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이 생겨 얼마동안 손자를 보게 되었다. 자아를 인식하고, 이제 겨우 조금씩 세상을 알아가고 있는 5살 손자는 유아 사춘기다. 사춘기란 육체적으로 성장하면서 에너지는 넘치는데 자아가 따라가지 못해 발광하는 혼돈의 시기다. 그러한 미운 5살이 된 손자를 집안에서 본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나가서 또레 아이들과 어울려야 하는데 놀이터에 아이들이 없다.
집에서 발광하는 아이가 애처롭기도 하고, 내가 힘들기도 해서 탄천으로 데려 갔다. 집 가까이 있으면 금방 집으로 갈 것 같아 지하철을 타고 정자역으로 데려 갔다. 정자역에서 집까지 손자와 3시간 반을 함깨 이야기 하며 걸었다. 서로 대화가 된다는 것이 신통하다. 손자는 재미없는지 먼저 킥보드를 타고 씽하니 가버린다. 뜨거운 날씨에 홀로 킥보드를 타고 가는 손자 뒷모습이 애잔하다.
인간은 태어나 가장 가까운 주변에서 하나씩 배워 그것을 기반으로 확장해 간다. 아빠 엄마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은 타인에게로 확장된다. 또레 아이들과 함께 놀면서 배려, 희생, 책임, 인내, 끈기 등을 배운다. 친구들과 놀면서 그런 것을 배우지 못한 아이들은 배려도 책임도 희생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아보지 못해 사랑을 배우지 못한 아이는 다른 사람을 존경하기 어렵고, 사랑하기 어렵다. 인간의 모든 인성은 가정에서, 가까운 주변에서 일상에서 학습되어 점차로 다른 사람에게로 다른 세상으로 확장해 간다. 그래서 어릴 때 친구들이 중요하고 가정이 중요하다.
교육의 기장 근본은 감정조절 능력을 배우는 것이다. 그것은 말과 글로 배우는 것이 아니다. 끈기, 인내, 집중력, 성실, 배려, 존중, 사랑 같은 인성도 감정조절능력, 메타인지능력 정서적 지능(EQ)이다. 이것이 삶의 가장 기반이 되는 도구이다. 공자가 말하는 仁 또한 이것으로 나는 이해한다. 이것이 삶을 위한 근육이고, 공부를 하기 위한 근육이다. 이러한 근육이 발달되어 있지 못하면 삶도 힘들고, 공부를 잘 하기도 어렵다.
현대 의학에서도 만병의 근원을 스트레스라고 한다. 스트레스가 병적으로 심한 것 또한 감정조절을 하지 못함이 원인이다. 사상의학 창시자 이제마 선생은 건강비법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妬賢嫉能 天下之多病也 好賢樂善 天下之大藥也 투현질능 천하지다병야 호현락선 천하지대약야 (이제마 ‘광제설’)
' 천하의 병을 얻는 것은 모두 어진 사람을 질투하며 능한 사람을 증오하는 데서 생기는 것이며, 천하의 병을 치료하는 것은 어진 사람을 좋아하고 선한 것을 즐기는 것이다.
타고나는 기질, 재능, 외모, 육체적 능력, 물리적 부유함 등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이것도 과하면, 이러한 것을 제대로 통제하여 올바르게 사용하지 못하면, 오히려 불행의 근원이 된다. 이러한 조절 능력 역시 감정조절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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