악시스템(GPS) 덕분에 우리는 유럽과 북아메리카가 달팽이와 같은 속도로 서로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다. 사람의 평균 일생 동안 대략 2미터 정도씩 멀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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