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나 한잔 들고가게!
가을
백파
2021. 5. 18. 14:55
중원계곡. 가을은 가장 화려한 계절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 화려함을 찾아 산으로 들로 떠난다. 유명한 곳은 어디든 사람들로 붐빈다. 아무리 아름다운 곳이라도 나는 사람 들이 붐비는 곳은 싫다.
가을이 되면 음악이 더욱 마음에 와 닿고, 시집을 꺼내어 詩를 읇조리고 싶어진다. 가을에 즐기는 것은 아름다운 단풍만이 아니다. 낙엽지는 쓸쓸함, 막연하게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 지나가 버린 것에 대한 애절함, 살아온 세월에 대한 무상함, 뭔가가 아쉬운 상실감, 바시락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걷는 산길의 호젓함, 세상이 정지된 것 같은 고요함...
나는 가을의 이런 정서가 너무 좋다. 혼자 계곡의 맑은 물에 떨어진 단풍잎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이 그렇다. 자극적인 쾌락보다 마음이 편안한 상태에서 즐기는 즐거움은 깊이가 있고 질리지가 않는다. 기을에 듣는 음악, 詩 한구절, 가을의 정서가 그렇다.