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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숨겨진 삶 (마이클 톰슨외

아이의 사회적 고통에 공감하라.

아이들이 아파하면 마치 우리 자신이 아픈 것처럼 그 고통을 그대로 느낀다. 아장아장 걸음마를 하는 아이가 이마를 깡 부딪히면 우리는 아이와 거의 동시에 아야 하고 얼굴을 찡그린다.  부모라면 그것을 느낄 수 있다.  마찬가지로 부모들은 아이들이 겪는 사회생활의 고통도 함께 느낀다.  그런데 어떻게 우리가 아이들보다 더절절한 아픔을 느낄 수가 있는 것일까?  우리가 더 심하게 아픔을 느끼는 이유를 살펴보자. 

 첫째 아이들은 아픔을 극복하는 속도가 우리보다 빠르다.

둘째 아이들은 상황을 해결하고 친구들과 잘 지내려는 의욕이 강하다.

셋째 아이들은 고통을 우리에게 떠넘김으로써 자신들은 얼마간 그 고통에서 벗어난다. 아이들이  아장아장 걸어다닐 때는 입안에 있는 것을 먹기 싫으면 그것이 무엇이든 우리 손에 뱉어냈던 것처럼     그들은 우리가 자기를 감싸주리라는 것을 알고 잇다.

넷째로 이것이 가장 중요한데 부모들은 자신들이 어렸을 때 어떤 대접을 받았으며 그때 기분이     어땠는지를 아직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느끼는 괴로움이 너무나 가슴에     와닿는 것이다.

 

아이들의 기분은 너무나 쉽게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어른들 같으면 한동안 속상해 할 것 같은 상황에서도 금방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이 된다. 그런 일이 일어나면 우리는 어리석게도 쉽게 용서하고 쉽게 망각하는 아이들의 기준으로 상황을 바라보는 대신 우리 어른들의 기준으로 봄으로써 우정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당신은 이야기의 자초지종이나 실제 내막에 관해서도 생각하지도 않을 것이다. 결국 우리는 자신의 아이 편에서 먼저 생각하게 되어 있다. 아이를 대신해서 당신은 분노의 불길을 피워 올린다. 당신은 생각하기에 그 아이는 충격을 받았지만 조금도 이상할 게 없다. 자신의 친구에 대해 켜켜이 쌓인 분노의 마음을 아이는 당신에게 떠넘겼다.  이제 그 아이는 밖에 나가서 즐겁게 놀 수 있는 반면에 그 분노의 감정에 짓눌려 있는 쪽은 당신이다. 언제나 마지막에는 부모들이 감자를 갖고 있게 되므로 과잉반응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무의식적으로 아이는 엄마가 희생자를 찾고 있기 때문에 뭔가 고깃덩어리를 던져줄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내 생각에 이러한 일들은 피할 수 없는 일상적인 갈등에서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부모들이 무기력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 같다. 아이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이면, 우리는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기대어 울 수 있는 어깨와 이야기를 들어줄 귀라는 사실을 잊어버린다. 아이들에게는 피해자측 변호사나 경호원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아이들은 그저 호소할 부모가 있으면 된다. 심리학자로서 나는 아이들에게 귀를 기울여주고, 아이들이 말하는 그대로 믿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또한 아이들이야말로 꾸며대기 명수라는 것도 안다. 그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야기 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왜곡시키는 경향이 있으며,  진실을 더욱 왜곡할 질문들을 던지게 된다.  자기가 어떤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바로 그대로 살게된다는 것을 믿는다. 똑같은 원리가 아이들의 교우관계에도 적용된다.

 

부모가 아이들의 고통에 대해 계속 캐물으면 아이들은 자신의 입에서 튀어 나오는 고통스런 이야기를 시작할지도 모른다. 곧 그 아이는 그 이야기를 믿기 시작할 것이며, 자신을 희생자라고 여길 것이다. 사실은 친구들과의 관계가 그리 나쁠 것도 없는데, 자신을 희생양이리고 여기는 아이들은 너무 많이 보아왔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관심을 쏟아야만 하며 깊은 이해심을 보여주어야 한다. 아이의 사회생활의 오르내림에 사적으로 개입하려고 하지 마라. 상처를 입었느냐고 자꾸 묻지마라. 원한을 품게 하지말고 지난 일에 집착하지 마라. 아이들은 그러지 않는다. 부모들이 그토록 헤매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아이들의 사회생활을 통해 자신들의 청소년기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자신들의 옛날 경험과 아이들의 현재 생활을 뒤섞기도 한다.

 

자신과 비교하여 아이의 사회생활을 살펴보는 것은 당연하다. 아이들 가운데도 다양한 스타일이 있다. 당신 아이가 혼자 노는 시간이 많다고 해서 그것이 행동발달에 문제가 있다는 증거는 아니다.  하지만 당신 아이가 친구를 사귀는 재주가 없어서 혼자 논다면 그것은 문제가 된다. 부모는 자기아이의 기질적인 특성과 삶에 대한 행복지수를 고려하여 자녀의 사교능력을 평가해야만 한다. 아이에게 친구가 있는가 아니면 그가 필요로 하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가? 그런 다음 다른 아이들의 스타일이나 욕구와 비교해 보아라.  당신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가? 아이가 정말 홀로 떨어진 외툴이인가? 두가지 모두 아무런 문제가없다면, 단지 아이가 엄마나 아빠의 사교 생활방식과 다르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결국 아이들은 우리 삶속으로 뛰어들어와 우리가 믿었던 것들을 흐트러뜨려놓고, 우리가 필요로 하는 버튼을 눌러주고, 그래서 우리를 성장하게 만든다. 아이들은 여러 면에서 우리와 다르다. 우리가 자랄 때 그랬다고 해서 우리 아이들도 그 방식을 따를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시대는 변했고 그 아이들이 처한 상황은 우리와 다르며, 그들은 당신과 다른 유전자를 갖고 있다. 어쩌다 한번쯤은 부모들과 기질적으로 똑같은 아이가 태어나기도 하지만, 보통은 우리는 자신과 쏙 빼어닮은 2세를 갖고자하는 자기 중심적 소망을 극복해야만 한다.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어떤 부모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쉽게 그리고 품위있게 그런 지혜를 터득한다. 부모들이 빨리 그런 경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는 도움이 되며, 아이들이 우리와 다르다는 사실 때문에 부모들이 골머리를 싸맬 필요가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