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몇가지 감각을 가졌느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계적으로 다섯가지라는 답변 밖에 떠올리지 못한다.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이 그것이다. 감각은 세가지 요소가 함께 작용하는 삼중주 같은 것 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맨 먼저 작용하는 것은 감각세포 혹은 감각 수용체로 외부 자극에 반응할 수 있는 일련의 조직이 여기에 해당된다. 수용체가 그 자극을 포착하면 뇌로 전달되는 신경충격이 발생하는데, 우리가 느낌이라고 부르는 것이 바로 이 신경충격이다. 그리고 그 마지막으로 뇌가 그 신경충격을 해석하면 우리는 지각을 얻게 된다.
귀의 가장 안쪽 내이內耳에는 소리를 듣게 해주는 메커니즘 외에 전정기관이라고 부르는 작은 조직이 있다. 이 전정기관에는 고리모양의 작은 관 3개가 자리해 있다. 이 세 고리관에는 속림프라고 부르는 림프액이 들어 있고 고리관의 내벽에는 섬모세포들이 존재한다. 우리가 이동하면 고리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림프액은 우리의 움직임 때문에 한쪽으로 쏠리게 된다. 림프액이 움직이면 고리관 내벽의 섬모세포들의 털에 가해지는 압력에 변화가 생긴다. 뇌는 섬모세포들이 지각한 정보를 전송받았을때 주변을 기준으로 한 우리 머리의 위치와 움직임을 아주 예민하게 해석할 수 있다. 우리의 균형상태에 대한 지각을 해석하는 것이다. 이러한 감각을 평형감각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옆으로 누워 90도로 기울어진 상태에서도 어디가 위이고, 아래인지 정확히 안다. 그러나 카메라를 90도 돌려서 영상을 촬영한 경우는 어디가 위이고 아래인지 알아보기는 하지만, 영상을 정상적으로 볼 수는 없다. 첫 번째 경우는 우리의 뇌가 알려주지만, 두 번째의 경우 시각의 작용만 있기 때문이다. 배안의 선실에 있는 경우도 마찬지다. 시각은 가구같은 것을 보고 방안에 있다고 말해주지만 평형감각은 배가 움직인다고 알려준다. 뇌는 모순된 두가지 정보를 받게 된다. 뱃멀미를 하는 사람에게 갑판으로 나가서 먼 곳을 바라보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갑판에 있으면 배가 흔들리는 것을 볼 수 있고, 그 결과가 서로 다른 지각을 다시 일치시킬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의 감각중에는 열을 느끼는 감각과 통증을 느끼는 감각도 존재한다. 온도감각 즉 열에 대한 감각은 감각 수용체에 좌우된다. 뜨거운 것의 열을 감지하는 수용체와 차가운 것의 열의 부족을 감지하는 수용체가 그것이다. 외부의 열에 대한 수용체는 바닐로이드나 멜라스타틴 같은 TRP계열의 단백질을 들 수 있다. 일부 동물들은 적외선을 감지해서 열을 말 그대로 볼 수 있는 수용체를 가지고 있지만, 사람의 TRP단백질은 온도의 변화로 활성화 되기 때문에 사람은 그렇지 못하다. 통증에 대한 감각은 통각 수용체로 감지된다. 선천적으로 통증에 대한 무감각한 선천성 무통각증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통각과 온도감각을 촉각으로 분류하기보다 그 두 감각을 묶어서 생각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왜냐하면 가령 불이 데었을 때의 느낌은 열과 고통에 대한 느낌을 동시에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러분의 발이 어디 있는지 눈으로 보지 않고도 알 수 있는가? 주변공간을 기준으로 그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지 묻는 것이다. 자기 몸의 위치를 지각하는 감각을 고유감각 혹은 운동감각이라고 한다. 신경말단에서 중추에 이르는 경로가 차단되는 구심로求心路차단은 끔찍한 장애다. 이 장애를 가진 사람은 사지에 감각이 전혀 없다. 운동을 책임지는 원심성 遠心性 신경경로와는 대조적으로 감각을 책임지는 신경경로에 따른 정보를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은 고유감각을 잃은 상태이며, 이 감각의 부재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시각을 이용하는 것 뿐이다. 손에서 한 순간이라도 눈을 떼면 손이 어디 있는지 알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사람은 어둠 속에서는 자신의 팔다리가 정확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도리가 없다. 고유감각에서는 감각전달을 위한 구심성 신경경로 전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압력에 대한 수용체부터 열, 통증, 균형 등에 대한 수용체까지 우리 몸에 존재하는 모든 감각수용체가 고유감각에 관여한다. 다른 감각은 더 없을까? 허기를 느끼는 감각, 시간의 흐름을 느끼는 감각, 전기장이나 자기장을 느끼는 감각, 초음파를 느끼는 감각 등등 어떤 학자들은 사람이 최소 21가지감각을 가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9가지 정도 로만 보는 것이 좋다. 다른 감각들은 가설에 불과하다. 9가지 감각은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 평형감각, 온도감각, 통각, 고유감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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