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머니는 TV드라마의 인물들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셨다. 여러 드라마에 등장
하는 인물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셨다. 어떤 드라마에서는 좋은 역할을
이었다가, 또 어떤 드라마에서는 나쁜 역할을 하게 되면, 도대체 그사람이 누구인지
몹시 헷갈려 하셨다.
지금 나 역시도 가끔 드라마의 인물들에 대해 헷갈릴 때가 있다. 인지능력이 떨어진
것이다. 나이들면 점점 시공간에 대한 구분이 불분명해진다. 그것이 심해지면 우리는
노망, 치매라고 한다.
인간의 삶이란 각 개인의 기억속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다. 지금 내가 처해있는 환경과
내 기억이 함께 만들어내는 이야기, 서사敍事다. 인간은 각자의 기억속에서 살아간다.
젊은이의 과거는 짧고, 미래는 무한하고, 그 미래를 위해 젊은이의 현재의 삶은 할
것이 너무 많다. 나이 들어갈수록 과거는 길어지고, 현재의 경험은 줄어들고, 미래는
점점 사라진다. 대부분 노인의 삶은 과거다. 노인의 삶은 과거에 의존한다.
노년의 삶은 추억이 중요하고, 뭔가 경험할 새로운 무엇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삶을 열심히 산다는 것은 현실과 몸으로 직접 부딪히는 삶이다. 머릿속의 관념이
아닌, 이미지에 의한 삶이 아닌, 몸이 움직여 직접 경험하는 삶이 이야기 꺼리도
많고, 풍요로운 삶을 만든다. 노년의 삶도 그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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