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도 그러하지만 집집마다 혼기를 넘긴 청춘들로 고민이 많다. 그래서 미국 경제학자가 남녀 짝짓기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이 알고리즘의 특징은 참가자 모두가 적합한 연분을 찾았다는 것이고, 또 모두가 자신이 첫째로 꼽은 상대
에게 청혼받을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였으며, 참가자가 많을수록 그 가능성은 더욱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합리적
으로, 효율적으로, 내가 선호하는 여러 가지 조건을 결합하여 선택한 배우자와 결혼하여 살았지만, 그들도 결국 그냥
우연히 만나 어떻게 해서 결혼한 쌍들과 마찬가지로 첫 번째 결혼의 절반 가량이 실패했고, 두 번째 결혼의 3분의 2,
세 번째 결혼의 4분의 3이 파경을 맞았다고 한다.
대부분의 인간은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하는 고약한 습관들이 있다. 그러한 사소한 행위들이 실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말하는 투에 기분이 상 하고, 밥먹는 것이 천해 보이고, 결혼 전에 똑똑하다 했는데 결혼 후에는 잘난 체 하는
것이 꼴보기 싫고, 마초같은 성격이 결혼전에는 남자다웠는데 결혼후에는 너무 폭력적이고....
인간이 누가 누구와 천생연분인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부유하고 가장 잘 생긴 유명인 1%
조차도 자신이 선택한 최고의 배우자와 행복한 삶을 산다는 보장을 할 수 없다는 데 나머지 99%는 말해 무엇하랴?
사랑의 예측 불가능성은 그 누구도 풀지 못하는 수수께끼다. 사랑은 본질적으로 측정 불능이다. 사랑을 측정하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사랑, 아름다움, 기쁨 같은 것은 분석하는 순간 부서져 버린다.
우리가 생각하는 천생연분은 생각은 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어렵고, 나와 짝지어질 가능성은 더더욱
어렵다. 사랑, 행복, 천생연분은 부처다. 내가 눈만 뜨면 내 옆에 부처가 있는데 눈을 감고 보니 모두가 부족하고
못난 중생들뿐이다. 최선을 선택한다는 것은 그만큼 댓가가 따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최고의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내가 그만큼의 에너지, 비용, 시간을 소비해야 하며, 그 최고가 내 것이 되어도 그것을 유지해야 할 비용,
에너지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상대는 아무 생각이 없을까? 그래서 그것에 종속될 가능성이 많다. 내가 이미 최선
이라는 가치를 부여했으니 내가 받들어야 한다. 내가 받들지 않으면, 받들 수 없으면, 가치를 인정할 수 없으면,
더욱 후회되고 그 물건을 증오할 것이다.
결혼후 어느 정도 자신의 삶을 살 여유도 있어야 하며, 일상에 내 자신도 좀 돋보여 보여줄 것이 있어야 한다. 내
삶에 내가 있어야 한다. 너무 값비싼 보석을 소유하면 그것을 보존하느라 내 전부를 바칠 각오를 해야 한다. 그저
내가 특별히 싫어할 것만 없으면 된다. 우리 삶에서 의식주가 중요하듯 배우자도 역시 중요하다. 우리 대부분은
의식주에 대한 과한 욕망으로, 그 의식주에 종속되어 평생을 보낸다.
그렇게 한 평생을 모두 소진하고 나이들어서도 여전히 그것이 불만족스럽고, 자신에 대해서도 불만이다. 배우자도
의식주의 일부분이다. 너무 좋고 값비싼 것을 찾을 필요가 없다. 특별히 문제 될 것만 없으면 된다. 너무 잘 살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세월 가면 노화되고 병들고, 상처나고 그렇게들 다 변한다. 어떻게 변해 갈지 모른다. 별것 아니라
생각했는데 빛나는 보석일 수 있고, 보석이라고 생각했는데 가짜일 수도 있다.
세상에 어디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있었던가? 그냥 지금 판단하기에 그렇게 싫지만 않다면, 서로 노력해서 서로에게
좋은 삶의 동반자 만들어 즐기며 살아가면 된다. 세상에 특별히 좋은 선택은 없다. 선택에는 항상 그만한 댓가가
따르며 받아들여야 한다. 그 선택은 물론 나를 위한 것이므로 내가 보여야 하며, 상대 또한 보여야 한다. 그러한 적정
값을 찾아야 한다. 최선의 선택은 최악이 될 수 있다. 최선의 선택을 피하면 그 선택의 여지는 넓다.
긴 세월을 두고 보면 그때 좋은 인연도 지금 보면 악연이고, 그때 그렇게 싫었던 것이 지금 보면 행운이다. 지금 내가
가진 것들을 소중한 줄 알고, 내가 지금 이렇게 사는 것이 고마운 줄 깨달으면 그것이 행복이다. 눈을 감으면 암흑
세계고 괴로움이지만, 눈만 뜨면 광명세계고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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