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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 한잔 들고가게!

노인

요즘에는 세상도 계절도 헷갈린다. 나무에 새싹이 돋는가 하며 새벽에는 서리가 하얗게 내리고 그 속에서 꽃이 피기도 한다. 나이든 탓인지 여름이면 조금만 더워도 더 많이 더위를 타고, 가을 찬바람만 불어도 더 많이 추위를 탄다. 노인은 더위와 추위에 예민해지는 것처럼 마음도 사소한 것에 오락가락 한다. .
 
과학기술의 발달로 일상은 안전해지고 편리한데, 마음은 갈수록 불안한 세상이다.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사건사고가 실시간으로 방송되니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된다. 정보통신사회는 더더욱 우리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마음의 여유가 없다. 내가 어쩔 수 없는 수많은 상황들에서 자유로워지지 못한다.
 
나이 칠십이 되어도 마음만 조급하고 막연히 불안하다. 나이가 들수록 죽음에 초연해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 불안해진다. 노년의 삶은 삶의 의미 같은 것을 따질 겨를이 없다. 그냥 생존하기 위해 산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프지 않는 것이다. 그냥 인간세상에 함께 어울릴 수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나이가 들어 자주 삶의 허무를 느끼게 되는 것은 몸의 생존 본능인 것 같다. 허무를 느낀다는 것은 속세의 명예와 물욕에서 벗어나기 위한 마음작용이라 생각한다. 사회에서 은퇴하고 화려했던 한 때의 영화榮華, 명예는 사라지고 육신은 노화되어 기능이 떨어지면서 스스로 초라해지고 불안해진다. 사회에서 그 사용이 없어지고, 노년의 시간을 보내면서 사회적 위계 내에서 자신이 하찮다는 자괴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 불안함을 극복하고자 하는 것도 우리 몸의 본능이다.
 
사진은 수락산에서 찍은 것이다. 산 정상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면 위안이 된다. 자신이 하찮은 존재라는 생각 때문에 느끼는 불안의 치유에 자연의 거대한 공간을 찾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인간은 거대한 자연 안에서 모든 것이 ‘하찮다’는 느낌으로 위로를 얻는다. 내가 산을 자주 찾는 것도 자연 속에서 인간이라는 존재의 미약함, 산에서 내려다보는 인간사회의 모든 것이 하찮아 보이는 깨달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자연 속에서 인간사 시시비비도 의미가 없어진다.
 
나만의 재능을 발휘하여 일반대중으로 부터 튀어보려 하지만, 원숭이는 그냥 원숭이 일뿐이듯 늙은이는 그냥 늙은이일 뿐이다. 지금 나는 사회적 지위도 이름도 없는, 어디서나 어르신, 그냥 노인인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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