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이 아름다운 신록의 계절이 요즘에는 항상 미세먼지 걱정으로 꺼림칙하게 하루를
시작 한다. 늙어가면서 건강 염려증인가?
아파트단지 내 연산홍이 만발하지만, 그 색깔이나 형태가 너무 선명하여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고 조화같은
느낌이다. 뜨거운 햇살에 하얗게 빛이 바랜 연상홍 모습은 더욱 그렇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 미세먼지가
사라진 날, 우리 아파트 내의 어린이 놀이터는 제법 아이들 소리가 들리고 미끄럼틀과 그네, 시이소오 정도가
전부이지만 아이들은 마냥 즐겁기만 하다. 노인이 아이들 손을 잡고 걷는 모습과 유모차를 밀고가는 노인의
모습이 편안하고, 행복해 보인다. 참 평화로운 풍경이다.
전 세계는 언제나 여기저기서 수많은 충돌이 일어나 서로를 죽이고 자연재해, 환경재난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이념 문제로 때로는 생존을 위해 잔인하게 같은 민족을 살해하고, 세계 곳곳에서 어린 아이들은
질병으로 굶주려서 죽어가고, 이 넓은 세상에서 거주할 곳이 없어 찾아 헤메며 난민들, 억울하게 죽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좀 안되어 보이기는 하지만, 우리에게는 별로 마음 깊이 와닿지는 않는 다른 세상 이야기다.
전화기로 들리는 늙은 어머니의 힘없는 목소리가 걱정되어 잠을 못이루고, 넘어져 아마에 상처가 났다는
손자가 걱정되어 계속 마음이 쓰인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던 초기는 국가를 위해, 사회를 위해 일한다는 생각을 아주 조금은 한 적이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런 생각을 한 적은 별로 없다. 은퇴 후에는 더욱 인류뮨제, 환경문제, 국가문제와 나와의
관계는 멀어져 간다. 더욱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 노인이 되어간다.
하지만 남북정상이 만나는 날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겠지만 -언제나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던 불안감, 꽉막혀 도저히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답답함이 사라지고 희망을 갖게 하는기분 좋은 날
이었다.
인간 대부분은 세상 모든것을 자기 중심적으로 해석하고, 또 그렇게 바라본다. 그렇게 감정이 일어나고
행동한다. 나, 가족, 공동체, 이 나라, 인류 순으로 가깝고 관심을 갖고, 관계를 맺고 신경을 쓴다. 세상
일도, 자연재해도, 나랏일도 나와의 관계에 따라 가까워지기도 멀어지기도 한다. 기쁘하기도 슬퍼하기도,
소외되기도 함께 하기도 한다. 결국에는 자신의 보전 외는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이러한 몸의 작동을 내가 어찌 할 수는 없다. 내 몸속에서 몸의 각 기관들이 동작하는 것을 내가 알 수
없듯이, 무의식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내가 어찌할 수는 없다. 그것이 수면 위로 잠깐씩 떠오를 때만
나는 의식할 따름이다.
노인에게 세상은 갈수록 고요해진다. 세상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시간이 정지된 것만 같다.
쇠약해져 가는 노인은 세상의 소소한 일에 신경을 쓸 에너지가 부족하다. 하지만 세상을 보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다 자신의 생존을 위협하는, 위협할 것 같은 상황을 포착하면 불같이 일어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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