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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회학 (김명숙 등)

법문화와 법의식 (양현아) 2

우리 사회의 전통문화 양식으로 인한 자연법 사상의 부재와 과도한 외래문물의 수입으로 인한 사회해체 현상이 수반되는 가치관의 혼란으로 전통적 법의식이 사라지고, 개인주의적 사상에 의한 이기주의적 법의식의 팽배현상이 지적되고 있다. 또한 법을 필요에 따라서만 이용하겠다는 자기 이기주의적 사고라는 현상을 새롭게 포착하였다. 연구자들은 이 현상을 법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도의 문제와 아직도 특권층이 법을 자의로 해석 운영한다는 부정적 관념과 부당하게 국민을 억압하는 법률이 현존한다는 반응과도 일맥상통하다고 해석한다. 사법권 독립은 믿지 못하지만, 개인의 권리침해에 대한 권리의식은 매우 높다. 우리 국민들이 갖고 있는 법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은 대체로 부정적이며, 법에 대한 인지도도 낮은 이다. 법집행의 정당성에 대한 인식은 매우 부정적이었는데, 권력이나 금력이 처벌여부 및 강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전체의 92.5%에 달하였다.  그럼에도 법을 반드시 지켜야 할 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약 4분의 3인 74.7%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 부분 역시 법의식의 이중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준법의식과 사회인구학적 변인간의 관계를 분석했는데 자존감과 자기통제력이 높을수록, 인습적 가치를 따르는 사람일수록, 잘못에 대한 수치심을 잘 느끼는 사람일수록 준법의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을수록 준법의식이 약한 것으로 나타나서 주목된다. 법에 대한 이미지는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 원인에 대해서는 공정한 법집행이 되지 않는다는 점, 권력층이 기득권 유지에 법을 사용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주를 이루었고, 법을 지키면 손해본다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응답자도 많았다. 한국의 준법수준 내지 법의 신뢰도가 낮은 것은 법에 대한 의식 자체라기보다 법집행의 공정성과 같이 법시스템 작동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된 것임을 시사한다.

 

법의식 조사들의 내용과 시각에 내재해 있는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법의식조사에는 근대화론의 잔영이 그대로 남아있다. 한국의 낙후된 법문화와 서구의 진전된 법체계   라는 이분법이 채용된 경우가 많은 데, 여기에는 서구를 중심으로 놓는 잣대가 존재한다는 것을 부정 하기 어렵다.

 

* 1990년이후 나타나는 한국의 소송급증 현상과 함께 법문화연구에도 일정한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   했다고 보인다. 한국인은 소송을 꺼리고 분쟁을 사적으로 해결하는 전통적 법문화를 더 이상 가지고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 공권력의 인권침해 혹은 공직자 비리에 대한 고발 등과 같은 공법적 쟁점에 대한 인식조사가 필요하다. 서양에서 유래한 권리의식은 개인주의에 기초한 권리의식을 의미하고, 법을 지킨다는 것에는 일정한   국가와 시민간의 규약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한 국가안에 작동하는 권력의 문제에 민감한 분석이라고   한다면 법의식 조사에 있어서도 시민의 법의식과 국가법 집행자의 법의식이 나누어 분석되어야 한다.   지배자의 입장에서 국민의 법지식, 법행동, 법의식을 측정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법의식조사 결과를 토대로 법의식 내지 법문화의 현재 상황을 진단해 본다. 먼저 최근으로 올수록 한국인의 법의식에 대한 불신과 법행위에 이중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법제연구원은 법과 질서는 안지키면서 자기 이익과 권리를 챙기는 데는 급급한 사회라는 최악의 반법치상태를 보여주는듯  하다고 한국인의 법문화를 평가한다. 어떻게 타자를 배려하고, 상생하는 법의식을 배양할 수 있는지는 한국의 법교육과 사회교육의 견지에서 고민해야 할 것이다. 거의 모든 조사에서 한국인의 법에 대한 불신이란 권력기관의 법의 집행의 공정성에 관한 것이다. 이는 한국에서 법을 둘러싼 갈등의 주요무대가 시민사회의 영역이 아니라, 시민과 국가간의 관계영역 임을 나타낸다. 시민들의 법의식에서 가장 우려되는 바는 공직자의 불법행위이다. 개인의 범죄를 넘어서 국가기관과 공직자들의 부정과 불법행위 그리고 이에 대한 법의 무력에 대해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권력자들의 법의 준수 혹은 법의 집행에 대해 불신하면서도, 본인이 불리한 상황에서 어떻게 하든 법에 의존하는 태도에 대해 이렇다할 법사회학적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통적인 공동체 관계와 그를 지배했던 윤리는 이제 사라졌지만, 현대 법질서 속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해결할 만한 근대적 의식은 아직 발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인이 이기적 권리의식에서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변화했던 사회관계속에서 이윤추구식의 권리의식이 형성되었을 소지도 있다고 해석한다. 개인의 권리의식은 신장했으되, 자신의 권리주장으로 인해 침해되는 타인의 권리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는 권리의식, 입법, 사법, 행정 등을 담당하는 국가권력자들은 국민을 향해서 법치를 말하되 정작 스스로는 법적 율로부터 상당히 자유로운 것처럼 착각하는 이중성이야말로 한국의 법문화에서 문제시 되어야 할 의제이다. 이렇게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시민적 덕성 그리고 공직자들의 국민에 대한 공복公僕의식이야 말로 실천적으로 필요한 법문화 내용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